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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음식이 제맛인 요즘 복어요리의 주인공인 복어가 가득하다. 장안복집 주방 다라에는 거북이복 위에 2마리의 까치복이 보인다.
 제철음식이 제맛인 요즘 복어요리의 주인공인 복어가 가득하다. 장안복집 주방 다라에는 거북이복 위에 2마리의 까치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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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년 전, SBS '한밤의 연예 프로'에 탤런트 현석씨와 그의 지인 2명이 포항에서 복어를 먹고 의식불명으로 입원해 있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있다. 이후 현석씨 일행은 다행히 정상적으로 회복되었지만 복어를 잘못 먹고 큰일 날 뻔 한 해프닝으로 남았다.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 성분이 있다. 어류학자 정문기 박사의 <어류박물지>에 따르면 복어 독은 청산가리의 10배에 비할 만큼 맹독성이 강하다. 독이 강한 복일수록 맛이 좋아 사람들이 더 즐기는 편인데, 복어 독과 맛은 그만큼 상관관계가 크다.

복어 독에 중독되면 증상이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4시간 후에 입술에 마비가 온다. 또한 걸음을 걸으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한 느낌이 온다. 복어를 먹고 이런 중상이 나타나면 십중팔구 복어 독에 중독되었다고 의심해야 한다.

이때는 별다른 약이 없다. 복어 독은 신경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단지 산소호흡기가 약이다. 술을 먹고 99% 산소를 마시면 술이 놀랍게 빨리 깨 듯, 호흡을 통해 독을 배출시키는 것이 최고다. 복어 독에 중독되면 대부분은 10시간 후에 풀리는 반면 간이 안 좋고, 당뇨가 있으면 해독되는 데 많게는 3~4일 정도도 간다. 참 무시무시한 놈이다. 이런 위험한 놈에게 미식가들은 왜 그토록 열광하는 걸까? 그 이유가 사뭇 궁금해진다.

복어요리는 캐비아(철갑상어), 트러블(땅속버섯), 푸아그라(거위간)에 이어 세계 4대 진미중 하나다. 우리나라에는 참복을 최고로 치지만 중국에는 황복, 일본은 자주복이 인기다. 중국 북송시대의 시인 소동파는 복어 맛을 가리켜 "사람이 한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 극찬했다. 복어를 좋아하는 일본인도 "복어를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후지산을 보여주지 말라"는 말이 있다.

복어요리는 몸을 맑게 하는 해독 성분이 들어있다. 복어를 끊이면 쌀뜨물처럼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숙취해소에는 단연 복어만 한 것이 없다. 그러나 숨겨진 복어의 으뜸은 혈액을 맑게 해 부피를 좋게 한다는데 있다. 고혈압과 당뇨에도 그만이어서 복어를 먹고 나면 혈당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복어 독 수컷이 많을까, 암컷이 많을까?

95년부터 복어요리를 해온 김경희(54세)씨가 이날 들어온 복어를 손질하던중 까치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까치복은 살아있으면 한마리에 15만원을 호가한다
 95년부터 복어요리를 해온 김경희(54세)씨가 이날 들어온 복어를 손질하던중 까치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까치복은 살아있으면 한마리에 15만원을 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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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선은 겨울철에 가장 맛이 좋은 법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드는 요즘 복어의 참 맛을 느끼기에 좋은 계절이다. 그리하여 찾아간 곳은 여수 1청사 옆에 위치한 장안에서 소문난 '장안복집'.

95년부터 복어요리를 해 온 김경희(54)씨는 복을 많이 먹어서 얼굴이 뽀얗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마침 이날은 복어가 들어 온 날이라서 주방에서는 방금 들어 온 복을 손질하느라 손놀림이 무척 바쁘다. 복어를 손질하는 주인장이 내게 물었다.

"복어 중 독이 많은 것이 암컷일까요, 수컷일까요 한번 맞춰봐유?"
"글쎄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수놈이 강하니까 수컷이 더 독하겠죠"

그런데 오답이었다. 복어는 수컷보다 암컷이 훨씬 많은 독성을 가지고 있단다. 그 이유는 복어가 알을 보호하기 위해 몸에서 스스로 독을 만들기 때문이란다. 또한 복어는 태어날 때부터 독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독성이 있는 불가사리와 갑각류 등을 먹어 후천적으로 독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양식 복어는 자연산 복어와 겉모습이 같아도 독이 없고 한다.

지인과 나, 단 둘 뿐이라 복어찜 작은 것을 주문했다. 양이 푸짐하다. 10년 전과 동일하게 값을 안 올렸단다. 공무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단골손님이 많기 때문이란다. 복어찜 요리법은 다대기, 전분, 들깨가루를 넣고 한약으로 기른 데친 콩나물(한방 콩나물)에 복어를 삶는다. 마지막으로 생미나리를 넣고 볶는단다. 또 이 집 만의 특징은 초장에 지리초를 사용한다. 레몬과 무를 갈아서 만든 지리초에 복을 찍어 먹어야 제 맛이란다.

지인과 둘이 복어찜 소를 시켰더니 양이 푸짐하다. 복어찜 소가 3만5천원이다.
 지인과 둘이 복어찜 소를 시켰더니 양이 푸짐하다. 복어찜 소가 3만5천원이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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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젓은 덤이다. 복어를 먹고 마지막 낙지를 갈아 만든 토아젓을 연상케 하는 낙지젓에 밥을 말아 먹으니 속이 든든하다. 복어를 먹고 이를 쑤시고 나오는데, 주인장이 한마디 건넸다.


"맛있게 잡수셨수? 복어요리는 특히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아요. 화창한 날보다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추울 때,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와요."


날씨가 흐리다. 오늘 같은 날 뽀얀 복어 국물에 소주 한 잔이면 딱이겠다. 어디 오늘 복어 독에 함께 취해 볼 친구 없을까?

복어찜을 먹고 마지막 낙지를 갈아 만든 토아젓을 연상케 하는 낙지젓에 밥을 말아 먹으니 속이 든든하다
 복어찜을 먹고 마지막 낙지를 갈아 만든 토아젓을 연상케 하는 낙지젓에 밥을 말아 먹으니 속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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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장안복집, #복어요리, #세계4대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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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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