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 전창진 감독

부산 KT 전창진 감독 ⓒ 부산KT 누리집

프로농구 부산 KT가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KT는 지난 2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안양 KGC와 2차전에 초반 리드를 지키지못하고 61-65로 역전패했다. KT는 이제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이겨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체력 떨어진 KT, 접전이 오히려 독

 

KT는 이미 6강전에서 전자랜드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르고 올라왔다. 2주를 푹쉰 KGC에 비해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예상한 결과다. 전창진 KT 감독은 4강전을 앞두고 '버릴 경기는 버리는 것도 감수하면서 실리적으로 시리즈를 운용하겠다'는 복안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꼬이면서 전창진 감독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봉착했다. 1, 2차전이 모두 접전으로 흐르면서 KT는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할 타이밍을 놓쳤다. 두 경기 모두 중반에 점수차가 벌어졌으나 KT가 뒤늦게 추격전에 나서면서 경기 막판까지 접전이 이어졌다. KT 전창진 감독은 지친 선수들을 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두 경기 모두 '헛심'만 빼고 경기는 내준 꼴이 되면서 가뜩이나 체력소모가 심했던 KT 선수들은 더욱 불리한 지경에 몰리고 말았다. KT는 2차전에서 3점슛 성공률이 18.6%(3/17), 자유투 성공률은 고작 30.8%(4/13)에 그쳤다. 부정확한 슛 성공률은 체력과 무관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KT가 완벽한 오픈찬스와 자유투만 차곡차곡 적립했더라도 경기결과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드로만 통하는 '외길 농구'

 

 KT 찰스 로드(왼쪽)와 KGC 크리스 다니엘스

KT 찰스 로드(왼쪽)와 KGC 크리스 다니엘스 ⓒ KBL

찰스 로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도 KT 입장에서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찰스 로드는 2경기 연속 30득점을 기록하며 리바운드도 무려 11.5개나 잡아내고 있다. KT의 팀득점은 1차전 51점, 2차전 61점에 불과했다.

 

로드는 매치업 상대인 인삼공사의 크리스 다니엘스를 압도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한 선수가 혼자 떠맡고 있다.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KT에서 로드의 득점부담을 덜어줘야 할 선수는 조성민과 박상오다. 그러나 1, 2차전에서 조성민은 각각 5득점, 10득점에 그쳤고, 박상오도 7득점과 12득점을 더하는데 그쳤다.

 

두 선수에 대한 인삼공사의 수비가 좋은 면도 있지만 충분히 오픈 찬스를 만들었음에도 적중시키지 못한 게 아쉽다. 박상오는 1차전에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갈 수 있었던 마지막 3점슛을 비롯해 2차전에서 결정적인 고비마다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KT 공격은 로드에게 집중될 수밖에. 로드가 아무리 초인적인 체력으로 고군분투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가드 없는 KT 농구, 리더도 없다

 

정규 시즌부터 KT의 고질적인 최대 약점 중 하나는 바로 경기가 안 풀릴때 창초적인 패스로 실마리를 풀어줄 리딩형 포인트 가드의 부재였다. 이를 잘 알고 있는 KGC는 초반부터 하프라인에서 강력한 압박수비로 KT의 가드진들이 볼을 쉽게 전개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KT는 공격진영까지 볼을 운반하는 데만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가드의 부재는 단순히 패스만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 흐름을 조율해 줄 유능한 리더의 부재와도 일맥상통한다. 전창진 감독은 이날 노련한 베테랑 표명일을 선발카드로 기용하며 승부수를 걸었지만 표명일은 전반 내내 단 1개의 도움도 기록하지 못하며 부진했다. 후반에 기용된 양우섭이나 박성운도 마찬가지. 냉정히 말하면 KT 가드들은 사실 다른 팀이었다면 주전으로 기용되기 어려운 선수들이다. 이날도 가드 3인방이 합작한 성적은 2득점 1도움에 불과했다.

 

슈터인 조성민이 오히려 본업인 득점 대신 9개의 도움을 기록했을 정도로 KT 가드진은 있으나 마나한 상태였다. 이러다 보니 답답함을 느낀 로드가 직접 하프 코트를 넘어 볼을 운반하거나 외곽서부터 공격을 시도하다가 전창진 감독으로부터 지적받은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됐다.

 

마지막 희망은 수비

 

그나마 KT가 희망을 걸만한 부분은 수비에 있다. KT는 1, 2차전에서 KGC의 막강한 공격력을 모두 60점대 이하로 막아냈다. KT의 공격력도 덩달아 부진했던 것이 문제였을 뿐, 적어도 수비에서는 의도된 대로 풀어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KGC의 외국인 선수 크리스 다니엘스는 찰스 로드를 상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오세근(KGC)에 대한 수비다. 확실한 파워포워드가 없는 KT는 1, 2차전에서 대체로 오세근을 잘 막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득점을 허용했다. 박상오와 송영진이 돌아가면서 오세근을 맡고 있지만 체력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번 시리즈에서 크게 중용되지 못하고 있는 김영환(KT)이나 김현민(KT) 같은 선수들을 기용해 주전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공격 쪽에서는 가드진의 분발과 함께 속공의 템포를 더욱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조성민과 박상오가 지쳐있는 가운데, KT 가드진들이 리바운드에 이은 속공 기회를 살리지못한다면, 계속 로드의 일대일에만 의존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외곽찬스는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마무리는 선수들의 자신감에 달려있다.

2012.03.21 09:23 ⓒ 2012 OhmyNews
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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