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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대학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실시하는 다문화강사교육은 매주 이틀씩 3주 집중교육으로 진행되는데 늙은 학생들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 학구열 과시 사오십대 학생들 평택대학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실시하는 다문화강사교육은 매주 이틀씩 3주 집중교육으로 진행되는데 늙은 학생들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 허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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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3시 50분 경 평택대학교 정문 부근 제2피어선빌딩 1층의 한 강의실에 들어가 봤다. 이제 막 2시간짜리 강의가 끝나고 10분 동안 쉬는 시간이 됐다. 20명 쯤 되는 학생들은 대부분 40~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었다.

이들은 늦깎이 대학생도 아니고 대학원생도 아니었다. 평택대학교 다문화가족센터(소장 신은주 교수·사회복지학)가 개설한 '다문화교육강사 양성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온종일 마라톤 수업을 하느라 피곤한지 학생들은 일어나 커피를 마시거나 과자를 먹기도 하고, 기지개를 켜며 끼리끼리 마주보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다문화교육 강사 양성과정 인기

여성이 대부분이고 남성은 서너 명 정도 섞여 있었다. 그 중 금빛 머리칼이 빛나는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전형적인 서구 여성이었다. 인터뷰를 청했지만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된다며 사양했다. 그런데 자신을 인터뷰해 달라고 적극 요구하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와 함께 잠시 강의실을 벗어나 로비 옆의 조용한 방으로 갔다. 그녀는 포천이주다문화센터 나명흠 사무국장이었다.

"평택대학교는 다문화 교육 시스템이 잘 돼 있어요. 우선 강사진이 좋고 짜임새있게 잘 해 많이 알려져 있더군요."

나명흠 국장은 포천에서 비록 거리가 멀지만 매주 수, 금요일 이틀씩 여는 교육과정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교육기간은 3월 7일부터 시작해 23일까지 집중적으로 50시간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 국장은 포천에 몽골 출신 다문화가족이 많은 편이지만 제대로 교육을 받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다문화 강사는 부족하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원활하게 사역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택대 다문화가족센터에서 인턴으로 상담을 하는 김성희씨는 이곳의 장점으로 교육을 마친 교육생들을 바로 현장에 연결시켜 배운 것을 바로 접목하게 한다는 점을 꼽았다. 센터에서 중국어 통역과 상담을 하며 강사로 활동하는 이연화씨도 같은 말을 했다.

"여기서 교육과정을 마친 교육생들을 유치원, 초·중학교에 다문화교육 강사로 파견하기도 하지만, 각 학교에서 학생들을 센터로 교육을 받으러 보내기도 합니다."

평택대 다문화가족센터에는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문화교육관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줘 있다.

학교적응 쉽게 하는 4개월 과정이 무료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한 수업에 참여해 실습하고 있다.
▲ 다문화가족을 이해하기 위하여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한 수업에 참여해 실습하고 있다.
ⓒ 평택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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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대는 2006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다문화가족 복지전문인력 양성사업기관'으로 선정돼 국내에서는 대학 내에 최초로 다문화가족센터가 설치됐습니다. 우리 센터는 평택을 비롯해 경기 남부지역의 내국인들에게 다문화가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을 합니다."

김현희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이 센터는 최근 여성가족부 무지개청소년센터로부터 중도입국청소년 초기적응지원사업 '레인보우 스쿨(Rainbow School)'로 선정돼 이달부터 더욱 활기를 보이고 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지난 14일, 개강(3월 19일)을 앞두고 연구원들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레인보우 스쿨' 과정은 해외에서 태어나 청소년이 돼 국내에 들어온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초·중학교에 편입학시키기 전 4개월 과정으로 교육시켜 학교 적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다.

2010년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귀화를 신청한 청소년은 약 5700명으로 귀화신청을 하지 않은 청소년까지 포함하면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 중 90% 이상이 중국 국적을 갖고 있었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서울, 경기도가 68.8%로 나타나 평택을 비롯한 경기 남부에도 중도입국 청소년이 상당수가 있음을 말해준다. 그 중 17세 이상 청소년이 65.5%를 차지하며 과반수 이상이 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다니더라도 학교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한국어에 대한 기초공부와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 한국문화체험 부족 등이다. 조미솔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영어 수학은 잘 하는데 한국어가 부족해 애를 먹습니다. 여기서 평균 5개월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나이보다 한 학년 낮게 편입해야 하니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기도 하죠."

레인보우 스쿨은 4개월 과정 400시간 중 한국어 교육 260시간, 학과지도 80시간, 기관특성화 프로그램 60시간으로 구성됐다. 15명의 정원을 받았지만 다 채우지는 못했다. 이번에 5명의 지원자로 시작한다. 교재와 중식까지 제공하며 수업료는 무료다. 조 연구원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정원을 채우지 못해 아쉽지만 앞으로 경기남부지역의 많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평택시사신문에도 게재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 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다문화가족, #평택대, #중도입국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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