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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사는 공장〉
▲ 책겉그림 〈돼지가 사는 공장〉
ⓒ 수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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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시골집에서 돼지를 키운 적이 있었죠. 집 마당을 가로질러 측간(厠間) 바로 앞에 돼지우리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녀석은 먹고 자고 싸는 일상을 살았죠. 그때 녀석이 먹었던 주식은 우리집 식구들이 먹고 남은 밥과 김치였습니다. 녀석이 하룻밤 사이에 9마리나 되는 새끼를 날 때가 가장 기뻤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무렵에는 소도 키웠습니다. 그걸로 자녀들 학자금을 마련코자 하는 아버지 뜻이었지요. 그때 송아지도 네 마리나 사들였고, 저 멀리 산 너머에 큰 산도 하나 사서 철조망을 둘러쳤습니다. 곳에서 소들이 마음놓고 풀을 뜯어먹고 자라도록 했던 것입니다. 물론 겨울철에는 짚을 차곡차곡 쌓아 놓고, 그것을 한 뭇씩 작두로 잘라 소에게 먹이곤 했지요.

지금은 시골에서 돼지와 소를 한두 마리씩 키우고 있는 집은 없습니다. 세 집 정도만 막사를 지어 돼지와 소를 키우고 있을 뿐이지요. 그렇다고 산에다 방목하는 건 아닙니다. 콘크리트 바닥과 철골 지붕 안에 소를 가둬두고 사료를 먹여서 키우고 있지요. 이른바 '공장식 축산'이라 할 수 있지요.

니콜렛 한 니먼의 <돼지가 사는 공장>은 노스캐롤라이나를 중심으로 번성한 공장식 축산이 몰고 오는 환경오염, 그로 인해 인체에 해로운 질병을 야기할 수 있는 건강상의 문제들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본래 그녀는 전미야생돌물 연합의 변호사로 몸담고 있었지만 '워터키퍼 얼라이언스'로 직장을 옮긴 뒤부터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과 피해를 언론과 환경단체 심지어 법원에까지 소장을 제출하여 큰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공장식 축산업계는 정치적 영향력을 휘둘러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끔 막는다. 대형 축산업체들의 운영 방식이 국민들의 건강에 엄청난 위협이 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덮어 버리려 하는 축산업계의 시도를 니콜렛과 내가 직접 겪은 적도 있다."('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서문 겸 추천사)

그녀는 1980년대 전만 해도 노스캐롤라이나는 소규모 농장에다 다양한 곡식을 재배했고, 돼지도 몇 마리씩 풀어 놓고 키웠다고 합니다. 당시 그 지역의 돼지는 모두 합해 200만 마리가 채 되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만큼 오염이 되지 않았으니 그땐 개울도 맑고 투명했고 물고기와 게도 잡힐 정도로 유명한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헌데 1989년에는 그 돼지 수가 250만 마리로 늘어나더니 2003년에는 1000만 마리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내에 그 지역의 돼지 농장은 1만 2500곳에서 2800곳으로 줄어들었다고 하지요. 야외에 방목하며 키우던 전통식 농장이 사라지고, 점차 배설물 구덩이를 갖추고 수천 마리의 돼지를 가두고 기르는 기업형 사육시설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한 문제점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무엇보다 돼지나 소는 유전자변형 옥수수로 만든 사료와 성장호르몬제를 맞아야 하고, 각종 질병에도 너끈히 견딜 수 있는 항생제를 맞게 된다는 점이지요. 그걸 도살하여 사람들이 사서 먹게 되니, 온전한 사람도 차츰차츰 병에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기업형 사육시설에서 내 보내는 여러 오물들이 대지와 하천으로 스며들고, 인근 지역에는 악취를 풍기고, 여러 기생충들과 모기떼들을 불러 모으니, 그 지역 전체가 오염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녀가 공장식 축산에 대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게 그 두 가지였습니다.

그것을 세상 언론에 알리고, 여러 환경단체에 호소하고, 심지어 법원에 소장까지 제출하여 큰 성과를 거두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요.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지, 그 소송을 준비하면서 만난 인물 가운데 존 트라볼타 주연의 <시빌 액션(Civil Action)>의 실제 주인공인 '잰 슐리츠먼' 변호사와 영화 <인사이더(The Insider)>의 실제 주인공으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싸웠던 '스티브 보즈먼' 변호사도 발벗고 도와줬다고 합니다.

물론 축산업계의 반발과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았다고 하지요. 그녀와 관련된 여러 환경 단체를 향해서는 '채식주의 운동가들이 활동하는 단체'이자 '축산업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동부 출신 변호사들'이 펼치는 주장이라고 매도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미국 정부를 동원하여 축산업 연구원들의 활동까지도 검열토록 했고, 농무부를 향해서도 격하게 항의하는 방해공작을 펼쳤다고 하지요. 하지만 법원은 결국 워터키퍼의 손을 들어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사무총장과의 갈등으로 그녀는 그 일을 정리해야 했고, 그 즈음 캘리포니아의 니먼 랜치에서 실제 방목을 하고 있는 목장주 '빌 니먼'을 만나 혼인까지 골인하게 되고, 전혀 예상치 않게 남편과 함께 직접 소를 키우며 블루베리도 따는 즐거운 생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변호사로서, 환경단체 직원으로, 그리고 목장 부인으로 살게 된 그녀의 이력과 함께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과 그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꼼꼼히 짚어 보길 바랍니다.


돼지가 사는 공장 - 공장식 축산업 너머의 삶과 좋은 먹거리를 찾아서

니콜렛 한 니먼 지음, 황미영 옮김, 수이북스(2012)


태그:#공장식 축산, #니콜렛 한 니먼, #빌 니먼, #워터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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