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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자전거 여행의 출발지인 카슈가르(카스 : Kashi, 喀什(객십))를 출발해 첫 경유지인 칼의 고장 옌지사르(잉지사 : Yengisar / Yingjisha, 英吉沙(영길사))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고 서둘러 숙소를 빠져나와 이곳저곳을 돌아봤다.

중국 정부의 개발로 몸서리를 치고 있는 위구르 작은 마을 잉지사.
 중국 정부의 개발로 몸서리를 치고 있는 위구르 작은 마을 잉지사.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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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인정받는 옌지사르의 칼을 살펴보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마을 중심에 있는 시장으로 향했다.

이곳 역시 중국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로 몸서리를 치고 있는지 마을 곳곳에서 공사현장이 눈에 띄었다. 북쪽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과 공사장에서 생긴 먼지가 뒤엉켜 숨 쉬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 탤런트 한가인을 닮은 여자 모델.
 한국 탤런트 한가인을 닮은 여자 모델.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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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으로 가는 길 우연히 보게 된 간판. 가장 끝에 있는 여자 모델이 한국 탤런트인 한가인과 너무 비슷하게 생겨 한참을 그 앞에서 함께 온 동행과 '맞다',  '아니다'를 주장하며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인다.

"한가인 맞네. 딱 봐도 한가인이야. 초상권 완전 무시인데."
"아니야. 한가인이 중국 여자란 말이야? 딱 봐도 중국 사람인데 뭐."

아무런 의미 없는 논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의 피곤함을 알기에 농담을 섞어가며 웃음을 선물하는 나와 동행. 약간의 논쟁 끝에 '그냥 조금 괜찮은 여자'로 결론지으며 피곤한 표정 대신 웃음꽃이 핀 얼굴로 시장으로 향했다.

실크로드 오아시스 마을 시장 탐방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잉지사 번화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잉지사 번화가.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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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 빠지지 않고 들리는 곳 시장. 관광지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현지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음식과 여러 경험을 할 수 있기에 필자(배낭돌이)에게 있어서는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찾아온 옌지사르의 번화가. 국도를 이용해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마을 규모가 작을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마을 규모가 제법 되는지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국의 통닭과는 달리 노란색이 뚜렷한 위구르 통닭. 눈에 보이는 색과는 달리 그 맛이 기가 막히다.
 한국의 통닭과는 달리 노란색이 뚜렷한 위구르 통닭. 눈에 보이는 색과는 달리 그 맛이 기가 막히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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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음식 통닭.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닭요리지만 이곳의 통닭은 조금은 남다르다. 어떤 기름에 튀겼는지 몰라도 몸 전체가 노란색으로 뒤덮혀 있다.

기름에 바싹 튀긴 프라이드 닭을 먹는 한국인에게는 다소 거부감이 드는 통닭의 색. 처음에는 노란색 때문에 거부감이 들어 선뜻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실제로 맛을 보니 담백하고 무엇보다 씹는 맛이 좋아, 그 자리에서 한 마리를 통째로 해치워 버렸다. (통닭 한마리 12위안 = 약 2200원)

꼬마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내장 꼬치구이.
 꼬마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내장 꼬치구이.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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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 다음으로 무엇을 먹을까, 시장을 둘러보다 유독 아이들이 많이 모여 있는 노점 식당을 발견하였다. 자세히 가서 살펴보니 동물의 내장으로 보이는 것들을 꼬치에 꿰어 숯에 구운 뒤 소스를 발라준다.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음식을 쉬지 않고 먹어치우는 꼬마 아이들. 아쉽게도 아이들의 식성에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시식을 포기했지만, 아이들의 표정에 최고로 맛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위구르 지역의 최고 음식 양꼬치.
 위구르 지역의 최고 음식 양꼬치.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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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 지역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 양꼬치. 꼬마 아이들이 선택한 꼬치를 포기하고 한쪽 숯불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쉬지 않고 꼬치를 돌리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양꼬치를 살핀다.

양고기의 육즙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두께로 잘린 양고기와 꼬치 양 끝 양 갈비를 꼽아 놓은 옌지사르 양꼬치. 향은 물론이요 노릇노릇 익어 가는 그 모습에 반해 현장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양 전부를 주문해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양고기로 가득 배를 채우고,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 발걸음을 재촉했다.(개당 5위안 = 약 900원)

* 토막이야기 :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 동안 들르는 지역마다 양꼬치를 먹어보았는데, 실크로드 여행 기간 중 이곳에서 먹은 양꼬치가 가장 맛이 좋았다. 혹 자동차를 이용해 이 길을 지나가는 여행자가 있다면 옌지사르 시장에 들러 꼭 한 번 먹어보길 추천한다. 참고로 시장 내 양꼬치 전문점은 한 곳밖에 없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보기와는 달리 맛이 일품인 위구르 음식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내장 요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내장 요리.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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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에 이어 발견한 알 수 없는 음식. 자세히 가서 살펴보니 동물의 내장으로 보이는 것들이 김이 나오는 커다란 냄비 위에 젓가락이 꽂힌 채 널브러져 있다. 위구르어만 통하는 이곳에서 정확하게 어떤 동물의 어떤 부위인지 알 수 없지만, 곱창 부위 외에는 대부분 처음 보는 모습이기에 절로 고개가 돌아간다.

나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듯 나만 쳐다보는 사람들.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넓적한 부위(사진 속 냄비 끝에 있는 넓은 부위) 일부를 떼어 나에게 권한다. 생긴 건 동물의 간 모양이지만 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흐물흐물했다. 알 수 없는 부위. 더욱이 동물의 냄새가 가득 배어있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빨리 먹어보라며 손짓을 하는 주변 사람들의 재촉에 용기를 내 입술에 닿지 않게 조심히 입안으로 넣고 혀와 천장을 이용해 맛을 보는데, 기대 이상으로 질감은 물론 맛이 훌륭해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1접시에 2위안 = 약 360원 = 주인장이 마구잡이로 골라준다).

정확하게 그 맛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순대의 간과 비교했을 때 씹는 맛은 물론 담백함이 최소 2배 이상 좋다. 참고로 필자(배낭돌이)는 순대를 시키면 내장을 아주 많이 달라고 부탁하는 내장 마니아다.

알 수 없는 동물의 발로 만든 위구르 음식. 보기에는 그래도 족발 못지 않게 맛이 훌륭하다.
 알 수 없는 동물의 발로 만든 위구르 음식. 보기에는 그래도 족발 못지 않게 맛이 훌륭하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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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꼬마가 맛본 음식이 맛있다며 손가락을 올리는 나의 행동에 이리와 이것도 먹어 보라며 손짓한다.

호기심에 다가가 꼬마 녀석이 추천하는 음식을 살펴보는데, 이번에는 동물의 발로 추정되는 부위가 한가득 담겨있다. 평소 족발을 좋아하지만 검은색 고기에 살짝 덜 익힌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가락 형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알 수 없는 동물의 발의 모습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하지만 나의 기분을 모르는 꼬마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맛보라며 그것을 건넸고, 친절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받긴 했지만 맛보기가 쉽지 않다.

자신들의 음식을 처음 맛보는 외국인의 반응이 무척 궁금한지 나를 향한 시선이 제법 많았다. 결국 난 뼈에 붙은 고기를 뜯어 입안으로 가져가 맛을 느껴본다. 이상할 거라고 생각을 해서 그럴까? 처음에는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다. 난 계속 씹고 입안 구석구석으로 그것을굴리며 익숙한 쫀득쫀득한 맛을 찾아본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할 정도로 씹는 맛은 물론 맛이 기가 막히는 고기. 족발과 비교해 설명하자면 콜라겐이 가득한 부위에서 기름기를 완벽하게 뺀 맛으로 씹는 맛은 물론 맛도 일품이다.

빨간 양념을 발라 화덕에 구운 산양구이. 보기에는 살짝 거부감이 들어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맛이 기가 막히다.
 빨간 양념을 발라 화덕에 구운 산양구이. 보기에는 살짝 거부감이 들어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맛이 기가 막히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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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빨간 양념을 발라 화덕에 구운 산양 요리, 내장을 매운 육수에 넣어 익혀 먹는 음식까지. 대부분 내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과는 색과 겉모양이 달라 먹기도 전에 맛을 평가하거나, 먹어보려도 하지 않았지만, 막상 먹어보니 그 어떤 나라의 음식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맛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만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맛과 비밀이 숨어 있는 음식. 국내는 물론 국외 여행 시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라도 먹기도 전에 맛을 예상 혹은 평가하거나, 단정 짓지 않았으면 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맛의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그 또한 여행의 추억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는 글 |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음식, #실크로드, #여행, #자전거여행, #위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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