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리는 친구들에게 인기 최고입니다.

스텐리는 친구들에게 인기 최고입니다. ⓒ 타임스토리그룹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은 아름다운 영상과 유머로 재미있게 꾸며져 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참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어 반전을 경험하게 됩니다. 스탠리는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가난한 소년입니다. 친구들은 그런 스탠리에게 기꺼이 자기들의 도시락을 나눠줍니다. 그런데 식탐이 대단한 베르마 선생님은 친구들의 도시락을 빼앗아 먹기를 좋아합니다.

주변 교사와 아이들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의 뻔뻔함까지 갖춘 선생님. 그런 그가 아이들의 도시락을 얻어먹는 스탠리를 경쟁상대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베르마 선생님은 스탠리에게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으면 학교에 올 수 없다고 고함지릅니다. 스탠리는 이 사건 이후로 등교하지 못한 채 자취를 감춰버립니다.

영화 속 아역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뛰어납니다. 사소한 표정연기가 너무 자연스런 아이들과 식탐을 피우는 베르마 선생 역을 맡은 아몰굽트는 이 영화의 감독이자 배우로 활약합니다. 선생으로서 아이들의 도시락을 빼앗아 먹는 역할 설정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그는 능청스럽게 뛰어난 연기로 실감을 더해줍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도시락을 못 싸오는 가난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의 재능과 실력을 키워주는 선생님과, 교권으로 짓눌러버리는 선생님을 극적으로 대비시킵니다. 게다가 전 세계 빈곤국가에서 노동에 시달리는 아동들에 대한 고발을 담고 있습니다. 

헐리우드에 도전하는 발리우드의 심상치 않은 파괴력

 감독이자 배우인 아몰굽트는 식탐선생 베르마연기를 완벽하게 해냈다

감독이자 배우인 아몰굽트는 식탐선생 베르마연기를 완벽하게 해냈다 ⓒ 타임스토리그룹


인도에서 탄생한 영화들이 최근 몇 년 간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도 <내 이름은 칸> 제작진이 만든 영화입니다. 지난 2009년 개봉해 87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블랙>을 비롯해, 2011년 <내 이름은 칸>과 <세얼간이>도 각각 38만과 4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한국 영화시장에서 인도영화는 더 이상 마니아들만의 영화가 아닙니다.

인도영화의 특색은 무엇보다 '인간'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입니다. 잘 알려진대로 인도는 아직도 계급사회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출생이 곧 인생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빈부의 격차가 극심합니다. 빈자는 영원히 빈자로, 부자는 영원히 부자로 살 운명을 타고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인도에서 '인간'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이 각광을 받고, 할리우드에 도전장을 던질만큼 주목 받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혁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인간'이라는 주제는 저 개인의 주관적 견해입니다만, 그 인간이 내포하는 사상은 아주 심도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인 '인간', 그런 인간을 지배하고 억압하기도 하는 또 다른 '인간',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적인 '합의'라는 이름의 '지배구조'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인간과 인간은 그저 '인간'으로서 존재하지 못하고 늘 인간이 만든 '제도'와 '힘'의 논리에의해 상호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살아야 할까요.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은 인도의 교육제도와 아동노동 문제를 고발합니다. 결코 불편하지 않은 영상에 담겨진 너무나 불편한 진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무상급식의 당위성을 보여준 <스탠리의 도시락>

 점심시간마다 물로 배를 채우는 스탠리

점심시간마다 물로 배를 채우는 스탠리 ⓒ 타임스토리그룹


영화의 불편함을 가중시킨 가장 큰 요소는 주인공 스탠리의 삶입니다. 스탠리는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채 점심시간마다 수돗물로 배를 채웁니다. 결국 도시락 때문에 학교에서 쫒겨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무상급식 문제는 늘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 정당의 입맛에 맞춰졌습니다. 영화에서 어린이들은 도시락 하나로 차별을 당합니다. 그러나 도시락이 없어진 지금 한국교육의 현실에서도 차별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또한, 스탠리는 인도의 어린이 노동자 1200백만 명 중 하나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 노동인구는 약 2억5000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채석장, 카카오밭 등에서 하루 1달러도 못받는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인도처럼 어린이 노동자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의무교육 덕분에 최소한 초등학교까지는 어린이들을 교육할 의무를 국가가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구별해 '선별적 복지'를 주장합니다만, 그런 미명하에 현장에서 '선별' 당한 어린이들은 상처를 받습니다. 선별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되찾아주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 '자본'의 힘으로 상징되는 할리우드에 항거하는 '인간'의 힘을 보여 준 영화입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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