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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 제주도 성산일출봉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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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그중 하나는 일반 대중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 대중들이 권력에 통제되면서 동시에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두환 정권시절에 있었던 '평화의 댐' 사건이다. 평화의 댐은 북한의 금강산댐을 핑계로 만들어졌다. 1986년에 착공해서 2003년에 완공된 금강산댐은 높이 120미터, 길이 710미터로 약 26억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1986년 당시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금강산댐에 저장된 물이 한꺼번에 방류되면 서울이 물바다가 된다'라는 식의 보도를 했고, 북한의 '수공'을 두려워한 국민들은 '평화의 댐'을 짓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그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나에게도 그때의 기억이 남아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도 모금운동을 했고 서울이 물에 잠기면 안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나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돈을 냈다. 당시 TV에서는 매일 모금액이 얼마에 이르는지 알려주며 모금을 독려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해프닝이었다. 서울이 물에 잠기려면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한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26억 톤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이 댐 건설을 가장 먼저 환영한 것은 당시에 이명박이 근무하던 현대건설이었다고 한다. 전두환이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조작한 내용을 언론은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받아 적었고 국민들은 거기에 놀아나면서 아까운 돈을 정부에 가져다 바친 셈이었다.

이 평화의 댐은 거대한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것이 후에 밝혀졌다. 지금도 의아한 것은, 그 당시 그 많은 언론들 중 한 군데에서도 평화의 댐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살벌했다고 하더라도, 모금운동에 동참하지 않으면 왕따 당하던 시절이라고 하더라도 잘 이해가 되지않는 사실이다.

거대한 사기극

용두암
▲ 제주도 용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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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두려움일 것이다. 서울이 물에 잠길지도 모른다는 공포, 북한에서 드디어 구체적인 남침 시나리오를 세웠다는 두려움이 사람들의 사고능력을 마비시켜버린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그 두려움을 제대로 이용해서 국민들을 통제하고 조종하는데 성공했다. 권력유지를 위해서 국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려주는 예가 바로 전두환 시절의 평화의 댐 사건이다.

우리나라처럼 분단된 국가라면,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국가라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그 사실을 이용해서 반복적으로 집요하게 국민들을 위협한다. '정부에서 하는 말을 들어라' '그렇게하지 않으면 전쟁 터져서 다 죽는다' 대충 이런 식의 분위기를 조장해서 국민들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1986년 당시에 전두환과 그 측근들은 정말로 금강산댐이 서울을 물에 잠기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을까. 아니면 거짓인걸 알면서도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일부러 사기를 쳤을까. 그렇게 믿고 있었다면 정부가 멍청한 것이고 거짓말을 했다면 거기에 속아 넘어간 국민들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제주도 강정마을에 세워진다는 해군기지를 보면서 평화의 댐을 떠올린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필요한지, 해군기지를 세우기 위해서 거쳐야할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또는 자연을 파괴하면서 굳이 해군기지를 만들어야 하는지 등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거기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기사들이 나와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구체적이지도 않은 군사적 위험을 핑계로 국민들을 협박해서 또다시 '제2의 평화의 댐'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될 뿐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1986년 처럼 정부에게 속아 넘어가서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고 화가 날 뿐이다.

전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은 "권력은 국민의 공포와 무관심에 의존한다"라는 말을 했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세력이 멍청하거나 악하다면 국민이 정신을 차리는 수밖에 없다. 그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 또다시 어리석은 역사를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만장굴 앞 조형물
▲ 제주도 만장굴 앞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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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 해군기지, #금강산댐, #평화의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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