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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민주통합당 청년대표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경선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김광진, 김영웅, 박은철, 박지웅 후보가 토론을 벌이고 있다.
 6일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민주통합당 청년대표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경선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김광진, 김영웅, 박은철, 박지웅 후보가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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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선거인단 모집 마감일이던 7일, 대학생들에게 이 날은 삼성그룹 채용을 위한 서류 마감일일 뿐이었다. 학교 컴퓨터실은 원서를 작성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학생들로 붐볐다. 그 와중에 내가 청년비례대표 토론회를 취재하러 간다고 하니 다들 의아해 한다. 토론회에 대해 알고 있는 친구도 없을 뿐더러, 취업준비생들에게 '정치'는 사치이기 때문이다.

큰 기대를 받으며 시작된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선출. <슈퍼스타K>의 방식을 채택한 경선방식과 '스토리 있는' 후보자들로 많은 관심을 받는 듯했으나, 정작 선거인단 모집 결과를 보니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민주통합당은 만 19살에서 35살 사이의 대한민국 청년들로 1만8000여 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애초에 예상했던 10만 명이라는 목표치의 10% 정도 되는 인원이다.

민주통합당 청년대표 국회의원 선출 특별위원회는, 당원들 가운데 해당 연령층을 자동으로 선거인단으로 등록시키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원을 받아 구성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3명의 학생들과 '청년비례대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청년 정치인도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것이 없어"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던 고려대학교 학생 배동하(가명, 23)씨에게 이번 청년비례대표 선거인단에 참여했는지를 물었다. 의외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청년비례대표가 청년을 대표한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청년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젊은 세대의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민주당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 공약들 역시 기성세대 정치인들을 답습하는 느낌이다."

서강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지훈(가명, 25)씨 역시 비슷한 대답을 했다.

"정치권이 '청년비례대표'에 부여하는 의미만큼 그들의 존재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당선이 된 이후에도 그들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사실 의문이다."

혹시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에서 열린 청년비례대표 토론회를 시청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토론회가 있다는 것도 몰랐고, 알았다고 해도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청년비례대표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인 이유를 물었다.

"개인적으로 이준석이나 손수조 같이 먼저 정치에 발을 들인 젊은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이 청년 정치인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게 하는 것 같다." 

민주통합당판 '손수조 마케팅'의 부재

함께 <오마이뉴스> 기자단 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 윤형준(24)씨에게 물었다. 그는 이번 민주통합당 선거인단 모집 실패의 원인으로 언론을 통해 노출될 수 있는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을 꼽았다.

"토론회 과정을 몇 차례 지켜봤는데 매력 있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도 실제 언론에서 이슈화되는 인물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행사 홍보에 주력하다보니 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마케팅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리고 행사 자체가 처음인데 준비기간도 짧아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청년희망플랜 대변인 김정현(25)씨 역시 민주통합당 차원의 홍보가 부족했던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기성 정치인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청년들 중에서 4명 뽑기만 하면 걔네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줄게'라고 한다고 해서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들이 이에 대해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겠나." 

그렇다면 '이렇게 했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라는 아이디어가 있는지를 물었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선거인단만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직접 찾아가서 청년비례대표를 홍보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선거기간에만 '반짝' 하는 단기간적인 홍보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몇 년 동안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있다면 '민주당이 이런 것도 하네?' 하며 학생들이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성정치인과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

김영경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에게 후보들의 정책들이 언론이나 청년들에게 큰 어필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들 간의 차이점이 분명하지 않다.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는 사실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약으로 어필하려고 해도 청년들에게는 그 후보가 그 후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 하려는 노력이다."

안 그래도 학생 인터뷰에서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김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차별화 전략이 무엇인지 물었다.

"기성정치인들처럼 뽑히고 나면 그만인, 선거 때만을 위한 공약이 아닌, 후보자들끼리 정책을 통해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지금 기획하고 있는 것이 청년 정책 연대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각 청년후보들이 모여 이 공약만은 지켜나가자는 후보자 간의 공동 공약을 만들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기성 정치인들과의 차별화 전략이 될 것이다."

여러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락파티>와 <위대한 진출>의 청년대표를 국회로 진출시키자는 의도와 그들의 시도는 참신했다. 거대 정당들의 도움 없이 청년들 스스로가 자신들만의 세력을 가지고 정치에 입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희망플랜의 김정현씨 역시 각 정당의 청년비례대표 선출에 대해 "바람직하고 해 볼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청년 후보들과 당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청년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일 것이다. 기존 정당들의 노력과 함께 젊은 세대의 정치에 대한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이번 청년비례대표 경선에서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지만,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는 우리 청년들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고재연 기자는 오마이프리덤 2기입니다.



태그:#청년비례대표, #민주통합당, #락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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