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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호남에서 '여당'으로 통하는 민주통합당이 4차 경선 및 단수후보자를 발표했습니다. 전남 여수시는 선거구가 두 곳인데 '갑' 지역은 두 후보를 선정해 경선 지역으로 만들고 '을' 지역은 한 명을 공천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여수는 두 지역구를 하나로 묶는다는 말이 돌면서 국회의원 배지 달려고 열심히 움직이던 분들이 잔뜩 긴장했던 곳이죠. 다행히(?) '갑', '을' 두 선거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돼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졌습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이 '갑' 지역과 '을' 지역을 다르게 평가한 이유가 뭘까요? 추측컨대, 여수갑 김성곤 현 국회의원이 민주통합당 당론과 반대로 한미FTA 비준안 통과에 동의한 일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한미FTA 비준안 협의 처리 주장... 당에 미운털 박혔다?

 

김성곤 후보는 18대 국회 최대 쟁점이던 한미FTA 비준안을 협의해서 처리하자며 '백팔배'를 하는 고통도 감수한 사람입니다. 그것도 정태근 의원(전 한나라당 의원) 단식장 옆에서 말이죠. 웬만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당에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나 봅니다. 이 부분은 김성곤 후보 보좌관인 김동욱씨와 전화통화에서도 확인됩니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데, 김 후보는 한미FTA '찬성파' 아니다. 협상을 통해 일을 처리하자고 주장한 '협상파'인데 사람들이 오해한 거다. 그리고 그런 오해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그 틈을 파고들려고 '갑' 지역에 많은 예비후보가 몰렸다. 그러다 보니 당에서는 이 지역을 경선지역으로 선정한 것 같다."

 

8일 오전 8시쯤 여수 웅천삼거리에서 아침 출근 차량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성곤 의원을 만나 재차 확인했습니다.


"아무래도 당에서 그 사안(한미FTA)에 대해 고려했겠지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제가 한 행동에 대해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진심(한미FTA 협의처리 해야 한다는 의지)을 시민들이 알아주리라 믿습니다."

 

오히려 "김성곤 살리기 위한 기득권 인사"라는 반발도...

 

한편으로 보면 김 후보는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꽤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후보는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한명숙 후보의 전남본부장을 맡아 한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공천에서는 그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갑' 지역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자 중에서 당으로부터 낙점받지 못한 분이 "이번 발표는 김성곤 후보를 살리기 위한 '기득권인사'일 뿐이다"며 기자회견을 했으니까요.

 

결국, '갑' 지역은 당 대표 측근이라는 점과 현역의원으로서 그동안 당에 기여한 점이 고려됐는지 '공천배제'라는 강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당 공식입장과 배치된 김 후보의 행동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이 지역이 경선구도로 변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다 보니 '갑' 선거구는 북새통입니다. 새누리당(김중대), 통합진보당(강용주), 창조한국당(한성무)에서 한 명씩 후보를 냈고 무소속은 박종수, 김동진, 김철주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두 명까지 합치니 모두 여덟 명이나 됩니다.

 

오현섭 전 시장 뇌물비리 사건, 주 의원 책임 없다?

 

반면, '을' 지역은 주승용 현 국회의원에 대해 결정적 흠을 찾기 어려웠나봅니다. 이른바 '오현섭 전 여수시장 뇌물비리 사건'도 주 후보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으니까요. 주 후보는 뇌물비리 사건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걸까요?

 

그래서 '을' 지역은 한산합니다. 아니, 바람 한 점 없는 '무풍지대'라고 표현해도 괜찮겠네요. 이런 현상은 '을' 지역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될 때부터 예상했던 결과입니다. 두 사람만 등록했거든요.

 

주승용(59세) 현 국회의원과 박종옥(54세)씨가 그분들인데 민주통합당은 이곳에 확실한 힘을 불어넣었습니다. 주승용(59세) 현 국회의원 한 사람만 19대 국회의원 후보자로 간택(?)했습니다. 더구나 '을' 지역은 다른 당 국회의원 후보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다행히 무소속 김성훈 후보가 한 명 있어 그나마 모양새는 갖췄습니다. 그야말로 '승용불패'의 신화를 깔끔히 보여준 곳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곰곰이 생각하니, '을' 지역 일부는 여수산업단지 배후도시로 만들어진 터라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요.

 

통합진보당은 왜 '여수을'에 후보를 내지 않았을까

 

다시 말하면,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통합진보당이 힘깨나 쓸 만한 곳입니다. 또 한 가지, 여수는 몇 년 전 터진 오현섭 전 여수시장 비리사건에 연루된 민주통합당 시, 도의원들이 줄줄이 의원직을 잃으면서 국회의원선거와 함께 시, 도의원 보궐선거도 치러야 하는 복잡한 곳입니다.

 

그동안 통합진보당은 이런 상황을 만든 당이 민주통합당이라며 여수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규탄집회를 수차례 열었죠. 또,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갑, '을' 두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김성곤, 주승용 의원을 반드시 표로 심판하자며 시민들에게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되돌아보니, 통합진보당이 '을' 지역에 국회의원 후보를 내야할 이유가 충분하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통합진보당은 '을' 지역에 시, 도의원 보궐선거 후보만 내놓았습니다. 입맛이 약간 씁쓸합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김재영 통합진보당 전남도당 여수시위원회 사무국장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이렇습니다.

 

"안타깝지만 '을' 지역은 후보자가 준비 안 됐다. 또, '갑' 선거구는 민주통합당 김성곤 후보가 한미FTA 비준안 통과 시 보인 행동 때문에 그곳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을' 지역을 무공천한 이유다."

 

"그 사람들한테 힘 보탤 생각 눈곱만큼도 없어"

 

나름대로 이유는 있겠지만 이해는 안 됩니다. 결국 '을' 지역은 김 빠진 사이다 맛 나는 곳이 됐습니다. 손바닥도 부딪쳐야 소리가 납니다. 각 당이 서로 좋은 정책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 구경꾼도 신날 텐데 김이 팍 새버렸습니다.

 

어쨌거나 주승용 의원은 허리띠 조금 느슨하게 풀고 선거에 임해도 괜찮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며칠 전 급한 볼일로 택시를 탔습니다. 당연히 기사님께 선거에 대한 질문을 던졌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많은 말 중에 제 귓가를 아직도 맴돌고 있는 말이 있어 옮겨봅니다.

 

"누가 나와도 다 똑같아. 그래서 투표 안 할 참이야. 가족이 찍든, 동창들이 찍든, 지들끼리 알아서 다 해먹으라 그래. 그 사람들한테 내 힘 보탤 생각 눈꼽만큼도 없어."

   

제가 말을 조금 순화시켜서 망정이지 그 기사님 사실은 온갖 육두문자를 써가며 이번 선거 포기하겠다고 말하더군요. 차마 그 말들은 옮기기가 부끄럽습니다. 여수가 서서히 정치 혐오를 넘어 무관심증에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태그:#제19대 국회의원선거, #여수시 재,보궐선거,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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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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