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파키스탄 육로 국경 마을 소스트(Sost)

중국의 국경도시 타쉬쿠르칸을 출발하여 파키스탄 국경 마을 소스트로 가는 길. 세상에서 가장 높고, 험난하지만 아름답기로 유명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다.

자동차 한 대도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비포장도로를 미친 듯이 폭주하더니 이내 비포장도로를 견디지 못한 버스에 문제가 생겨 인적이 거의 없는 카라코람 산맥 한곳에 멈추어섰다.

오지에서 멈추어버린 국제버스.
 오지에서 멈추어버린 국제버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안전장치도 없는 비좁고 위험한 곳을 여유롭게 담배까지 피우며 달리는 중국 기사 아저씨.생각지도 못한 버스공장에 자신도 놀랬는지 차에서 내려 원인을 찾아보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는지 고개를 저으며 애꿎은 타이어만 발로 차고 있다.

"내가 한번 살펴볼게."

유심히 기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파키스탄 청년. 이전에 자동차 수리점에서 일했었다며 기사 아저씨를 대신해 버스의 구석구석을 살피더니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고장 원인을 찾았다며 공구를 가져와 차 밑으로 들어가 수리를 시작한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카라코람 하이웨이 공사 구간.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카라코람 하이웨이 공사 구간.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브레이크 마모가 심하니까 조심히 운전해."

하루도 쉬지 않고 비포장도로를 달려 양국을 오가는 국제버스. 거기에 미친 듯이 속도를 내는 기사 아저씨 덕에 바퀴를 잡아주는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고정해 놓았지만 잘못하면 브레이크가 안 들 수 있다며 과속운전을 주의하라고 하라며 몇 번이고 당부의 말은 건넨다.

하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기사는 버스에 올라 이전과 마찬가지로 비좁은 길을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 가지 않아 보이는 도로 공사 중인 파키스탄 인부들.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혹 버스가 고장이 나거나 사고가 나면 그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의 불꽃이 피어난다.

2배나 오른 입장료, 깎아주면 안 될까?

버스가 지나가기에는 다소 비좁아 보이는 도로. 도로에서 살짝 벗어나면 흙담이 무너져 아래로 추락해버린다.
 버스가 지나가기에는 다소 비좁아 보이는 도로. 도로에서 살짝 벗어나면 흙담이 무너져 아래로 추락해버린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보기만 해도 아찔해 보이는 좁은 도로와 커브길. 안전장치 하나 없는 이곳에서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버스는 그야말로 시한 폭탄이나 다름없다.

"아저씨 커브 커브. 천천히 천천히~"

기사 아저씨만 믿고 있기에는 너무 아쉬운 내 인생. 아무리 말을 해도 수용할 마음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옆자리에 앉아 끊임없이 참견하며 안전 운전을 유도한다.

국제버스 앞 창문으로 바라 본 카라코람 산맥.
 국제버스 앞 창문으로 바라 본 카라코람 산맥.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계속되는 여행자의 근심 어린 참견에 마음이 열렸는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알았어. 천천히 갈께' 말하곤 속도를 줄이는 기사 아저씨. 덕분에 버스 가장 앞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아름다운 카라코람 산맥을 가슴 가득 담으며 파키스탄 국경으로 향한다.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공원 관리비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는 쿤제랍 패스 매표소.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공원 관리비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는 쿤제랍 패스 매표소.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 지인 쿤제랍 패스를 지나 약 2시간을 달려 만난 첫 건물. 쿤제랍 패스 구간을 담당하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에서 이곳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 국립공원 관리비를 받는 일종의 매표소이다.

국제버스에 타고 있는 모든 외국인은 이곳에서 내려 여권을 제시하고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파키스탄 화폐인 파키스탄 루피(PAKISTAN RUPEE)와 미국 달러로도 지불이 가능하다.조금 재미있는 것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내는 금액이 달라 내국인은 500m 후방에서 내려 요금을 내고 외국인은 사진 속에 보이는 건물에서 직접 입장료를 내야 한다.

급하게 수정한 티가 팍팍나는 입장료. 기존 4달러에서 예고도 없이 2배나 올랐다.
 급하게 수정한 티가 팍팍나는 입장료. 기존 4달러에서 예고도 없이 2배나 올랐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미국 달러보다는 파키스탄 루피를 내는 것이 여행자에게는 이득이라 미리 환전해 가져온 파키스탄 루피로 입장료를 냈는데 돈이 적다며 더 달라고 손짓을 한다.

"올해부터 입장료가 올랐어."

기존 외국인은 4$를 내야 했던 입장료가 올해부터 2배 오른 8$로 올랐다는 직원의 설명. 설마 바가지를 씌우려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2배나 오른 가격이 말도 안 된다며 항의를 하니 나를 데리고 나와 외부 표지판에 적힌 입장료 요금표를 보여준다.

파키스탄인은 약 1.5$, 외국인은 6배 요금인 8$. 급히 수정한 티가 팍팍 나는 2배나 오른 가격에 황당해하며 요금을 깎아 달라고 이야기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해맑은 미소뿐이다.

짐칸 문을 열고 2시간이나 비포장도로를 달렸다고?

맞은편에서 빠르게 우리쪽으로 달려오는 트럭. 좁은 길을 사고도 없이 운전하는 기사들이 신기할 정도이다.
 맞은편에서 빠르게 우리쪽으로 달려오는 트럭. 좁은 길을 사고도 없이 운전하는 기사들이 신기할 정도이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2배나 오른 요금에 살짝 배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가져온 파키스탄 루피로 입장료를 내고 버스에 올라 파키스탄 국경으로 향한다. 매표소를 지나서도 계속되는 비포장도로. 여행자는 물론 내국인에게 공원 관리비 명목으로 받는 금액으로 무엇을 하는 건인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아 웃음만 나올 뿐이다.

한참을 달려가는데 저 앞에서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중국 화물차가 보인다. 버스도 겨우 지나가는 이 길을 대형 화물차로 느리지 않은 속도로 달리는 사람들. 도로 상태를 보았을 때는 많은 사고가 날 거라 예상했는데, 기사 아저씨 말로는 이 길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웬만해서는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약 2시간 동안 짐칸의 문을 열고 비포장도로를 달린 버스. 뒤에 짐을 실은 사람들이 자신의 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약 2시간 동안 짐칸의 문을 열고 비포장도로를 달린 버스. 뒤에 짐을 실은 사람들이 자신의 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도로 폭이 좁아 아찔하게 우리 버스를 피해 가는 화물차 기사가 뒤를 가르치며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버스 옆에 달린 커다란 거울로 살펴보지만, 흙먼지만 날릴 뿐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잠시 고민하던 표정으로 거울을 보고 있던 기사 아저씨가 아무래도 확인을 해야 할 듯한지 한쪽에 차를 세우고 뒤를 살펴보고 돌아와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전한다.

"뒤에 짐칸이 열린 채로 2시간을 달렸어. 각자 짐 확인해봐."

상황을 들어보니 아까 버스가 고장 났을 때 공구를 꺼내려 짐칸을 열었고, 수리 후 문을 닫지 않고 이곳까지 달렸다고 한다. 한국이었다면 난리가 날 상황.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별일 아닌 듯 차에서 내려 모래로 가득 덮인 짐칸을 살피며 자신의 짐이 있는지 확인하고 O.K 사인을 보낸다.

짐 검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한 국제버스에서 본 카라코람 풍경.
 짐 검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한 국제버스에서 본 카라코람 풍경.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다행히 없어진 짐은 없는지 열린 짐칸의 문을 닫고 다시 출발하는 버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앞좌석에서 담배를 피우며 기사와 이야기를 건네는 청년에게 묻는다.

"문이 열려서 흙도 다 들어가고, 잃어버렸을 수도 있는데 괜찮아?"
"왜? 너 짐 없어졌어? 내 것은 잘 있는데……."

필자(배낭돌이)의 질문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청년. 한참을 나에게 질문의 요지를 물어보더니 간단하게 그들이 왜 이렇게 여유로운지 상황을 정리해준다.

"흙이야 털면 되고, 짐이 떨어졌다 해도 길이 하나뿐이라 지나가는 사람이 국경으로 가져다주겠지."

많은 산과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사는 이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걱정이 앞서는 필자(배낭돌이)와는 달리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화를 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의 표정에서 긍정 에너지가 넘쳐난다.

나라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입국심사, 이 정도는 해야지

파키스탄 육로 국경 소스트.
 파키스탄 육로 국경 소스트.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좁은 길을 폭주한 기사 아저씨 덕에 평소 걸리는 시간보다 30분은 빨리 도착한 파키스탄 국경 마을 소스트. 좋지 않은 도로임에도 빠르고, 안전하게 데려다 준 아저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입국심사를 위해 이미그레이션으로 향한다.

파키스탄 여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한국인. 다른 나라에 비해 비자 받기가 다소 까다로운 파키스탄이지만 이곳 소스트는 육로로 도착하는 한국 여행자에게 비자금액과 간단한 서류만 작성하면 도착 비자를 발급해주어 파키스탄 여행지의 출발지로 인기가 좋다.

파키스탄에 도착한 여행자를 직접 환영해주는 소스트 이미그레이션 책임자,
 파키스탄에 도착한 여행자를 직접 환영해주는 소스트 이미그레이션 책임자,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안녕하세요. 파키스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아~~안녕하세요. 한국 사람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조금 딱딱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의 일만 하는 대부분 국가의 이미그레이션 직원들과는 달리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친절을 베푸는 파키스탄 국경 사람들.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여행자에게도 미소는 건네는 사람들로 이내 기분이 좋아진다.

"소스트 이미그레이션 보스입니다. 파키스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직원을 따라 들어간 방. 한쪽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일어나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악수를 청한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이곳 소스트 이미그레이션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 우리나라로 치면 꽤 높은 자리에 있음에도 일개 여행자에게 환영인사와 악수를 건네고, 입국에 필요한 서류 작성을 도와주며 파키스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손으로 직접 써 여권에 붙여주는 파키스탄 비자. 그들의 친절이 담겨 있어 의미 깊은 추억으로 기억 된다.
 손으로 직접 써 여권에 붙여주는 파키스탄 비자. 그들의 친절이 담겨 있어 의미 깊은 추억으로 기억 된다.
ⓒ 오상용

관련사진보기


직접 사전까지 찾아가며 자신의 나라 파키스탄을 소개하고, 장시간 버스를 타고 온 여행자를 위해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내어주며 관심과 친절을 베푼 사람들. 다른 나라 어느 국경에서도 받아 본 적 없는 특별한 대접에 다소 당황도 했지만, 그들의 친절과 도움으로 기분 좋게 파키스탄 여행을 시작한다.

다른 국경과는 달리 여행자에게 무척이나 친절한 파키스탄 국경. 물론 외국인이 많이 오지 않은 곳이라 여유가 있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친절은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했던 파키스탄을 친절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로 인식하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타국을 찾은 외국인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곳. 많은 사람으로 붐비기에 때로는 인사 한마디 못하고 무표정으로 맡은 일을 처리하지만, 그 나라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만큼 기분 좋은 미소와 인사 한마디는 잊지 말았으면 한다.

배낭돌이 추가 팁) 한국에서 파키스탄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현지에서 거주 중인 사람 혹은 사업장의 초청장과 왕복항공권 등 많은 서류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육로 국경 소스트에서는 비자피(45$)와 신청서 2장이면 현장에서 도착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의 할 것은 타쉬크루칸-파키스탄 국제 버스가 보통 10~4월 사이에는 운항하지 않으니 이 기간 육로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떠나야 한다.

덧붙이는 글 | *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행, #배낭여행, #파키스탄, #실크로드, #카라코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