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엊저녁 액자공장을 가려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데 벌어진 일이다. 시장통 사거리 앞에서 주행 중 빨강신호가 들어와 신호를 받고 정지선에 섰다. 바로 뒤에 4톤 화물차가 서 있었는데 느닷없이 빵 하는 경적소리 냈다. 얼마나 깜짝 놀랐는데 핸들을 놓쳤다. 아놔! 350Kg이 넘는 오토바이가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가려 하는 것을 억지로 바로 잡았다. 순간적으로 힘을 써서 그런지 손목도 시큰거리고 허리도 욱신거린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 전 자가용 운전자가 과자를 먹으며 과자봉지를 창밖으로 버리기에 승강이를 벌였는데 이번에는 임산부 아기가 떨어질 정도의 경적소리에 놀랐으니 울화가 치밀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기를 업고 가던 아기 엄마가 아이를 달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물차 앞을 가로막아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화물차 기사한테 따졌다.

"아니, 경적 울릴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도대체 왜 빵빵거리는 거요?"

크롬으로 도금 된 육중한 엔진.
▲ . 크롬으로 도금 된 육중한 엔진.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연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즐기는 모습, 연인들끼리 같은 종류의 오토바이를 즐기는 커플이 늘고 있다.
▲ 연인 연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즐기는 모습, 연인들끼리 같은 종류의 오토바이를 즐기는 커플이 늘고 있다.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웃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화물차 기사가 차창을 내리고 고개를 내밀더니 첫 마디로 쌍시옷으로 시작하는 육두문자부터 내뱉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오토바이가 그냥저냥 건너가면 되지 뭘 신호를 지킨다고 차를 가로막고 있느냐고 난리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너고 있어야 비켜주든지 할 거 아닌가.

그리고 설사 내가 비켜준다고 해도 빨간 신호등인데 당신은 뾰족한 무슨 수가 있냐고 물었더니 빨리 비키기나 하라며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러는 사이 신호등은 파란색으로 바뀌고 화물차 기사가 화가 났는지 부릉부릉하며 오토바이를 밀어버릴 기세다. 당신 이 오토바이 쓰러트리면 당신 화물차 팔아야 수리가 가능할 거라며 엄포를 놓고는 112에 전화를 걸었다.

2분도 안돼서 순찰차가 왔다. 나는 그저 바지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고 있는데 오히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문방구 최씨가 나와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경찰관아저씨도 신고를 한 당사자보다 지켜본 사람이 더 화가 나서 자세히 설명을 하니 쉽게 수긍이 가는 모양이었다. 결국 화물차 기사는 난폭운전으로 벌금 몇만 원과 벌점을 받고 말았는데, 그래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눈치다.

오토바이를 즐긴 지 올해로 30년째. 빠른 스피드도 즐겨보았고 차량과 차량 사이를 곡예 하듯이 빠져나가는 소위 '칼치기'라는 것도 해보았다. 결혼을 하고 아내를 뒤에 태우고 가다가 사고를 낸 후로는 스피드보다는 여유를 즐기게 되었고 차량보다도 더 신호등의 정지선을 잘 지켰다.

오죽하면 오토바이클럽에서 "너하고는 답답해서 못 다니겠다"며 왕따를 당했을까. 그리고 언젠가는 국도에서 제발 신호등 좀 제대로 지키고, 교차로에서 오토바이 행렬 지나갈 때 신호가 끊기면 사륜차 가로막고 오토바이 행렬 먼저 보내는 그런 행동 좀 하지 마라는 글을 썼다가 강제로 퇴출을 당하기도 했다.

"오토바이도 자동차랍니다"

오토바이에 네비게이션은 물론 CB (무전기)까지 달려 나오고 품질 좋은 오디오는 기본이다. 또한 오토바이 열쇠 오토바이본체하고 열쇠 안에 있는 칩과 통신이 이루어져야 만이 시동이 걸리기도 한다. ABS 브레이크시스템은 기본이 되었다.
▲ 네비게이션 오토바이에 네비게이션은 물론 CB (무전기)까지 달려 나오고 품질 좋은 오디오는 기본이다. 또한 오토바이 열쇠 오토바이본체하고 열쇠 안에 있는 칩과 통신이 이루어져야 만이 시동이 걸리기도 한다. ABS 브레이크시스템은 기본이 되었다.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사진관 앞에서 폼을 잡았다. 실제로 오토바이 탈 적에는 헬멧 속에 멋을 부리기 위한 두건도 쓰고 안전을 위헤 부츠도 신와 가죽장갑도 착용한다.
▲ . 사진관 앞에서 폼을 잡았다. 실제로 오토바이 탈 적에는 헬멧 속에 멋을 부리기 위한 두건도 쓰고 안전을 위헤 부츠도 신와 가죽장갑도 착용한다.
ⓒ 조상연

관련사진보기


오토바이도 자동차세를 내고 '2종 소형'이라는 면허증이 있어야만 운전을 할 수 있는 자동차이다. 신호를 무시하고 사람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질주를 하고 국도변에서 갓길로 질주를 하는 게 오토바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오토바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의식이 그러하고, 또 그러한 생각이 도로에서 보이니 엊저녁의 화물차 기사만을 탓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OECD 국가 중에 오토바이가 고속도로 통행을 못하는 나라는 몇 안 된다.

사실 나 역시 오토바이를 즐기는 사람이지만 고속도로 통행은 크게 찬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토바이 고속도로 통행을 요구하기 이전에 우선 오토바이를 레저로 즐기는 사람들의 문화가 바뀌어야 된다.

"어찌 되었든 엊저녁의 화물차와 같은 일이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욕만 안 했어도 내가 참으려고 했는데, 아저씨의 그 버릇없는 세치 혓바닥 원망을 해야지 나를 원망하면 안 되지요. 화물차 기사 아저씨 당신도 생각을 해보세요.

그게 욕할 일은 아니지요. 그렇다고 나도 같이 욕을 할 수는 없잖아요. 달리 방법이 없으니 아저씨는 돈(벌금)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래요? 이게 바로 법치국가라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아저씨에게 법 이전에 도덕을 얘기하고 서로 서로 양보하고 상대방을 걱정하며 더불어 사는 그런 법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토바이도 자동차랍니다."


태그:#오토바이, #난폭운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