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굴 안방을 노리는 캡틴 차일목 입단 초기부터 김상훈의 그늘에 가려있었던 차일목은 주전포수라는 말보다는 백업포 수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이번 시즌 2인자의 그늘을 벗고 주전 도약을 꿈꾸고 있다.

▲ 호랑이굴 안방을 노리는 캡틴 차일목 입단 초기부터 김상훈의 그늘에 가려있었던 차일목은 주전포수라는 말보다는 백업포 수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이번 시즌 2인자의 그늘을 벗고 주전 도약을 꿈꾸고 있다. ⓒ KIA 타이거즈

'어렵게 잡은 기회, 2인자 그늘 벗는다.'

 

2011년 10월 8일 KIA대 SK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1-0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KIA는 9회 1사 만루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최희섭이 1루 땅볼로 물러나자 관중석 여기저기에서는 진한 한숨이 나왔다. 이후 타석에는 포수 차일목이 들어섰다. 그리고 SK 마무리 엄정욱의 4구가 미트를 향한 순간 차일목의 방망이는 거침없이 돌았다.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그것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팀 승리를 이끄는 만루홈런으로 장식했던 것.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어쩌면 차일목이 아닐 수 있었다. 사실 차일목은 팬들에게 있어 주전 포수 김상훈의 뒤를 받치는 백업포수 차일목으로 더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어느덧 프로 9년차를 맞이하는 차일목의 어깨는 무겁다. 특유의 성실성과 친화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선동열 감독의 부임과 함께 주전 포수였던 김상훈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다. 그는 전지훈련이 한창인 현재 선수들을 다독이고, 때로는 선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코칭스태프에게 선수들의 의견을 전하기도 한다.

 

준비되지 않았던 2008년, 2인자 탈출을 꿈꾸는 2012년

 

대구상고를 졸업하며 1999년 2차 5라운드로 해태에 지명됐던 차일목은 홍익대를 거쳐 2003년이 돼서야 KIA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백업 포수들이 그렇듯 차일목도 입단 초기부터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상훈의 벽을 넘지 못했고, 그렇게 프로 8년 동안 만년 2인자로 KIA의 안방을 지켰다.

 

물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차일목은 2008년 시즌초반 김상훈이 불의의 부상을 당하자 백업포수 자원이 부족했던 탓에 남은 시즌 주전포수로 뛰었지만, 프로 4년 동안 1군 보다는 2군에서 보냈던 시간이 더 많았고 백업포수로도 1군 경기에 통산 100경기도 출장하지 못했던 그에게 주전포수라는 자리는 낯설고 부담스럽기만 했다.

 

특히, 포수의 절대 덕목으로 여겨지는 투수 리드와 볼 배합은 벤치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송구 능력은 상대팀 발 빠른 주자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결국 이듬해 김상훈이 부상에서 복귀하며 차일목은 본업인 백업 포수로 돌아섰지만, 2008년의 경험은 그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2009년 우승 이후 잔부상에 시달리던 김상훈은 2011년 다시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차일목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08년부터 1군 무대에서 꾸준히 자리를 잡았던 차일목은 2008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투수들을 리드하며 팀을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끌었고, 호랑이굴의 새로운 안방마님으로 거듭났다.

 

이제 차일목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단점인 송구능력과 수비능력 등을 보완해 2012시즌 주전포수 복귀를 꿈꾸는 김상훈을 넘어서는 일. 김상훈은 지난해 9월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아 5월 쯤에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0일 재활훈련을 마치고 기술 훈련에 들어가며 개막전 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물론 차일목이 김상훈을 넘어선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주전 포수가 바뀌는 것 역시 팀으로서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08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선동열 감독 또한 주전 포수가 아닌 선발 투수의 특성에 맞는 전담 포수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망이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이번 시즌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되며 주전 포수로의 도약을 꿈꾸는 차일목. 2인자의 그늘을 벗어던지고 호랑이굴의 안방주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012.02.28 11:42 ⓒ 2012 OhmyNews
차일목 주전포수 경쟁 2인자 그늘 김상훈 KIA 타이거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