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형덕 소장
 김형덕 소장
"원칙적으로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의 의사에 반해 중국 정부가 북송시키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역시 반대합니다."

2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탈북자 출신 김형덕 소장(39)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김 소장은 지난 1993년 북한을 탈출해 이듬해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남한에서 탈북자로는 최초로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내고 대기업에 근무하기도 했으며, 지난 2005년에는 부인과 두 딸을 데리고 금강산 관광길에 올라 금강산을 관광한 제1호 탈북자가 되기도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지난 2008년 미국에 건너가 연수를 마쳤으며, 2년 후 한국에 돌아와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길을 연구하고 있다.

"처형한다고? 일곱 번 탈북한 사람도 봤다"

김 소장은 최근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들의 북송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데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탈북자들의 북송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입니까?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왜 이 시점에 난리법석을 피우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는 최근 북송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한을 기선제압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정권 말기에 각종 실정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고 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그러나 북한이 최근 '북송되면 처형한다', '3족을 멸한다'는 등 이전보다 강한 처벌을 공언했기 때문 아니냐"고 하자, "요즘 '처형'의 개념이 남용되고 있다"며 "탈북자가 수만 명인데 그 사람들과 가족까지 다 처형한다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6번 탈북한 뒤 번 한국에 온 사람도 봤다"며 "그럼 그 사람은 여섯 번 처형됐다 돌아온 사람이란 말이냐?"고도 말했다.

최근에 북한에 새로운 정권관리자가 들어섰느니 정책적 변화를 구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전의 정책들이 극단적으로 뒤바뀌었다고 단언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그는 "물론 일부 극한 처벌을 받는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일괄적으로 모든 탈북자를 그렇게 처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남북통일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남한 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북한뉴스는 공정성과 진실성에 한계가 있다며 기사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하니 책임성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무조건 압박만 하는 것은 해결책 아니다"

탤런트 차인표를 비롯한 연예인 30여 명과 탈북청소년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효자동 주한중국대사관 맞은편 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인과 세계인에게 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탤런트 차인표를 비롯한 연예인 30여 명과 탈북청소년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효자동 주한중국대사관 맞은편 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인과 세계인에게 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김 소장은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해 중국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중국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그는 "중국에 있어 북한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여러 국가 중 하나"라며 "전략적 이해가 있긴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탈북자를 무조건 남한으로 송환하면 더 많은 탈북자가 중국으로 유입될 것이고 이는 북한 정부와의 관계 악화는 물론 한반도 안정이라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를 이루기에 부적합하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탈북자들은 여권 없이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로 중국으로서는 그냥 둘 수 없는 불법입국자들인 셈"이라며, 베이징에서 만난 한 중국 당국자가 "만약 중국인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여권도 없이 한국에 입국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고 되묻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으로 중국 정부는 브로커에 의한 조직적 탈북자나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탈북자들에 대하여서는 묵인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대응을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과장하지 말고 외교적 노력을 진지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베이징의 차오양구에 있는 한인타운이나 중국 칭따오, 광저우에 있는 한국인들의 가정이나 공장 교회에 가보면 탈북자를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연일 북송 반대집회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분들은 정말 탈북자들을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외교적 노력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중국과 북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탈북자들을 이용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탈북자 문제의 해법은 북한에서 살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

"탈북자 문제 해법은 첫째 한국 정부가 조용한 방법으로 중국의 체면을 지켜주면서도 끈질긴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둘째는 보다 근본적인 것으로, 북한 주민들이 탈북을 하지 않아도 북한 내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개성공단을 보면 현명한 길이 보일 것입니다."

즉, 탈북자 문제의 근본 해법은 북한 경제를 회생의 길로 가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것이다.자연스레 꽉 막힌 남북관계를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을 물어보게 됐다. 그는 북한 지배계층이 안심하고 개방과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북한 보고 자꾸 개방하라고 다그치는 데 (북 정권 지배자들의) 목숨이 담보되지 않은 개방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현시점에서 북한주민들 스스로 북한의 체제를 변화시킬 힘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교류를 통해 점진적 변화추구 외에 다른 특별한 해결책은 없다고 봅니다.

서독이 동독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20여 년간 일방적이다 싶을 정도로 많은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동독이 갑자기 붕괴하는 것보다 점진적으로 통일하는 게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 아닐까요. 그 과정에 동독 국민들이 외부세계를 이해하게 되었고 궁극적으로 변화(통일)를 요구하며 궐기하여 통일에 이르렀구요. 대북한 전략을 구사함에 있어 이런 점을 잘 참고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www.cyworld.com/eagle0701
www.facebook.com/eagle0701



태그:#탈북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