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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독 도독, 토로록. 입 안에서 통통한 알이 터지며 내는 그 소리가 정겹다. 이 고기는 맛으로 먹는다기보단 요런 독특한 분위기로 먹는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특히나 겨울에 먹는 것이 제 맛이라는 이 생선은 양미리, 곰치와 더불어 과거에는 잡히면 재수 없다고 바다에 내던져지거나, 혹여 잡혀도 '에잇!' 하며 이리저리 발로 걷어차였거나, 너무 많이 잡힌다고 어부들의 푸념 대상이었거나, 잡혀도 그만 안 잡혀도 그만이던 천덕꾸러기였다.

누구냐고? 알이 도톰하게 들어찬 도루묵 말씀이시다.

도루묵구이, 쫀득한 게 장난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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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루묵 .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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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서 12월 초에 알이 도독히 배는 도루묵이기에 지금 먹는 것은 알이 없을 수밖에. 그러고도 이럭저럭 먹을 만은 한데다가 최근에는 이 못난 고기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가 있으니, 요런저런 방식으로 맛있게 즐기도록 새로운 요리법이 개발되고, 뭔가 독특한 것을 찾는 미식가들 덕에 그 이미지가 새로이 부상됐다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하여간 고기건 사람이건 못났다고 푸대접하다간 나중에 큰 코 다친단 교훈도 느끼게 만든다.

어떻건 이 못난이 도루묵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도 가지가지라, 이런 저런 양념을 발라 굽고 지지고 끓이기도 한다만 그보다는 간단히 구워먹되 분위기를 한껏 만들어서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을는지? 대구 남산동에는 꼭 그런 도루묵집이 있다. 더욱이 그것을 안주 삼아 막걸리 즐기기에 딱인 낡고 정겨운 곳이 세월을 거슬러 자리 잡고 있단 말씀이다.

혼자 와서 마셔도 어색하지 않은 그 술집의 인기 안주가 도루묵구이다. 주모는 커다란 술독을 열곤 휘휘 저어 놋주발에다 걸진 막걸리를 한 잔씩 퍼다 준다. 잔이 슬슬 비워지면 손님들은 젓가락으로 주발을 탱탱 두드려대고, 그것을 신호삼아 다시 잔이 척척 채워지고 손님들은 허겁지겁 도루묵구이를 안주로 먹는다.

못난 물고기 도루묵이 무슨 맛이 있을꼬 싶다만 그 굽는 방식이 조금은 이상타. 돼지비계를 불끈 쥐곤 달궈진 가마솥뚜껑에 고루 칠을 하는데, 지글지글 직지글 기름이 솥뚜껑 결에 흡수가 되면 열 마리의 도루묵을 그 위에 척척 얹어서 치직치직 구워낸다.

도루묵에서 나오는 기름도 제법이다만 적당히 배어든 돼지기름 덕분에 노랗게 잘 익어 더 바삭하고 맛있는 도루묵구이가 만들어진다. 쫀득쫀득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그 맛에 주당들은 이 집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찾아드니 적어도 가게 장사가 도루묵이 될 일은 절대 없다.

못나서 괴롭힘 당했지만... 이젠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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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루묵 .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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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요즘은 도루묵도 그다지 싼 가격은 아니란다. 게다가 요 못난 물고기 도루묵이 6,70년대엔 효자 상품으로 둔갑했던 적도 있다. 도루묵 알이 원폭 피해자들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일본으로 대량 수출됐던 것이다.

10월엔 수심 200m 이상 깊이에 살다가 산란기인 11월 말에서 12월 초가 다가오면 수심 10m 안팎의 연안 바위 쪽으로 이동해서 바위틈의 해초에 알을 낳는데, 산란기에 가까울수록 알이 딱딱해진다. 특히 냉동시킨 도루묵 알은 고무줄처럼 질겨 제 맛을 잃는단 걸 기억해야 한다.

도루묵을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은 무, 파, 마늘, 고춧가루 같은 향채료를 넣고 물을 잘박하게 넣어 조려 먹거나 찌개를 끓인다. 살집이 부드러우니 제법 괜찮은 안주면서 밥반찬 하기에도 좋다. 기름에 요리조리 바짝 튀기면 고소한 풍미가 그만인 술안주나 간식이 된다. 이렇건 저렇건 활용도 많은 도루묵은 못나서 괴롭힘 당했는데 알고 보니 귀하고 귀한 보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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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루묵조림 .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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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루묵튀김 .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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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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