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59. 앞선 점수는 5위 팀의 것이고, 뒤의 점수는 3위 팀의 것이었다. 지난 26일 울산 모비스와 KT의 경기에서 1쿼터부터 경기의 분위기는 모비스 쪽으로 기울었고, 3쿼터가 끝났을 때 이미 두 팀의 점수 차이는 17점이었다. 울산 모비스는 단 한 번도 분위기를 내주지 않고 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하루 전 날 있었던 KGC전 대역전승의 주역들이 다시금 힘을 냈다. 울산 모비스 박종천은 3점포 4방, 박구영은 3점포 3방, 그리고 이지원은 16분만을 뛰며 10점을 기록했다. KGC전을 통해 살아난 이 3명의 선수는 무려 38점을 합작했고, 기존의 팀의 주축이었던 양동근, 함지훈, 레더가 기록한 35점보다 더 많은 점수를 올렸다.

함지훈이 없는 상황에서도 KT와의 상대 전적에서 3승 2패로 앞섰던 모비스. 비록 찰스 로드가 빠진 KT였지만,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보였다. 특히 지난 시즌 MVP로서의 모습을 회복한 KT의 박상오를 상대로 함지훈은 확실한 우위를 가져갔다. 또한 KT의 공격 패턴이 의외로 단순하다고 말했던 유재학 감독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완승을 통해 자신의 말을 증명해 보였다.

KT전 승리로 모비스는 6라운드에서의 2~6위 팀과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갖게 됐다. 에이스 양동근이 시즌 막판 극심한 난조에 빠져있지만, 박구영과 이지원이 그 자리를 잘 커버해 주고 있으며, 김동우가 부상으로 주춤하고 있는 포워드진에서는 박종천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약점들을 끊임없이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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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명확히 드러났다. 용병 테렌스 레더의 지나친 승부욕이 바로 그것이다. 경기 시작 3분 27초만에 3개의 반칙을 범한 레더. 최근 4경기에서 레더는 무려 17개의 파울을 범하고 있고, 턴오버 또한 18개를 기록중이다. 턴오버 수치가 높은 것은 공격자 파울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레더의 파울 수치가 올라갈 때마다 그의 활동 반경은 좁아지고, 그로 인한 여파는 골밑 파트너 함지훈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플레이오프를 대비하고 있는 모비스로서는 레더의 지나칠 정도의 적극성과 다혈질적인 기질을 어떻게 잘 억누르느냐가 최대 변수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해 나간다면, 플레이오프에서 충분히 정규리그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음을, 모비스는 3위 KT전을 통해 증명해 보였다. 

반면에 KT는 에이스 조성민의 3점 성공률이 20%에 그치며 부진이 계속 이어졌다. 또한 최근 물오른 활약을 보이던 박상오는 함지훈과의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2명의 토종 에이스가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지 못하자, 공격을 풀어줄 선수가 없었던 KT다. 찰스 로드의 임시 대체 용병인 오코사는 1쿼터에만 파울 3개를 기록한 레더를 공략하지 못한 채 용병으로서의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오로지 루키 김현민만이 자신의 몫 그 이상을 해줬다.

이로서 KT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전자랜드와 모비스 모두에게 2승 4패로 약한 모습을 보이며 정규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KT로서는 순위표에서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팀과 맞붙게 되던지 힘겨운 승부를 펼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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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은 최근 3경기에서 3점슛 15개를 시도해 단 3개만을 성공 시키는 최악의 난조에 있고, 박상오는 수준급 국내 선수와의 맞대결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또한 시즌 내내 KT의 불안한 골밑을 홀로 지킨 찰스 로드는 발목 인대 부상으로 2주 진단을 받고 쉬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경기 감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어느덧 4연패의 늪에 빠지며 4위 KCC에게 한 경기차로 쫓기게 된 부산 KT. 만약 KT가 남은 2경기에서 전패를 기록하고, KCC가 전승을 기록한다면 두 팀의 순위가 바뀌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까지 발생하게 된다.

이제 당장 다음주 수요일, 3월 7일부터는 6강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아직까지도 3위~6위 자리는 단 한 팀도 확정되지 않았다. 3위 KT와 4위 KCC는 한 경기차, 5위 모비스와 6위 전자랜드도 한 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다.

시즌 내내 동일하게 중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여온 KT와 모비스. 6라운드에 접어들면서 5위 모비스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그 어느 팀도 5위 모비스를 쉽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3위 KT는 단점을 극복해내는데 실패했다. 그렇기에 5, 6위 팀들이 만만히 보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KT의 현실이다. 과연 3위 KT는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와 같이 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모비스 부산KT KBL 박종천 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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