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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시내 옥천오거리에서 가두시위를 펼치고 있는 생명버스 참가자들.
 강릉 시내 옥천오거리에서 가두시위를 펼치고 있는 생명버스 참가자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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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골프장 난개발에 반대하는 생명버스'(이하 생명버스)가 25일(토)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를 방문했다. 구정리 주민들은 강릉시청과 강릉CC 골프장 사업주인 (주)동해임산을 상대로 지금까지 5년째 골프장 조성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 춘천시 혈동리와 홍천군 동막리 등지를 방문한 생명버스는 4번째 장소로 구정리를 택했다.

생명버스 참가자들은 25일 아침 서울과 원주 등 각지에서 버스와 승용차를 타고 출발해 오전 11시께 강릉시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바로 구정리를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골프장 공사 현장 주변을 돌아보고 소나무숲에서 주민들이 마련한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는 강릉 시내 옥천오거리로 이동해 '불법으로 얼룩진 강릉 구정 골프장 공사 중단' 현수막과 'NO 골프장'이라고 적힌 종이 등을 들고 가두시위를 펼쳤다.

이날 생명버스 방문 행사에는 주민 50여 명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500여 명의 일반 시민이 참가했다. 이날 행사가 진행되는 낮 시간 내내 강릉에는 눈이 내렸다. 오전 9시께 강원도 지역에 폭설주의보가 내려지고 대관령에서는 한때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그로 인해, 이날 행사에 참가하려던 시민들 중에는 대관령을 넘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되돌아간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전체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날 생명버스 방문행사에 동참한 강릉시민 이해진(40)씨는 구정리 골프장 공사 현장과 주변 소나무숲을 돌아보고 나서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강릉시에 살면서 구정리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현실이 이런 줄은 잘 알지 못했다"며 주민들이 처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가두시위를 끝내고 시청 앞에 도착한 생명버스 참가자들은 강릉시청 앞 종각에서 마무리집회를 열고, 오후 5시께 모든 행사를 마쳤다.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강릉시청 앞 종각에서 마무리집회를 열고 있는 생명버스 참가자들.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강릉시청 앞 종각에서 마무리집회를 열고 있는 생명버스 참가자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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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공사 진행, '온몸'으로 저지하는 주민들

현재 강릉시청과 (주)동해임산은 구정리 일원에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골프장 예정 부지 내의 울창한 소나무숲을 베어내고 있다. 지난 10일 이후 공사를 본격화하면서,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부들을 대거 동원해 소나무숲을 제거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구정리 소나무숲은 소나무 수령이 40~50년에 해당돼 원칙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곳이다. 그뿐만 아니라, 구정리에 들어서는 골프장은 그동안 사업을 인허가 받는 과정에서 각종 의혹과 문제들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강릉시청이 시유지를 골프장 사업자인 동해임산에 불법으로 매각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런 의혹과 문제들로 인한 지역 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강원도청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릉시청과 동해임산에 '현장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과 '감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현장 훼손을 수반하는 위법부당한 공사는 진행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강릉시청과 동해임산은 현재까지 강원도청의 요구를 묵살한 채 계속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주민들을 더욱 더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현장이 심하게 훼손되는 걸 지켜보면서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정에 사로잡혀 있다. 공사가 본격화된 이후 거의 매일 현장을 찾아가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공사장 인부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바람에 사업자로부터 '폭행'과 '업무 방해' 등으로 고소 고발을 당해 경찰서를 드나드는 주민들까지 늘어나고 있다. 주민들은 하루하루 공사를 저지하는 데 필사적이다.

구정리 주민들은 강릉CC 골프장 사업으로 인해 농사 등 생업을 포기한 채 5년째 골프장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상황은 오히려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주민들은 현재 강원도청과 강릉시청 앞에서 130일 넘게 비닐천막을 치고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공사가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결코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각오다.


태그:#생명버스, #강릉시청, #강릉CC, #구정리,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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