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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북아현뉴타운 재개발 지역에서 가진 제3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지난 2월 22일, 북아현뉴타운 재개발 지역에서 가진 제3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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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저녁 8시,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상가세입자 농성장에서는 지역 정당, 시민단체들이 함께하는 상가세입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제3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에는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혁명기도원, 나라사랑청년회, 노점상연합회 서부지역 회원들과 지역주민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약 한 시간 동안 촛불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이경민 통합진보당 서대문갑 박희진예비후보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촛불집회에서 세 달 넘게 노숙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북아현뉴타운 상가세입자 이선형씨가 발언을 했다. 이씨는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상가세입자를 보호하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대문구청과 서울시는 이 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서대문구청과 서울시는 각성하고 즉각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 7주 동안 매주 수요일 저녁 농성장을 방문해 기도회를 진행해 온 혁명기도원의 정한얼 회원은 "아현동 지역에서 자취를 하며 여러 번 이사경험이 있어, 주거와 상가세입자들이 생계와 생존권 문제로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서대문위원회 김문경 부위원장은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오늘 농성장에 도착해서 혁명기도원 회원들의 말씀과 찬송을 농성장 밖에서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근처 상가에 들러 농성장에 필요한 물품을 사면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주민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 곧 닥칠 일'이라며 촛불집회가 있다면 동참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합진보당의 박희진 서대문구갑 예비후보는 "뉴타운 재개발은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 낸 정치의 결과"라며 "외지인들이 딴 동네에 와서 땅장사를 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또 박 예비후보는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 뉴타운 재개발로 내 가게, 내 땅이 헐리지 않게 함께 이 문제를 풀어내겠다"고 덧붙였다.

나라사랑 청년회의 이재덕 회장은 "본래 이 시간이면 거리에는 오손도손 손을 잡고 외출한 주민들로 붐빌 때지만,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 쪽 마을이 철거로 거의 사라져 이제는 삭막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의 재개발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와 주민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더 많은 주민들이 촛불집회에 함께 해 북아현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 냄새나는 공동체를 다시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함께 집회에 참여한 서부지역 노점상연합회의 김주한 사무차장은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구청과 서울시는 노점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며 "다가오는 3월 26일과 27일에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빌미로 또 다시 노점상들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려 한다"고 전했다. 김 사무차장은 "노점상 연합회도 주민들의 삶이 철거당하는 뉴타운의 부당함을 알리는데 연대해 주민들의 생존권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집회는 세 달 넘게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상가세입자 농성장의 부인 박선희씨의 발언으로 마무리됐다. 박씨는 "재개발 때문에 법을 어기고 진행한 모든 부분을 바로잡을 때까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연대하는 분들 모두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2일, 북아현뉴타운 재개발지역에서 가진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더 이상 쫒아내지 마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용역폭력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지난 2월 22일, 북아현뉴타운 재개발지역에서 가진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더 이상 쫒아내지 마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용역폭력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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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촛불집회에 참석한 최슬기(30, 북아현세입자)씨는 "작년 11월에 인터넷을 통해 상가세입자 사고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으며, 지역의 재개발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라사랑청년회의 회원이기도 한 최씨는 "청년모임을 통해 지역 독거노인 반찬배달, 여행 문화모임, 벽화 작업 등을 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씨는 "사람 냄새나던 동네가 철거로 음산한 분위기가 됐다"며 "5년을 산 나도 마음이 휑한데, 이곳을 고향으로 여기고 수 십 년을 살아온 주민들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주민들이 '추방'당하지 않고, 여기서 살아온 분들이 그대로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혁명기도회 회원으로 집회에 참석한 나준철(30)씨는 "혁명기도원의 수요 정기기도회는 성공회 저녁기도 예문을 따르고 있다"며 "찬양과 묵상을 나누고 각자 기도하고 싶은 것을 내놓고 함께 기도하는 '중보'로 마친다"고 소개했다. 나씨는 "오늘은 창세기에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 것을 되새기며 '겸손'을 생각하는 '재(滓)의 수요일'"이라며 "오늘(2월 22일)부터 부활절까지 40일 간은 '고난주간'"이라고 설명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재(滓)의 수요일'에 열린 북아현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3차 촛불집회는 참가자들의 겸손함이 돋보이는 촛불집회였다. 자신이 속한 당이나 단체를 떠나 함께 재개발로 상처 입은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시간이었다. 기성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욕망정치의 산물'로 불리는 뉴타운 재개발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의 시작은 아마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지난 2월 22일 저녁,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뉴타운재개발 지역 상가세입자 농성장에서는 지역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함께하는 제3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 2월 22일 저녁,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뉴타운재개발 지역 상가세입자 농성장에서는 지역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함께하는 제3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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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뉴타운, #재개발, #북아현, #상가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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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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