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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고향을 방문했던 여름날 함께했던 아버지의 밥상
 몇 년 전 고향을 방문했던 여름날 함께했던 아버지의 밥상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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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2월 21일), 그동안 서울에 계셨던 부모님을 고향으로 다시 모셔다드렸습니다. 이제 혹한기가 지났으니 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사코 귀향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김천의 고향 농촌에 계시던 부모님을 지난 12월 1일, 서울의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모셨습니다.

농한기에 연로한 두 분만 시골에 계시는 것보다 늘 보고 싶어 하는 손자, 손녀가 있는 곳에서 겨울을 나시게 할 심산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올해 서울에 계시는 2달 20일간, 주로 집에만 계셨습니다.

몇 년 전에만 해도 오랜만에 서울에 오신 아버지는 서울에 계시는 동안, 주변의 숙대며, 서울역과 남대문 시장까지 걸어서 다녀오시곤 했습니다. 운동도 되고 저잣거리의 다양한 볼거리도 즐기시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88세와 89세의 두 분은 올해는 기력이 딸려서인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져버린 것인지 통 나들이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손자가 효창공원 산책을 함께 나가자고 해도 손사래를 치곤했답니다.

아들집을 방문했을 때 아침 산책중인 몇 년 전의 부모님
 아들집을 방문했을 때 아침 산책중인 몇 년 전의 부모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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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는 육식을 즐기시는 아버지와 채식만을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때로는 고기도 사고, 때로는 빵도 사서 드시게 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처가 피자와 치즈케이크를 사서 드려보았습니다.

의외로 아버지는 처음 드셔보는 피자를 맛있게 드셨고 어머니는 부드러운 치즈케이크를 즐기셨습니다. 처는 피자와 치즈케이크를 사가지고 가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피자를 잘 드셨습니다. 손자는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피자를 남겨서 다음날 낮에도 드시도록 했습니다.

그제 시골에 내려갈 때도 처는 시골에서 데워 드실 수 있도록 차에 피자한판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귀향길 차속에서 아버지께서 며느리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있으니 자꾸 너희들이 돈을 쓰게 되니 좀 일찍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사람의 입이 참 간사하다. 단것을 먹으면 자꾸 그것이 당긴다. 영대나 나리가 집에서 통 밥을 먹지 않더라. 영대가 피자가 입에 붙으면 자꾸 그것만 찾게 되겠지. 영대가 피자보다 밥을 먹도록 내가 피자를 더 먹곤 했는데 자꾸 피자를 사오니……. 쌀보다 더 싸고 영양가 있는 먹거리가 없다. 아이들이 집에서 밥을 먹도록 해라."

아버지는 손자가 그 '간사한 입'에 피자가 길들지 않도록 스스로 맛있는 듯 드셨던 것입니다.

손녀 나리는 연극준비로 항상 늦게 귀가하고, 손자 영대는 독서실에서 귀가가 늦고, 며느리도 주로 회사에서 식사를 하니 온가족이 집에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주로 집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가족들의 입에 '단 것'이 입에 붙을까 몹시 염려스러워했던 마음을 귀향하는 고속도로의 차속에서 털어놓으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아버지, #피자,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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