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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형 혁신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는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입니다.<기자말>

지난 2월 15일, 서울형 혁신학교인 서울 강명초등학교 제1회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졸업식을 맞이하면서 아이들, 학부모, 교직원 모두 저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이번 졸업식은 그동안에 숱하게 맞이한 졸업식과 사뭇 달랐습니다. 제1회 졸업을 맞이하면서 작년 3월 1일 서울형혁신학교로 개교한 뒤 지난 1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서울강명초등학교 제1회 졸업식이 2월 15일 열렸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서울강명초등학교 제1회 졸업식이 2월 15일 열렸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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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신설 개교학교로서 첫 발자국을 내딛은 서울형 혁신학교로서 정신없이, 그러나 조심조심 내달려오느라 우리가 온 길을 되돌아 볼 시간이 없었는데, 한 바퀴를 돌아 졸업식이 돼서야 우리가 달려온 지난 세월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졸업식은 단지 졸업생들만의 졸업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지난 1년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가아할 길을 새롭게 다지는 기회가 됐습니다. 

신설 개교 학교의 특징이기도 한데, 이번에 졸업하는 졸업생들은 모두 작년에 전학 온 아이들로 함께 했던 시간이 1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6학년 아이들이 함께 보낸 세월은 지난 5년의 세월을 뛰어넘기에 충분했습니다.

졸업식은 주로 6학년 담임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준비했고, 6학년 아이들과 함께 했던 교과전담선생님들과 5학년 담임선생님과 아이들도 함께 준비하고 참여했습니다. 모두 함께 준비하고 참여한 졸업식이어서 그런지 그동안 제가 경험한 졸업식 분위기와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이번 졸업식장에는 악기들이 유난히 눈이 많이 띄었습니다. 좌석 배열도 둥그렇게 배치했습니다.
▲ 악기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 졸업식장 이번 졸업식장에는 악기들이 유난히 눈이 많이 띄었습니다. 좌석 배열도 둥그렇게 배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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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졸업식이 남다른 것은 과거의 졸업식들이 정작 졸업생 아이들을 위한 졸업식이 되지 못하고, 딱딱하고 엄숙한 식 위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반성하고, 이번 졸업식은 그야말로 졸업생을 위한 졸업식, 엄숙하고 딱딱하지 않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졸업식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먼저 좌석 배열을 모두 앞을 보고 있지 않게 둥글게 배치했고, 꼭 음악회를 하는 것처럼 유난히 악기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졸업식장을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돈과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반 학교들이 화려하게 휘장이나 풍선장식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풍선 장식도 식이 다 끝나고 나면 버리게 되어서 환경오염을 유발하게 되기 때문에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 무대 양쪽에 커다란 나무 화분을 놓아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나무에 졸업생들을 축하하는 말을 써서 미리 매달아 놓기로 했습니다. 또 이 나무 화분은 식이 끝나고 나도 계속 학교에 두고 볼 수 있어서 낭비가 되지 않아 좋습니다.
 
졸업식장을 돈을 들여서 화려하게 꾸미는 대신에 화분에 축하말을 매달아 놓았습니다.
▲ 졸업식장에 놓은 축하말 나무 졸업식장을 돈을 들여서 화려하게 꾸미는 대신에 화분에 축하말을 매달아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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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 곳곳에는 졸업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축하말을 써서 붙이는 곳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졸업식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졸업생의 후배들과 선배, 학부모, 교사들이 진심을 담은 축하말이 계속 늘어갔습니다.  

 졸업식장 곳곳에 축하말을 써서 붙이는 곳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 축하말 써서 붙이는 곳 졸업식장 곳곳에 축하말을 써서 붙이는 곳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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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5학년 어린이들이 6학년 졸업생들에게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이때 참가한 5학년 아이들은 강제로 동원한 것이 아니라, 졸업식에 대해 설명한 뒤 참가를 원하는 아이들로 구성했습니다. 5학년 담임선생님들과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합쳐 노래를 부르고 나서 미리 준비한 카드 섹션으로 축하 말을 전했습니다.

5학년들이 6학년들을 위해 축하노래를 불러주고 있습니다.
▲ 식전 행사, 5학년들의 축하공연 5학년들이 6학년들을 위해 축하노래를 불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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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공연이 끝난 다음에 본격적인 졸업식을 시작했는데, 국민의례와 학교연혁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후, 6학년 졸업생들을 한 명씩 무대에 올려서 교장선생님이 직접 졸업장을 주셨습니다. 졸업장을 주고받는 동안 스크린에서는 한 아이마다 사진과 함께 소개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졸업생 모두가 한 명씩 무대에 올라가서 교장선생님한테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무대 뒤에는 아이의 모습이 띄워져 있습니다.
▲ 졸업장 받는 장면 졸업생 모두가 한 명씩 무대에 올라가서 교장선생님한테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무대 뒤에는 아이의 모습이 띄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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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을 다 주고 난 뒤, 교장선생님의 축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그동안에 이뤄진 졸업식을 보면, 정치인들과 지역 유지들이 앞자리를 턱 차지하고 앉아있으면서 축사하는 일을 많이 보는데, 아이들 앞에서 하는 축사를 들어보면 누구를 위한 축사인지 모르게 고리타분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정작 주인공인 아이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이 지루하고 외면받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지루하기만 했던 졸업식 외부인 축사를 없애고, 오직 교장선생님만 축하말씀을 하기로 했습니다.
▲ 교장 선생님 축하말씀 그동안 지루하기만 했던 졸업식 외부인 축사를 없애고, 오직 교장선생님만 축하말씀을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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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졸업식에서는 오직 교장선생님만 축하 말씀을 전하고 외부인의 축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대신 수많은 사람들의 축사를 하기로 했는데, 우리 학교 방송반 아이들과 담당 교사인 장옥주 선생님의 수고로 미리 친구, 후배, 교사, 학부모들의 축하 인사를 찍어서 편집한 영상으로 축하 말을 전했습니다. 영상으로 보여준 다양한 수많은 축사들이 그동안의 그 어떤 축사들보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진짜 축하 말이었습니다. 축하 말뿐 아니라, 방송반이 함께 만든 영상작품을 보면서 참가한 모두가 함께 웃으며 졸업을 축하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영상 축하가 이어졌습니다.
▲ 영상으로 하는 축하말들 수 많은 사람들의 영상 축하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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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6학년 전체 어린이가 참여한 자축공연이 있었습니다. 자축공연은 창의음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그대로 발표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낸 랩 가사와 그에 따른 동작,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리듬을 고운소리가 나는 악기 연주와 함께 139명 6학년 졸업생이 함께 어울리는 공연으로, 연주하는 아이들과 보고듣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감동스런 공연이었습니다.

6학년 전체 어린이들이 마음을 모아 창의음악 시간에 배운 것을 발표했습니다.
▲ 졸업생 자축 공연 6학년 전체 어린이들이 마음을 모아 창의음악 시간에 배운 것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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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졸업생들의 자축공연이 끝나고 6학년 담임선생님과 6학년 교과전담 선생님들이 졸업을 축하하는 급조한 밴드 축하공연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 차례인데, 그동안에 졸업식 때 불러온 '졸업식 노래'가 노랫말과 가락과 리듬이 도무지 요즘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아서, '졸업식 노래'대신 <이젠 안녕> 노래를 다 함께 불렀습니다.

6학년 아이들을 담당한 선생님들이 급조한 밴드로 축하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 6학년 선생님들의 축하 공연 6학년 아이들을 담당한 선생님들이 급조한 밴드로 축하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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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안녕>이란 노래를 함께 부르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이들과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졸업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일을 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젠 안녕> 노래 부를 때 시작한 눈물은 교가를 부르면서 더 많아졌습니다. 교가를 끝으로 졸업식은 끝났습니다.

졸업식이 끝나고도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을 쉽게 뗄 수 없었고,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번 졸업생 139명 모두가 바로 길 건너에 3월 1일 자로 역시 서울형 혁신학교로 개교 예정인 강명중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입니다.

3월 1일에 개교하는 서울형 혁신학교 강명중학교는 서울형 혁신학교의 행복을 1년밖에 누릴 수 없어서 아쉬워하는 우리 학교 6학년 부모들이 중심이 돼 서울형 혁신학교로 거듭났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서, 뒷 사람이 따라올 길을 낸, 서울형혁신학교 1회 졸업생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길을 만든 1회 졸업생 홧팅!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서, 뒷 사람이 따라올 길을 낸, 서울형혁신학교 1회 졸업생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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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은 맨 땅을 먼저 걸어서 뒷 사람이 따라올 '길을 낸' 서울형 혁신학교 서울강명초등학교 139명의 1회 졸업생들. 모두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서울형 혁신학교인 강명중학교에 가서도 멋지고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길 바랍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서울강명초등학교, #혁신학교졸업식, #제1회졸업식,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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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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