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짜낼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K팝스타'.

더 이상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짜낼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K팝스타'. ⓒ SBS


한국에서 더 이상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은 어쩌면 당연했다. 작년 한해 우리를 찾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수만 하더라도 엠넷의 <슈퍼스타K>, MBC <위대한 탄생>, <일밤>의 '신입사원', SBS의 <기적의 오디션>, KBS의 <TOP밴드>가 있었다. 거기다 순위를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포함하면 MBC <일밤> '나는 가수다', KBS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2', <도전자>까지 자그마치 10여 개에 이른다.

이러한 쏠림현상으로 인해 대중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신선함을 잃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결과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그리고 <슈퍼스타K> 정도가 안정적인 지지를 받으며 시즌제로 그 자리를 유지한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SBS가 <일요일이 좋다>의 'K팝스타'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얘기는 처음엔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다. 실제로 초반 <K팝스타>의 시청률은 한 자릿수인 9%. 그러나 야금야금 시청률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지난 19일 방송에서는 급기야 AGB닐슨 기준 17.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한해 SBS 예능을 먹여 살린 <런닝맨>을 근소하게 앞서는 수치며, 경쟁프로그램이라 예상했던 <나는 가수다> 보다는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더 이상 짜낼 것이 없다고 평가됐던 '오디션'이라는 포맷을 가지고 전쟁 같은 일요예능에서 승리를 이끌어낸 <K팝스타>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거대 기획사, 그들만이 가지는 강력한 힘

 < K팝스타> 의 가장 큰 흥행요소는 YG, JYP, SM의 대표들이 직접 출연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프로그램 우승자가 방송 종료 후에도 진짜 스타가 된다는 기대감으로 작용하여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 K팝스타> 의 가장 큰 흥행요소는 YG, JYP, SM의 대표들이 직접 출연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프로그램 우승자가 방송 종료 후에도 진짜 스타가 된다는 기대감으로 작용하여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 SBS


그 첫 번째는 역시 SM, YG, JYP라는 거대 기획사의 이름값이다. 이들은 이전에 있었던 <슈퍼스타K>의 우승자였던 서인국, 허각, '울랄라 세션'. 그리고 <위대한 탄생>의 백청강이 과연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여전히 '슈퍼스타'로 남아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불안감의 해답이다. 

실제로 오디션 우승자는 그 이후 새로운 경쟁자를 만난다. 그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분명 '스타'였을지 모른다. 우승상금을 받은 이후부터는 그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배들과 새롭게 경쟁한다. 결국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스타는 탄생되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시스템'은 그래서 중요하다.

<K팝스타>는 그러한 필요성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거대 기획사들은 영세 기획사와는 상대적으로 케이블, 지상파와 같은 미디어들의 알력에서 어느 정도 힘을 쓸 수 있는 집단이다. 동시에 음원 유통, 콘텐츠 개발, 음반 기획, 프로모션 등등 훌륭한 '상품'을 만들고 계속해서 성장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집단이다.

결국 <K팝스타>의 우승자는 실제로 '스타'로서 바로 직결되는 가장 짧고 확실한 루트를 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걷어낸 드라마, 몰입되는 노래들

 < K팝스타 >에서 평가받는 출연자들은, '현실적'인 조언을 받는다. 이것은 '스타'가 가지는 환상과 드라마를 걷어내고, '진짜 스타'를 만들어낸다는 프로그램의 성격과 부합한다.

< K팝스타 >에서 평가받는 출연자들은, '현실적'인 조언을 받는다. 이것은 '스타'가 가지는 환상과 드라마를 걷어내고, '진짜 스타'를 만들어낸다는 프로그램의 성격과 부합한다. ⓒ SBS


또한 이러한 방향성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남발됐던 출연자들의 드라마를 배제시킨다. 그들 출연자들이 가지는 트라우마, 예컨대 어두웠던 과거, 말하지 못했던 장애의 드라마를 최소화 시키고, 대신 그 자리에는 날카롭고 냉정한 기획사 대표들의 판단, 기획사가 키워내는 트레이닝이 대신한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드라마'는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프로그램의 충성도를 높이는데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기에 완전한 배제는 있을 수 없다. 특히 가끔 보이는 보아의 눈물은 분명 이전에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그것과 닮아있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자면 <K팝스타>는 드라마를 줄이고 우수한 상품을 만드는데 대부분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JYP의 수장 박진영은 프로듀서로서의 관점. YG의 양현석은 A&R, 제작부서의 관점. SM의 보아는 아티스트 개발부서의 관점에서 정확하게 출연자들의 장점과 단점을 잡아낸다. 오랜 시간 동안 무대와 시장에서 몸담고, 또 커다란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의 귀와 눈은 분명히 일반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덕분에 <K팝스타>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유례없이 일찌감치 우승후보가 압축됐고, 시청자들 역시도 최소한 '우승후보'에 대한 예측은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을 내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아울러 이러한 기획사들의 훈련법은, 매주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수준을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훨씬 넓히는데 일조한다.

물론 여성 출연자들은 카리나 파샨, 아델, 더피, 알리샤 키스. 남자 출연자들은 브루노 마스, 제이슨 므라즈, 저스틴 비버와 같은 조금은 뻔한 선곡들도 많지만, 마를리나 쇼,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의 오래된 넘버들의 수준 높은 해석들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팝음악과 그에 따른 세련된 편곡과 퍼포먼스들을, 케이블이 아닌 지상파를 통해 듣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꽤 오랜만의 일이다.

YG, JYP, SM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

 YG, JYP, SM의 대표들은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을 직접 선택하고 트레이닝 시키는 과정에서, 업계 라이벌 답게 조금은 노골적으로 대립한다.

YG, JYP, SM의 대표들은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을 직접 선택하고 트레이닝 시키는 과정에서, 업계 라이벌 답게 조금은 노골적으로 대립한다. ⓒ SBS


마지막 인기비결은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세 개의 기획사들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이다. 어찌 보면 업계 최대의 라이벌들인 이들이 상당히 미묘하게 대립하는 모습들은, 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조금씩 노골적으로 변해간다. 자신들의 회사에서 트레이닝 시킨 가수들이 라이벌 수장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것과는 또 다른 쾌감이 있음을 이들은 애써 부정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경쟁은 출연자들의 퍼포먼스 수준을 더욱 높게 하고, 마치 스포츠의 그것처럼 시청자들을 끌어당겨 누가 더 훌륭한 가수를 만들어내는 회사인가를 평가하게 만든다. YG, JYP, SM. '이 중에 최고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은 이전에 있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분명한 재미로 작용한다.

아울러 3사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는, 최종 승자를 뽑는 자리뿐만 아니라 방송 종료이후 출연자들이 각자 캐스팅된 회사에서 어떠한 성과를 얻느냐에 따라서도 변화될 전망이다.

훌륭한 상품, 그것이 케이팝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렇듯 <K팝스타>는 방송의 취지처럼, 당장 시장에서 먹히는 가수를 만든다. 그래서 그곳에는 어린 친구들이 많고, 최고의 전문가들이 있고, 거대한 기획사들이 있으며, '스타'에 대한 환상보다는 현실성에 기반을 두고 방송이 진행된다. 

물론 '한국대중음악'을 부르는 지금의 가수들은, 단순히 음악 비즈니스에 접촉된 소리가 아닌 장르를 뛰어넘는 좀 더 넓은 의미에 소리영역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감안하면, <K팝스타>의 '케이팝'은 한국대중음악의 그것과는 구분된다.

결국 지금 힘을 얻고 있는 20세가 영미권 팝에 기반을 둔 지역적 장르인 '케이팝'이, 한국대중음악 전체의 의미로 확장시키는데 <K팝스타>가 얼마나 역할을 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꽤 중요하다. <K팝스타>의 '스타'는 정말 한국대중음악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진짜 스타가 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방송 출연자들 보다는 <K팝스타>의 핵심이자 성공요소인 기획사 대표들의 몫으로 조금씩 넘어가고 있다.

K팝스타 보아 양현석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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