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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정신의 부재는 진보진영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는 다른 진보적인 매체들의 경우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도덕적인 우월감이 있어서 그런지 자본주의 시장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도 마치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독자에 대한 치열한 서비스 정신에 관한 한 <○○○○○>은 <조선일보>로부터 배워야 한다. 서비스 정신을 다소 천박한 것으로 여기는 자세야말로 아직 미성숙하다는 반증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시장경쟁을 위한 전략 수립>)

이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가 한 언론사의 판매촉진 방법과 독자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미성숙하다고 비판한 내용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아마도 '<○○○○○>(기자가 의도적으로 가렸다)은 <오마이뉴스>를 가리키는 것 아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답은 잠시 후에 확인하자. 그건 그렇고, 그렇다면 아래 내용은 언제 이야기일까?

○○○○년의 보도 프로그램은 과거 그 어느 때 못지않게 심각한 공정성 갈등을 겪었으며, 이는 급기야 50일간에 걸친 MBC노조의 파업으로 폭발하고 말았다. 보도 프로그램의 해외 취재가 활발해지고, 그 밖의 '국제화' 작업들에 있어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아직 우리 TV는 공정성 문제에 관한 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보도 프로그램의 공정성 갈등>)

TV의 공정성 문제와 MBC노조의 파업을 다룬 것을 보면 ○○○○년(이 역시 의도적으로 가렸다)은 2012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니다. 강준만 교수가 지적한 일련의 내용은 20년 전 출판된 <언론은 카멜레온인가>(도서출판 공간, 1993년 6월 30일 초판 발행)에 실린 것들이다. 앞서 <○○○○○> 언론사는 <한겨레신문>을 지칭하며, ○○○○년은 1992년이다.

1992년과 2012년이 다르지 않은 언론 환경

20년 전 언론세미나를 위해 읽었던 언론 서적.
 20년 전 언론세미나를 위해 읽었던 언론 서적.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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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언론을 다뤘던 책을 다시 들추어낸 것은 오늘(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2주년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함이다. 2000년 2월 22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오마이뉴스>는 사람으로 치자면 어느덧 초등학교 5학년생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년 전 6학년과 지금의 6학년은 많은 면에서 다르다. 특히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고 전파하는 능력만 놓고 보면 20년의 차이는 가히 혁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크게 변화했다. 실제 초등 6학년 조카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학습 능력을 보노라면 실로 놀랍기까지 하다. 조카는 집에서 스마트폰 선생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12년 동안 성장해온 <오마이뉴스>의 영향력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창간 1년 만인 2001년 <시사저널>과 '미디어리서치'가 공동조사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에서 8위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2002년 12월 18일 하루 방문자 수 623만 명과 1910만 페이지뷰 신기록, 2004년 <친일인명사전> 5억 모금 달성, 2005년 분단 이후 첫 평양마라톤대회 개최, 2006년 일본 소프트뱅크 투자유치 등의 성과를 냈다.

그뿐 아니다. 2007년 강화도 오마이스쿨과 엄지뉴스 오픈,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오마이TV 자발적원고료 4만여 명 동참, 2009년 유료회원사업 10만인클럽 시작, 2010년 출판 브랜드 오마이북 등록, 2011년 연예전문 매체 <오마이스타> 창간, 2012년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 시작 등 그야말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전분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가 펴 낸 <언론은 카멜레온인가> 표지. 20년 전 언론을 평가한 내용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분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가 펴 낸 <언론은 카멜레온인가> 표지. 20년 전 언론을 평가한 내용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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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현재 언론 환경은 인터넷 언론 분야를 대표하는 <오마이뉴스>에도 그리 녹록지 않다. 20년 전 학자들이 분석한 언론 환경 이야기가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이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이효성 교수는 <한국사회와 언론>(도서출판 아침, 1992년 3월 3일 초판 발행) 머리말에서 언론의 과제를 이렇게 규정한 바 있다.

언론은 가능한 한 수용자의 요구에는 귀를 기울이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는 자유롭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언론에 대한 당위적 요구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의 경우 수용자로부터는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는 자유롭지도 않고 자유로우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바꾸어 말하면, 바람직한 수용자의 언론규제력은 미미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권력과 자본의 언론규제력은 과도하다. 따라서 우리 언론의 가장 큰 과제는 권력과 자본의 과도한 규제력을 억제하고 수용자의 미미한 규제력을 부양시키는 일이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이효성 교수가 펴 낸 <한국사회와 언론>. 20년 전 권력의 방송장악 기도 등의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이효성 교수가 펴 낸 <한국사회와 언론>. 20년 전 권력의 방송장악 기도 등의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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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재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신문사가 자본력을 앞세워 이제는 종합편성채널까지 출범시키며 더욱 뒤틀린 언론 환경을 만들었다. 권력과 자본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권력과 자본의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20년 전 이효성 교수가 지적한 언론의 역할을 보자.

언론에 요구되는 역할은 진실을 신속하되 공정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시시비비를 올바로 가려달라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언론은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특히 권력과 자본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 즉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 존재양식이 전제된다. 그런데 언론에 요구되는 이러한 역할과 존재양식은 언론 스스로가 표명하는 바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학자들은 언론을 향해 '권력과 자본의 간섭으로부터 독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본력이 적을수록, 대기업과 공기업 등의 광고주를 많이 확보하지 못할수록 언론은 생명을 지속시키기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답은 어디에 있을까? 다시 강준만 교수의 말로 돌아가보자.

<○○○○○>이 버려야 할 고질병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마케팅을 경멸하는 자세이다. 다른 일간지를 구독하다 끊기는 매우 어려운 반면 <○○○○○>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신문의 시장경쟁은 오로지 신문 내용으로 결정된다는 생각은 적어도 우리처럼 기형적인 시장구조를 가진 나라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치열한 판매촉진을 하지 않고 점잖게 앉아서 독자를 기다리겠다는 것은 오만하거니와 불손하다.(<마케팅의 강화>)

이는 강준만 교수가 20년 전 <한겨레신문>을 향해 내뱉은 쓴 소리다. 하지만 <○○○○○>은 지금의 <오마이뉴스>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2004년 10월부터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7년 여 동안 <오마이뉴스>를 지켜본 경험에 비춰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특히, 수익 사업에 대한 고민을 본사 직원들과 여러 차례 논의한 바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오마이뉴스>가 지난 2009년 7월 8일 시작한 유료회원사업 '10만인클럽'이 거둔 미미한 성과는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월 1만 원씩 10만 명이 동참해 <오마이뉴스>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언론 지형을 확 바꿔보자는 이 시도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12년 2월 12일 현재 10만인 클럽에 가입한 회원은 4309명에 불과하다(누적회원 1만780명). 

10만 명이 월 1만 원씩, <오마이뉴스>를 키워보자

<오마이뉴스> 일반회원 343,438명, 기자회원 69,328명.
 <오마이뉴스> 일반회원 343,438명, 기자회원 69,328명.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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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명이 월 1만 원씩 지불하고 <오마이뉴스>를 구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12주년 창간기념사에서 오연호 대표가 밝혔듯이 <오마이뉴스>에서 혐오감을 주는 광고가 완전히 사라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 자본과 권력에 어떠한 간섭과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0만 유료 독자의 입김은 엄청난 무게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오마이뉴스> 창간 12주년을 맞아, 건강하게 잘 자란 12살 초등학생에게 더 큰 미래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기 위해 월 1만 원씩 10만 명이 동참해보는 게 어떠냐고.

월 1만 원의 힘은 사회라는 학교에서 일진이라는 조폭언론으로부터 <오마이뉴스>를 보호하는 것이며, 조폭언론이 수천억 원의 종편 회식을 할 때 <오마이뉴스>에 따뜻한 점심 한 끼 먹이는 것이 될 것이다.

점심식사를 하는 도중에 한 사람이 '신문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하고 뇌까렸다. 순간 '그거 너무 쉬운 거 아냐. 지금 우리 앞에 있잖아. 짬뽕받침.' 짬뽕 국물이 흐르지 않게 받쳐놓은 얼룩진 신문지에 우리의 시선이 쏠렸다.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말인즉슨 맞는 말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같이 신문을 짬뽕받침으로 사용하고 있으니까.

<신문소프트>(강성기 외, 도서출판 정보성, 1992년 2월 29일 18쇄 발행)에서 신문의 쓰임새를 풍자한 말이다. 20년 전 우스갯소리지만 지금도 유효하다. 그래, 이참에 조폭언론은 짬뽕받침으로나 써 버리자. 짬뽕에게는 무척 미안한 말이지만. 대신 그 짬뽕을 맛있게 먹으면서 될 성 부른 아이, <오마이뉴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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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클럽 회원 4,308명. 누적 숫자 10,779명. 수익모델의 혁명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10만인 클럽 회원 4,308명. 누적 숫자 10,779명. 수익모델의 혁명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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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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