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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에 도착한 우루무치. 이교도 바자르(시장)에 들려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사고, 카슈가르(喀什)로 가기 위해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카슈가르는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의 출발지점이다.

딱딱한 6인실 침대칸에 비하면 훌륭한 시설과 푹신한 침대지만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기차역 바로 옆에 숙소를 잡은 터라 밤새 소음에 시달리느라 한숨도 못 자고 우루무치의 길고 긴 첫날밤을 보내야 했다.

우루무치에서 맞이한 첫 번째 아침.
 우루무치에서 맞이한 첫 번째 아침.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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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어 우루무치의 아침을 맞이하는 시간. 중국 정부의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어 5년 전과는 다른 아침의 풍경이지만, 저 멀리 우루무치를 감싸고 있는 톈산산맥의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우루무치에서의 첫 아침을 시작한다.

4인실 침대칸은 화장실부터 다르다

우루무치와 카슈가르를 연결하는 장거리 열차.
 우루무치와 카슈가르를 연결하는 장거리 열차.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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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빠져나와 기차역 부근에서 밀가루 반죽에 양고기를 넣고, 화덕에 구운 카오 빠오즈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서둘러 기차역으로 향한다. 47시간을 달려 도착한 우루무치. 하지만 이번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의 출발지는 이곳이 아닌 신장 지역의 가장 끝 카슈가르(喀什) 인지라 다소 힘들지만, 또다시 장거리 열차에 몸을 싣는다.

기차 탑승 전 수화물(자전거)로 약간의 문제가 생겨 기차를 놓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갔지만, 다행히 여행자의 편의를 봐 준 기차역 직원의 배려에 복도 한쪽에 자전거를 보관하고 목적지 카슈가르(喀什)로 출발한다.

중국 기차 4인실 침대칸은 화장실부터 다르다.
 중국 기차 4인실 침대칸은 화장실부터 다르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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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시간 기차 탑승에 이어 26시간을 더 타야 하는 상황. 다행히 카슈가르(喀什)로 가는 열차는 이곳으로 올 때 이용한 6인실이 아닌 4인실인 터라 조금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작은 기쁨에 미소 지으며, 침대에서 빠져나와 4인실 기차 칸을 살펴본다.

6인실 기차 칸과는 화장실부터 다른 4인실 침대칸. 무엇보다 요금이 비싸 이용자들이 많지 않아 24시간 물 사용이 가능하고, 침대칸마다 문이 설치되어 있어 짐 걱정 없이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여행자 최고 안주는 바로 이거 아니겠습니까?

왼쪽으로는 사막이 오른쪽으로는 푸른색으로 뒤 덮인 멋진 산맥이 나타난다.
 왼쪽으로는 사막이 오른쪽으로는 푸른색으로 뒤 덮인 멋진 산맥이 나타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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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무치 역을 빠져나와 조금씩 속도를 내는 카슈가르행 K9786 열차. 분명 기차 외부에는 120KM/h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오래돼 선 지 아니면 고도가 높아선 지 알 수 없지만 터질듯한 엔진 소리에 비해 속도는 빠르지 않다.

얼마쯤 갔을까? 건물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오른쪽 창문에는 녹색 풀들로 가득한 여러 산맥과 만년설이 덮인 고봉이 보이고, 왼쪽 창문에는 모래로 가득한 타클라마칸 사막과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돌산이 보인다. 기찻길을 중심으로 극과 극인 자연의 모습. 어느 지역에서도 본 적이 없는 신기하면서 다소 황당한 풍경에 양쪽을 오가며 두 자연의 모습을 담는다.

기차 탑승 전 상점에서 구입한 맥주.
 기차 탑승 전 상점에서 구입한 맥주.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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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잔 같이해요"

양쪽 창문을 정신없이 번갈아 가는 필자(배낭돌이)를 부르며 맥주 꺼내어 놓는 행차님. 필자(배낭돌이)보다 약 두 달을 먼저 자전거를 가지고 중국으로 들어와 북경과 상해를 지나 실크로드의 출발지인 서안에서 우루무치까지 자전거로 이동한 행차님은 남은 실크로드 구간을 함께 하기 위해 우루무치에서 카슈가르행 기차에 함께 올랐다.

"여행하는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마시는 맥주가 최고죠"

이미 지난 두 달 동안의 중국 생활로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방법을 터득하신 행차님. 기차에서는 가게보다 약 2배 가격으로 맥주를 팔기 때문에 기차 탑승 전 미리 맥주와 약간의 주전부리를 준비했다고 한다. 기차에서 보내는 27시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순간. 여행하는 이야기를 안주 삼아, 창 밖의 멋진 풍경을 벗 삼아 마시는 맥주. 그 어떤 자리에서 마셨던 맥주보다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상) 기차표, 하) 좌석표.
 상) 기차표, 하) 좌석표.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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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까지 계속된 '여행 이야기'. 승무원의 소등이 되어서야 마무리를 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좋아하는 주제로 시간을 보내서 그럴까? 한 번도 깨지 않고 늦은 아침까지 단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무렴 승무원이 다가와 "종착지인 카슈가르에 곧 도착한다며 탑승 전 표와 교환한 좌석권을 달라"고 한다.

우리나라 기차와는 달리 기차 칸마다 승무원이 24시간 상주하는 중국 기차. 기차표 분실은 물론 이용객을 관리하기 위해 기차 탑승 후 좌석표와 표를 교환하고, 승객이 내리기 30분 전 좌석표를 회수하고 기차표를 건네준다.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장시간 이동을 하는 중국 기차에서 이 시스템은 표 분실뿐 아니라 잠을 자서 내려야 하는 역을 그냥 지나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번 여행의 출발지 카슈가르에 도착

위그루인들의 고향 캬슈가르에 도착하다.
 위그루인들의 고향 캬슈가르에 도착하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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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출발하여 상하이에서 열차로 47시간을 달려 우루무치에 도착하여 몇 시간을 쉬고 다시 열차에 올라 27시간 만에 도착한 캬슈가르. 실크로드 자전거 여행의 출발점이자, 위그루인들에게는 고향으로 불리는 마을인 만큼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개찰구 바로 앞에서 짐을 풀어 자전거를 조립한다.
 개찰구 바로 앞에서 짐을 풀어 자전거를 조립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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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차 이동으로 자전거를 들고 다녀야 했던 지난 시간. 이제야 기차에서 내려,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가방에 넣어두었던 자전거를 꺼냈다. 자전거를 조립하고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아본다.

약 나흘 동안 무거운 자전거를 들고 다녀야 했던 힘든 시간이 모두 잊히는 순간이다. 들고 다닐 때는 무거웠던 자전거가 빙판을 미끄러지듯 부드럽고 가볍게 앞으로 나아간다.

외모는 불안하지만 자전거 수리 능력은 최고

친절하게 길을 알려진 위그루 여성.
 친절하게 길을 알려진 위그루 여성.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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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했는데, 또 고장이 났네."

지난 두 달간의 자전거 여행 일정으로 잔고장이 많이 생겨, 우루무치 자전거 수리점에서 돈을 주고 수리했는데, 또 고장이 났다며 고개를 젓는 행차님. 함께 온 자전거 전문가들이 살펴보지만, 마땅히 해결책(수리방법)이 나오지 않아 우선 근처 자전거 수리점에 들리기로 하고 짐을 챙겨 카슈가르 시내로 향한다.

초행길이고 무엇보다 규모가 큰 카슈가르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 마침 도심 한가운데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여성에게 자전거를 가리키며 상점을 물어본다. 영어는 물론 중국어도 서툰 위그루 여성. 다행히 나의 질문을 이해했는지 손가락으로 방향을 알려주고,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홀연히 사라진다.

위그루 여성이 알려준 카슈가르 시내에 있는 자전거 판매점. 어린이용 자전거들을 팔고 있는데 MTB 수리가 가능할까? 의심이 앞선다.
 위그루 여성이 알려준 카슈가르 시내에 있는 자전거 판매점. 어린이용 자전거들을 팔고 있는데 MTB 수리가 가능할까? 의심이 앞선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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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알려 준 방향으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쪽에서 자전거를 내놓고 판매하는 자전거 상점을 발견했다. 겉으로 보아서는 어린이용 자전거를 판매하고 있었다. 수리하기 까다로운 MTB 수리가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가 고장 난 부분을 보여주고 수리 가능 여부를 물어보는데, 대답도 하지 않고 자전거를 밝은 곳으로 꺼내서 자세히 살펴본다.

아무말 없이 자전거를 살펴보는 직원의 행동. 과연 고칠 수 있을까?
 아무말 없이 자전거를 살펴보는 직원의 행동. 과연 고칠 수 있을까?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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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자전거 파는 곳인데, 가능할까?"

겉으로 보아서는 다소 불안해 보이는 직원의 행동에 의심이 들기 시작할 무렵, 자전거를 꼼꼼히 살펴보던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으로 브레이크 케이블과 짐받이 고정 지지대, 바퀴에 연결된 브레이크를 손봐야 한다며 소견을 말하곤 안으로 들어가 공구와 부품을 챙겨 나와 수리하기 시작한다. 외모와는 달리 익숙한 손놀림으로 고장 난 부분을 빠르게 고쳐 나가는 직원. 수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확인해 보라며 행차님에게 자전거를 건넨다.

빠른 솜씨로 자전거를 완벽하게 고친 자전거 고수. 의심부터 했던 우리 모습이 부끄러워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한다.
 빠른 솜씨로 자전거를 완벽하게 고친 자전거 고수. 의심부터 했던 우리 모습이 부끄러워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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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전문가는 물론 전문 수리점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빨리 다 고쳐 자전거를 건네는 직원의 모습에 더욱 의심이 가능 상황. 하지만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으며 상태를 확인하는 행차님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이 사람이 자전거 수리 고수일 줄이야~!"

고장 부위 외에도 꼼꼼히 자전거를 손 봐주어 상태가 더욱 좋아졌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행차님의 표정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행동에 의심부터 했던 우리를 고개 숙이게 하였다.

겉으로 드러난 외양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 그 사람의 능력을 의심부터 했던 상황. 하지만 고수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꼼꼼한 수리로 자전거 여행이 마무리되는 날까지 고장 없이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의심부터 했던 미안함에 아직도 그를 생각하면 고개가 숙여진다.

덧붙이는 글 | *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행, #자전거, #캬슈가르, #우루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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