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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저 많은 사스레피나무 가는 가지마다
마른 솔잎들을 촘촘히 걸어놓았다 달빛인 양
지난 밤 바람에 우수수 쏟아진 그리움들
산책자들은 젖은 내면을 한 장씩 달빛에 태우며
만조처럼 차오른 심연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러면 이곳이 너무 단조가락이어서 탈이라는 듯
동해남부선 기차가 한바탕 지나간다
- 박진규의 시,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 중

해운대의 야경
 해운대의 야경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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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는 낮보다 밤이 화려한 동네. 해운대 동네 한바퀴 도보로 돌려면 몇시간이나 걸릴까. 모처럼 지난 20일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해운대 일출을 보기 위해서 서둘러 미포 입구, 달빛 산책로에 도착했다. 우르르쾅쾅 방파제를 부술 듯한 우렁찬 파도소리와 덜커덩 덜커덩 새벽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화음처럼 환상적으로 들렸다. 

해운대 미포는 기찻길이 있어 더 운치가 있다. 미포는 해운대해수욕장의 왼쪽에 있다. 이 동네는 어촌과 먹거리가 풍부한 회센터와 오륙도 선착장 등이 있다. 달빛산책로는 미포에서 시작된다. 달빛 산책로는 해운대 관광명소로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미포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한국의 몽마르트라 불리울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달빛 산책로
 달빛 산책로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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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정
 해월정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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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새벽 바람은 살갗을 찌르는데, 그 혹독한 한풍 속에서도 붉은 동백꽃은 아리따운 봄처녀인 양 숲속에 함초롬히 피어 있었다. 환한 대낮처럼 밝혀져 있는 가로등이 도열하고 있어 산책로에는 새벽운동 나온 사람들이며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달맞이 언덕의 해월정 근처에는 해운대 해수욕장의 야경을 잘 찍을 수 있는 지정된 촬영장소가 있었다. 나는 예의 장소에서 해운대 야경을 여러 컷 촬영했다. 그러나 사진기가 신통치 않아서인지 견본으로 찍어 놓은 사진만큼은 흡족하지 않았다.

달맞이길
 달맞이길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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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산책로는 울창한 솔숲 사이로 밀려오는 파도소리도 좋지만 탁 트인 수평선 한가운데걸린 명멸하는 집어등들과 숲 사이로 쏟아질 듯한 달빛 속에서 장관의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 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정말 훌륭한 산책 코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달빛 산책로의 조명등이 참 특별했다. 마치 무대 조명 같았다. 보도블록 위에 아름다운 국화꽃 모양 따위와 시의 자막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마치 그림자 놀이처럼 낭만적이었다.

달맞이 길은 해운대를 지나 와우산을 거쳐 송정까지 해안 절경을 따라 이어지는 15곡도를 이른다. 이곳에서 보는 저녁달이 아름답다하여, 달맞이길. 대한 팔경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 하여 와우산으로도 불린다.

달빛 산책로
 달빛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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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길은 봄이면 벚꽃이 만개해서 절경이라 할 만하다. 울창한 송림이 바다와 어우러진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일품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유명 커피숍들이 다투어 들어서 있다. 주위에 가볼만한 곳으로는 '김성종 추리문학관'이 있다.

김성종 작가는 TV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소설가다. 이 도서관은 북카페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찻값만 계산하면 하루 종일 책을 볼 수 있다. 해월정에는 유료망원경이 있다.

망원경에 백동전 다섯 개를 넣고 각도를 잘 맞춰 보름날 보름달을 보면, 달의 분화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외 달맞이 언덕에는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해서 유명한 레스토랑들과 그림 전시회를 여는 화랑들이 많다. 매년 성하가 되면, 이 달맞이길에 존재하는 카페와 화랑 등이 합심하여 달맞이 축제를 개최한다.

달빛 산책로의 멋
 달빛 산책로의 멋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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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상징
 부산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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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길에서 보면 부산의 랜드마크, 광안대교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광안대교가 있는 광안리도 해운대처럼 밤의 야경다운 동네. 광안대교는 그래서 '다이아몬드 다리'로도 불린다. 번쩍이는 눈부신 조명과 광안리 해수욕장의 네온불빛으로 인해 밤에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서 바라보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에도 수많은 횟집들이 많다. 해운대 못지 않게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동백섬 숲길
 동백섬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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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동백꽃
 해운대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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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운대 일출을 보기 위해 동백섬을 찾았다. 도시는 아직 단꿈에 젖어 있지만 바다는 벌써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날씨가 추운데도 새벽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구름을 뚫고 힘차게 떠오르는 해운대의 일출.

매일은 태양은 떠오르지만 해운대의 일출은 언제나 장엄하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여름이면 천만이 넘는 피서객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러나 겨울 바다는 한산하다. 피서객이 떠난 모래사장에는 갈매기들만 요란하였다. 누군가 바다를 제대로 보려면 겨울 바다에 서보면 안다고 했던가. 가장 장엄하고 아름다운 겨울 해운대 바다가 금빛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해운대 아침 바다
 해운대 아침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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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겨울바다는
저 혼자 물소리 치다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다시 그리워
다시 오다간 다시 갑니다
-조병화의 시, <해변> 중


태그:#해운대, #달맞이길, #한국의 몽마르트, #미포,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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