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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중.고교 졸업식장에서 이네이트 공연
 화천중.고교 졸업식장에서 이네이트 공연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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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위라리에 위치한 화천 중·고등학교. 대학이 없는 촌동네에서 이 학교는 명문으로 꼽힌다. 1954년도 중학교를 개교한 이래 금년도 127명의 졸업생을 포함 1만 9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1994년도에 처음 문을 연 고등학교는 올해의 졸업생 57명을 합쳐 총 1165명의 학생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식장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다른 것 같지 않아?"

금년도 졸업생인 딸아이의 사진 촬영을 위해 지난 2월 9일 졸업식장에 들어선 내게 아내가 건넨 말이다. 그러고 보니 식장 분위기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43명 학생들 상장 수여하는데, 5분도 채 안 걸려

졸업장은 단상 위 화면에 대상자의 소개 영상과 함께 교장선생님이 직접 수여한다.
▲ 졸업장 수여식 졸업장은 단상 위 화면에 대상자의 소개 영상과 함께 교장선생님이 직접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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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20분 전에 도착한 용화관(졸업식장)은 요란한 음악에 맞춰 재학생 중 2학년 학생들의 댄스 공연이 한창이다. 식이 시작될 때까지 지속된 화려한 분위기에 이은 기관 단체장들의 입장. 그런데 이상하다. 지역에서 나름의 대표라는 기관 단체장들을 위한 자리가 단상이 아닌 1층 바닥 학생들의 자리와 같은 위치에 놓여 있다. 그들(기관 단체장)의 의자 또한 행사용 플라스틱 의자로 학생들이 앉아 있는 의자와 다를 바 없다.

불과 1년 전 만 해도 그들의 자리는 단상 위에 특수한 고급의자를 준비했던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행사(졸업식)에는 학생들과의 눈높이를 위해 자리도 학생들과 같은 위치에 배치했고, 의자 또한 차별화를 없애기 위해 학생들과 같은 플라스틱 의자를 준비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첫 순서인 졸업장 수여식.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단상 위로 호명해 첫 학생에게만 졸업장 내용을 낭독해 주고 나머지 학생들은 이름 호명과 동시에 대상 학생의 사진이 스크린에 나타나도록 해 학생들이 주인공임을 뚜렷이 부각했다. 이어진 상장수여식. 사회자가 상장을 주는 기관 단체장을 불러내 단상이 아닌 아이들 앞에 일렬횡대로 세우고, 상장받을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 그들(상장을 주는 기관 단체장) 앞에 서게 한 후 일시에 표창을 수여하는 방법으로 43명의 학생들에게 상장을 주는 데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상장을 주는 사람과 받는 학생이 일렬로 한번에 수여하는 장면. (옥의티)위치를 바꿔 학생들이 관객을 보도록 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 상장 수여식 상장을 주는 사람과 받는 학생이 일렬로 한번에 수여하는 장면. (옥의티)위치를 바꿔 학생들이 관객을 보도록 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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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졸업식에서는 졸업장 수여와 개별 학생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더 할애하고 상장 수여 시간은 대폭 축소했다. 이유는 상장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소외감을 없애고, 기관 단체장보다 주인공인 학생들의 배려에 의미를 둔 듯하다.

형식적인 인사말, 그것 없어도 서운한 사람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오직 너희들 만을 위한 날이란다. 화천고 3학년2반 졸업생 일부.
▲ 기념촬영 오늘은 오직 너희들 만을 위한 날이란다. 화천고 3학년2반 졸업생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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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학교장 회고사. 이것 또한 독특했다. 식순 말미에 형식적인 내용은 다 빼고 "졸업생 여러분 그동안 고생했습니다. 지금까지 여기서 갈고닦은 실력을 어디에 가서라도 유감없이 발휘하시길 바랍니다"라며 2분도 채 되지 않은 학교장 회고사를 한 것이다.

마지막 순서인 축하 공연. 고 2 여학생 6인조로 구성된 '지니어스'라는 그룹은 관객(학생 및 학부모)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다음 순서로 등장한 그룹 '이네이트'. 이들 역시 고1 남학생으로 구성된 7인조 댄서들이다. 과연 어느 연예인이 와도 이보다 더 열광적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졸업식장은 축제 분위기 그 자체였다.

과거 졸업식을 보면 후배들의 송사와 졸업생들의 답사로 식장은 한동안 숙연해지는 분위기로 이어지다 졸업가를 부를 때쯤이면 온통 울음바다를 이뤘다. 또 졸업식 후에 벌어지는 뒤풀이는 어떤가! 밀가루 뿌리기, 계란 던지기, 교복 찢기, 옷 벗기기 등 때로는 나체행렬도 벌여 졸업 시즌의 이같은 추태들은 언론에 단골처럼 등장했다. 특히 이러한 문제(뒤풀이)는 농촌보다는 도심지에서 정도가 심각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곤 했다.

"과거와 같은 뒤풀이 풍조가 억압적인 학교 분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즐기는 학업을 지향하고, 이번 졸업식 또한 엄숙한 것이 아닌 축제 분위기 연출로 더 이상의 뒤풀이는 필요 없음을 강조한 면도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 취임한 노승룡 교장 선생님은 이같이 말하고 이어 "이번 고등학교 졸업반인 두 학급 57명의 학생들은 체육대회, 장기자랑 등의 우승 상금을 모아 졸업식 행사가 끝난 후 읍내 고깃집에서 졸업생 57명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뒤풀이의 일환으로 화합행사를 개최합니다. 우리 선생님들도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담임선생님들이 개인별로 일정 금액을 보태서 격려 해 줬답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축제 같은 졸업식을 추진한 윤혜옥 학생부 선생님에게 물었다.

윤혜옥 화천고등학교 학생부 선생님(좌측)
 윤혜옥 화천고등학교 학생부 선생님(좌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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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졸업식과 달리 오늘은 참가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 모두 즐거운 날이었다. 어떻게 이런 구상을 하게 되었는가.
"졸업식은 끝남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따라서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기본적인 계획은 교장, 교감 선생님 주도로 중학교 선생님들과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아이디어에 의해 추진하게 되었다."

-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각급 기관 단체장의 자리를 학생들과 똑같은 위치로 배치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졸업식장의 주인공은 졸업생들이고 이 학교 재학생인 그들의 후배 학생들이다. 따라서 주인공인 그들(졸업생)을 단상에 올려 공연하거나 졸업장을 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예우(기관 단체장님들에 대한)는 공손히 자리에 안내해 드리고, 불편함이 없도록 해 드리는 것이지 자리를 단상에 배치한다거나 의자를 고급스러운 것으로 준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우리 지역 내 기관 단체장님들은 다들 훌륭하신 분들이라 그런 것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들은 한 분도 없었다."

- 특히 식 전 공연과 졸업식 마지막 순서에 이루어진 축하공연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이들의 공연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가?
"졸업식 프로그램 기획회의에서 학생들의 공연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연예인이나 다름없는 '지니어스(고 2 여학생으로 구성된 6인조 그룹)'와 '이네이트(고1 남학생으로 구성된 7인조 그룹)'에 무료 공연을 해 줄 수 있는지 제안을 했더니 흔쾌히 응했다. 이 자리를 빌어 행사(졸업식)를 빛나게 해준 두 그룹 맴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졸업생 선배를 위한 후배들의 축하공연. 연예인 못지 않은 댄스를 선보였다.
 졸업생 선배를 위한 후배들의 축하공연. 연예인 못지 않은 댄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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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졸업식도 오늘과 같은 방법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신지?
"이번 졸업식에 대해 각 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왔다. 선생님들과 학생 대표들의 전체 회의를 거처 결정하겠지만, 앞으로도 학생들이 주인공임을 염두에 두고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생동감을 살려 추진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태그:#화천중고등학교, #화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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