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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이자 진보통합당 당원인 김영철(50)씨가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 정문 앞에서 7일째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어민이자 진보통합당 당원인 김영철(50)씨가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 정문 앞에서 7일째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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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은 여수시·도의원 뇌물비리정치 책임져라!"
"말로만 정치개혁 하지 말고 뇌물비리 의원들을 공천한 공천자와 민주통합당이 책임져라"

전남 여수에서 지난 2일 상경한 어민 김영철(50)씨는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와 국회의사당 일대를 오가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오늘(8일)로 7일째인데 시위 동안 영하 15도 안팎의 엄동 추위가 엄습했다.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과 씨름하며 살아온 김씨도 온몸 얼게 하는 여의도 강바람에 꼼짝 못할 지경이다.

통합진보당 여수지역 당원이기도 한 김씨가 엄동 추위에도 굽히지 않고 1인시위를 강행하는 것은 뇌물비리 사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2010년 8개월 정도 민주당 당원이었는데 어민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오만함에 분통을 터트리고 지역어민 30명과 함께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에 가입했다고 했다.

김씨는 내일(9일)까지 1인시위를 펼친 뒤에 여수시 화정면 여자리에 속한 고향 섬 여자도(汝自島)로 내려갈 계획이다. 김씨는 "뼛속까지 얼게 하는 추위에 떨면서 펼친 1인시위 덕분에 더 커진 분노를 품고 간다"면서 "비워 두었던 어장을 손보기 위해서 내려가지만, 또다시 올라와 1인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개소리 취급하는 오만한 정당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주먹을 쥐었다.

"30년간 지지한 호남인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푸대접을 뼈저리게 겪고 내려간다."

서울에서 사업하다 6년 전에 고향으로 귀향한 김씨는 서울의 냉랭한 인심을 재확인했다. 엄동 추위에도 따듯한 보리차 한 잔 권하지 않는 민주통합당의 야박한 인심과 추위에 몸부림치는데도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중앙 언론의 지역사건에 대한 외면을 보면서 설움 섞인 분노를 털어놨다.

다음은 민주통합당사 정문 앞 일인시위 현장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수도권에서 여수비리 사건이 터졌다면 대국민 사과했을 것"

김영철씨는 "엄동 추위에도 시위하게 하는 힘은 민주통합당에 대한 분노"라고 말했다.
 김영철씨는 "엄동 추위에도 시위하게 하는 힘은 민주통합당에 대한 분노"라고 말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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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서울까지 와서 1인시위를 하게 됐나.
"민주당이 공천한 오현섭 전 여수시장이 거액의 뇌물을 받고 구속돼 10년 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으로 주승용 의원 측근이 7000만 원을 받아 구속됐고, 민주당이 공천한 시․도의원 등 모두 9명은 의원직을 상실했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 2명의 시의원 또한 의원직 상실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대형 비리사건이 벌어졌는데도 민주통합당 그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

만약 여수가 아닌 수도권에서 이런 비리사건이 벌어졌다면 민주통합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호남에서도 변방인 여수에서 일어난 비리사건이기 때문에 언론도 민주통합당도 외면해버렸다. 민주통합당을 30년 동안 지지했던 호남인에게 돌아온 것은 뇌물비리와 지역민심 무시였다. 그래서 서울까지 상경해 이렇게 추위에 떨며 시위하고 있다."

- 통합진보당 당원의 1인시위다. 총선 전략이란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어민의 입장으로 시위할 수도 있었지만, 여수시민의 분노를 떳떳하게 표출하기 위해서 진보통합당원의 입장으로 왔다. 통합진보당 동지들이 격려하고 응원해 주어서 힘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총선 전략이란 말은 어불성설이다. 나는 통합진보당 당원이기도 하지만 여수지역정치개혁연대의 일원으로 여수 비리사건 척결을 위해 활동했다. 서울에 온 것은 개혁세력들이 기대했던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 등의 당직자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함이다. 한마디 더 보탠다면 민주통합당을 도와주러 온 것이다."

- 민주통합당에 대한 여수지역 민심은 어떤가.
"요즘 '도로민주당'이란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데 여수지역에선 '그냥 민주당'이다. 중앙에선 시민통합당과 민주당의 통합으로 민주통합당이 만들어졌는지 몰라도 여수에선 시민세력과 민주통합당은 견원지간이다. 여수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이 공동 참여한 '여수지역정치개혁연대'는 민주통합당 여수 국회의원인 주승용 의원과 김성곤 의원에게 '당신들이 비리정치인을 공천해서 여수를 비리도시로 만들었으니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1인시위와 서명운동 등을 줄기차게 펼쳤지만 모른 체하고 있다.

정치비리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고 있는 주승용-김성곤 의원이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치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염원을 외면하는 오만한 처사다. 두 국회의원의 지역구가 수도권이었다면 개혁대상에 당연히 포함됐을 것이다."

- 국회의원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힘 있는 자신을 뽑아달라고 하는데 지역발전에 도움이 됐나.
"주승용-김성곤 두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지역발전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 섬 어민들을 비롯해 상당수 지역민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김성곤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했다. 어민들은 김성곤 의원을 민주통합당 의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태 정치인 공천하면 여수시민이 또 심판할 것"

국회의사당 일대에서 일인시위 중인 김영철씨
 국회의사당 일대에서 일인시위 중인 김영철씨
ⓒ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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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에 가입하는 지역민의 경우 대개 민주당에 가입한다. 왜 통합진보당에 가입했나.
"나는 주승용 의원의 지역구(여수을선거구) 주민인데 아버지를 비롯해 우리 가족들은 30년 동안 평민당, 열린우리당, 민주당에 투표했다. 그리고 지난 2010년에는 무늬만 당원이었지만 8개월 정도 민주통합당 당원노릇도 했다. 우리 어민들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수산업법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이로 인해 바다에서 작업하다가 단속에 걸려 벌금을 물고 전과자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 어민의 애로사항을 해결해달라고 민주통합당에 수없이 호소했지만 해결은 고사하고 들어주지도 않았다. 무지몽매한 일방적 짝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엘 찾아갔다. 그들은 민주통합당처럼 힘은 없지만 어민의 애로사항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상의하면서 해결해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민주통합당은 어민들의 아픔을 대변해줄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주변 어민 30여 명과 함께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 어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한미FTA 반대집회 등에도 참석했다. 여수 지역의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 그 누구도 어민의 아픔을 대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어민들은 통합진보당에 가입했고 어민들을 대변할 시·도의원과 국회의원을 뽑는 일에 최선을 다해 뛸 것이다."

- 민주통합당의 '호남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지여론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민주통합당이 오만함에 빠졌는데 '호남개혁'을 외면하는 순간 국민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요즘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가 한명숙 대표보다 더 개혁적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이런 소리를 하겠는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의 비리를 들추어내고 비난하는데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자기 집안에서 발생한 비리사건으로 악취가 진동하는데 그건 모른 체하고 남의 당만 쑤시는 민주통합당이다. 호남개혁?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비리 정치인을 공천하고 그로 인해 여수를 비리도시로 만들고도 뻔뻔하게 또다시 출마하는 국회의원들을 또 공천한다면 그것은 여수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만약에 구태 정치인을 청산하지 않고 또다시 공천한다면 여수시민은 무소속 시장을 선출하면서 민주통합당을 심판했던 6·2 지방선거처럼 또 다시 심판의 칼을 들 것이다. 과거처럼 막대기만 꽂아도 민주통합당 후보라면 무조건 당선시켜주던 그런 무지한 일은 이제 지역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전 여수시장은 징역 10년 확정. 전남도의원과 시의원 9명은 의원직 박탈, 시의원 2명은 대법원 계류. 이들을 공천한 민주통합당은 정치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전 여수시장은 징역 10년 확정. 전남도의원과 시의원 9명은 의원직 박탈, 시의원 2명은 대법원 계류. 이들을 공천한 민주통합당은 정치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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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 기간 동안 몹시 추웠는데 힘들지 않은가.
"정말 추웠다. 뼛속까지 어는 것 같은 추위다. 추위에 떨면서 민주통합당의 태도에 분노가 더 치밀었다. 말하자면 '똥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식으로 지역민심을 무시하고 있다. 시위 첫날에 당직자인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잠깐 와서 유인물과 구호를 파악해 갔을 뿐이다. 내일(9일)까지 시위를 한 뒤에 비워 두었던 어장을 손보러 내려갔다가 또다시 올라와 1인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개소리 취급하는 오만한 정당에 끝까지 맞설 것이다."

- 가족들은 상경 1인시위를 반대하지 않았나.
"우리 가족들은 우리 가족만을 위해 사는 것을 반대한다. 나는 어촌계 청년회장 등을 하면서 불쌍한 어민들과 지역민의 권리를 찾는 일에 나섰는데 그것은 가족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지역의 민주통합당과의 싸움을 가족들도 응원하고 지지한다."

- 민주통합당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는가.
"우리 지역의 시민세력과 진보정당 관계자들은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의 공심위원장 임명을 통한 '호남개혁'을 기대했다. 그런데 보기 좋게 빗나갔고 공천심사를 받아야 할 지역 국회의원이 공천심사위원이 된 것을 보고 호남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번 공심위원 명단을 보면서 민주통합당은 개혁은커녕 자기들의 밥그릇 중심 세력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여수에선 요즘 시민운동세력이 민주당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며 비판한다. 순진한 시민운동가들이 고단수의 정치인들에게 속았다, 당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시민통합당 출신들을 열심히 지지했는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학영 등 시민통합당 세력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도 어려워질 것 같아서 걱정이다."

한편, 오현섭 전 여수시장의 비리사건은 오 전 시장이 재임 중이던 2007년~2010년까지 여수시 공사와 관련, 공사업체와 조명업체에게 각각 4억 원과 2억 원 등 모두 6억 원의 뇌물을 받으면서 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오 전 시장은 10년 징역이 확정됐다. 아울러 오 전 시장에게 뇌물을 받은 전남도의원 4명과 여수시의원 5명 등 9명은 의원직이 박탈됐고 여수시의원 2명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태그:#민주통합당, #호남개혁, #여수비리사건, #주승용 김성곤, #진보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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