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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도입된 이후, 경제적 삶이 보장받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자 학생들과 연구가, 전문가들이 최근 자본에 생계를 의존하지 않는 방법을 활발히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에 협동조합 체제와 같은 경제적 대안으로 '기본소득 운동'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청년과 청소년들이 직접 기본소득운동을 펼치는 곳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는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운영위원 단편선(27)씨를 6일 만났다.

'부자 과세'로 모든 국민에게 한 달 40만 원을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음악가 '회기동 단편선(본명 박종윤)'.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음악가 '회기동 단편선(본명 박종윤)'.
ⓒ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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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Basic Income)은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국가가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적으로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0세부터 죽을 때까지 꾸준히 현금을 받는다는 '보편적 복지'의 기본 형태라 많은 국가가 오래 전부터 기본소득을 논했지만, 국내에서는 2009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서야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이하 기청넷)는 이 기본소득운동을 청년과 청소년세대가 주체가 되어 제안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청'소'년 네트워크라고 특별히 표기한 이유는, 그동안 청년-청소년으로 나뉘었던 세대를 하나로 연결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단편선씨는 청년과 청소년을 특별히 묶은 이유를 "같은 경제문제를 공유하기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를 통해 시장이 커지는 시점부터 정확히 취업이 막히고 비정규직이 생겨났다. 이 이후 한국의 청'소'년세대는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불안과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인생에 어떤 계획도 제대로 가질 수 없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이러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그들이 청년이 된 다음에도 똑같은 상황이 영원히 반복될 거다. 이런 계속되는 고리를 끊기 위해선 우리가 우리 권리를 직접 주장하고 사회에 보장해달라고 외쳐야 한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기본소득의 효과를 가장 적극적으로 누릴 당사자들이 문제를 안고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기청넷을 포함한 기본소득네트워크는 월 40만 원의 금액을 기본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매달 5000만 명에게 꾸준히 지급하기 위해서는 연간 250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원 문제는 기본소득 제도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다. 기본소득네트워크에서는 조세변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남훈 기본소득네트워크 대표는 기본소득 재원 마련에 관련해 "탈세가 사라져야 하고 세금을 안 내던 불로소득자들은 추가로 세금을 내는 등 투명하고 공평한 조세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 모든 소득에 대한 과세 ▲ 증권양도 소득세와 토지세 부과 ▲ 불로소득(이자, 배당, 증권양도소득)에는 30% 과세 ▲ 환경세 4% 과세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상위 10%의 토지세나 투기불로소득, 주식세들을 통해서 하위 90%를 충당하는 방법이다.

단편선씨는 "한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세금을 별로 안 걷고 있고 감세혜택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당연히 조세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50조 마련을 위해서는 추가과세를 넣는 방법과 관련비용을 통폐합하는 방법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자본가의 경우는 부담량이 늘어나겠지만, 서민의 경우는 지금보다 조금 더 세율은 올라갈지 몰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장 과세가 많이 되는 불로소득이나 토지세를 내야 할 사람들은 대개 일반 서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땅을 소유한 사람이 대개 누군가를 생각해보면 쉽다."

단편선씨는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이 모든 걸 다 해결해준다고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소득에만 의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당연히 노동인원이 줄어들 것이기에 기본소득은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 의식주가 가능한 정도만을 충족해야 하고,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재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진짜 권리가 없다... 기본소득운동 통해 진정한 시민 될 수 있어"

9일 오후 6시 신촌에서 열릴 예정인 기본소득 청'소'년 운동 런칭파티.
 9일 오후 6시 신촌에서 열릴 예정인 기본소득 청'소'년 운동 런칭파티.
ⓒ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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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청넷은 청년층을 넘어 그간 활동폭이 넓지 않던 청소년들도 본격적으로 기본소득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새롭다. 기본소득에 청소년들까지 함께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단편선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나라 청소년들은 진짜 권리가 없다. 우선 친권의 경제력에 종속되어 있으며 법적인 여러 제약으로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권리마저 제한된다. 사회에서 그 주체가 되는 과정을 막고 시민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만든다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게 맞다. 기본소득은 내가 이 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보편적인 시민권 투쟁이기에, 이 운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진정한 '시민'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기청넷의 취지에 청소년 활동가들도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회원 수수씨는 "부모 슬하에서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 안의 청소년들은 고용조차 되지 않아 경제적 기반이 제로에 가깝다"며 "만약 청소년에게 그들만이 온전히 쉴 수 있는 돈이 지급된다면 청소년들 시점에선 큰 발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다른 정당의 복지 논의에서 청소년 계층은 항상 빠졌는데 기청넷은 실질적인 청소년 운동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본다"며 기본소득 운동에 동참할 의사를 나타냈다.

자본을 뒤엎는 '혁명' 위해 뛰는 기청넷

개인적으로 기본소득 운동에 동참하게 된 계기를 묻자 단편선씨는 간단하게 말했다.

"별 거 없다. 지갑에 돈이 없어서다. 나는 음악가에 활동가, 자유기고가, 선생의 일까지 하는데도 이 모든 것들이 돈이 안 된다. 최소한 내가 지갑에 돈이 안 들어오는 걸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고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활동을 열심히 해나가고 싶은데, 구성원으로서 내가 사회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기본소득이다."

이어 그는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이윤중심의 자본체제를 뒤엎는 혁명에 가까운 일이 생길 것"이라며 "최초의 보편복지논쟁이 지금 진보층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시민의 권리와 자본가의 이익이 계속해서 부딪치고 있다. 이 여러 번의 충돌을 통해 기본소득 제도도 발전되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청넷은 올해를 '기본소득 도입 원년'으로 만들 것을 목표로 잡고 청'소'년들과 함께 캠페인, 세미나, 공개토론회, 좌담회, 외국 네트워크 등을 통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청넷은 9일 신촌의 지역카페 체화당에서 '2012 기본소득 청'소'년운동 런칭파티'를 열어 계획을 발표한 후 좌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단편선의 분명은 박종윤씨로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6년부터 '회기동 단편선'이라는 이름의 솔로 음악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음악 외에도 활동가, 프리랜서 기고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특히 2010년부터는 자립음악생산조합과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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