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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카페('쌍화차코코아(쌍코)', '소울드레서', '화장~발')가 <나는 꼼수다> '비키니 시위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6일 공동성명을 내고 "나꼼수에게 가졌던 무한한 애정과 믿음,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라고 발표했다. '다음카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들 여성·여초 커뮤니티 연합은 2008년 '촛불' 이후 4대강 반대 집회, 한미FTA 반대 집회 등 정치활동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세 커뮤니티의 회원 수를 더 하면 60만 명에 이른다.

삼국카페는 "사건의 이름은 본질을 규정하는 핵심이나 다름없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비키니'를 통한 시위 형식이나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가슴 사진 대박', '코피 조심'이라는 말에서 드러난 여성관의 한계라고 판단하는 바, 이 사건이 '비키니 시위 사건'이 아닌 '코피 사건'으로 불리길 진중히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이유는 분노를 표출하거나 사과를 요구함이 아니다. 이미 그 단계는 지나갔다"며 "10·26 부정선거, BBK, 진보 대통합, 총선 등 산적한 현안 속에서 우리의 현재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의 길을 가기 위함"이라며 성명서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지금까지 나꼼수 멤버들이 보여주었던 노고에 감사드리며,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바이다. 이 성명서는 그간 나꼼수의 행보를 폄훼하려는 목적이 아님 밝힌다"라고 분명히 했다.

"진보 자처하는 세력이 여성 인권에 무지... 참으로 유감"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특별 야외공연에서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특별 야외공연에서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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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에서 삼국카페는 이번 사태와 관련된 나꼼수 측의 태도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우리는 '비키니 시위 사진'을 소비하는 일부 남성들의 관점에 우려를 표했고, 트위터, 메일 등을 통해 나꼼수의 입장표명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며 사태를 진정시켜 줄 것을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주진우 기자의 '가슴 응원 사진 대박! 코피를 조심하라!'는 접견민원서신 사진 공개는 시위의 본 메시지가 아닌 가슴을 집중 부각하며 주객을 전도시켰다"라고 꼬집었다. "'코피' 발언은 그들이 남성 위주의 사회적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며, 여성을 성적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한낱 눈요깃거리로 삼고 남성의 정치적 활동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상 정도로 전락시킨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나꼼수와 청취자의 관계를 단순히 유명인과 팬의 관계가 아닌, 시대를 함께 고민하는 동지적-동반자적 관계라고 생각해왔다"면서 "그렇기에 여성 모두는 아닐지라도, 여성 청취자들이 코피 발언에 불편해했다면 나꼼수 멤버들은 그 불편함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성욕감퇴제 복용, 수용복 사진 요청 등의 발언으로 인해 수영복 사진, 더 나아가 속옷사진이 올라오게 되었고, 사진 속 여자 가슴에 환호하며 마음껏 성욕을 발산하는 남성들이 등장했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 전개 과정의 중심에 나꼼수가 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경솔했다'라고만 입장을 표명했어도 사태는 바로 진화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김용민 교수는 비판 멘션에 대해서는 편집 RT하거나 차단시키는 등의 소통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김어준 총수는 <시사인> 토크콘서트에서 '성희롱은 권력의 불평등 관계가 전제돼야 하는데 청취자와 우리 사이에는 그런 게 없다'라며, 불쾌감을 나타내는 여성청취자를 청취자의 범주에서 배제했다. 또한 '생물학적 완성도에 대한 감탄, 성적 대상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가중시켰다. 나꼼수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데다 자신들이 주체가 된 상황에서의 문제해결능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특히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마저 여성 인권에 무지하다는 현실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여성들에게 진보의 짐 더욱 무거워... 대강 덮지 않을 것"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가 2011년 6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앞에서 열린 가운데 대학생들을 지지하는 '날라리 선배부대'(트위터리안 모임), '쌍코' '소울드레서', 네티즌들이 배달시킨 치킨, 햄버거 등이 학생들에게 나눠지고 있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가 2011년 6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앞에서 열린 가운데 대학생들을 지지하는 '날라리 선배부대'(트위터리안 모임), '쌍코' '소울드레서', 네티즌들이 배달시킨 치킨, 햄버거 등이 학생들에게 나눠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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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카페는 김용민 교수가 운영자로 있는 정봉주 전 의원 팬카페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미권스는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성의 누드 사진을 올리는 등 계속해서 성희롱으로 대응하였다"면서 "또한 삼국회원을 더 중요한 일(가카퇴진)을 도모하는 대단한 진보인사(나꼼수, 미권스)를 고작 그런 일(여성인권문제)로 분열시키려는 조중동 알바로 몰며 삼국의 명예를 훼손시키면서까지 본인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했다"라고 비판했다.

"우리를 동등한 동지라고 여긴다면 최소한의 소통은 이루어져야만 했다. '비판'이 '전투'가 되고 '의견'이 '총알'이 되고 '소통에 대한 요구'는 '알바'로 취급된다는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이어 이들은 "삼국카페는 성별, 종교, 기타 사회적 신분으로 차별하지 않겠다는 '진보'의 가치와 인간을 도구화하지 않겠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대의라는 이름 아래 침묵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우리 여성들에게 진보의 짐이 더욱 무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그러나 무겁다고 하여도 그 짐을 내려놓지도, 타협하지도 않을 것이다. 대강 덮고 쉽게 살아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딸들이 이런 일을 또 겪게 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를 나꼼수를 통해 계몽된 여성으로 보는 시각과 조중동의 알바로 치부하려는 시각 모두를 거부한다"면서 "'반쪽진보'를 거부하며 나꼼수에게 가졌던 무한한 애정과, 믿음,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꼼수 역시 정봉주 전 의원 수감 후 스스로가 더 이상 대안언론, 단순 B급 방송이 아닌 정치적 주체 중 하나로 위상이 바뀌었다는 점을 자각하고, 진정한 진보적 인사가 되기 위해 정치적 사안 이외에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 성명서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부 편협한 시선을 거부하며, 또한 이 틈을 비집고 끼어드는 보수언론에게도 말해둘 것이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뿐, 와해나 분열이 아니니 함부로 끼어들어 논점을 흐리지 말길 바란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태그:#나꼼수, #삼국카페, #비키니, #나는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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