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모두 꺼주세요. 불빛이 남아있으면 다음 무대를 이어갈 수가 없어요."

장현승의 한마디에 객석을 꽉 채운 1만개의 회색 야광봉이 모두 꺼졌다. 야광봉을 내려놓은 스탠딩석 관객들은 휴대전화를 거내 카메라로 무대를 비췄다. 무대를 향한 조명마저 꺼지자, 밴드의 반주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무대 위엔 고개를 숙인 여섯 남자가 등장했다. 그들은 나지막히 노래를 불렀다. '라이트리스(Lightless)'. 사랑하는 이를 빛에 빗대, 이별의 슬픔을 '빛을 잃었다'고 표현한 곡이었다.

 360도 돌아가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른 비스트.

360도 돌아가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른 비스트. ⓒ 큐브엔터테인먼트



아이돌의 상징인 절도 넘치는 '칼군무'는 없었다. 몸동작 하나하나에서도 개성이 느껴지는 듯했다. 2시간 30분동안 이어진 무대는 '자유로움'과 '단단함'으로 대표됐다.

5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이곳은 콘서트를 보러 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 쯤 거쳐갔을 장소다. 2월 4일 오후, 이곳에는 10~20대 여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날씨가 추운 탓에 무릎 담요까지 두른 이들은 비스트 멤버들의 이름이 쓰인 수건을 목에 걸고, '뷰티풀쇼(Beautiful Show)'라고 쓰인 망토를 입고 삼삼오오 체조경기장으로 모였다. 야광봉을 받아든 이들의 얼굴에선 기대감이 엿보였다. 딱 1년 만에 같은 공연장으로 돌아온 비스트를 만나는 설렘 때문이리라.

 히트곡 '쇼크'(SHOCK)를 열창하는 비스트

히트곡 '쇼크'(SHOCK)를 열창하는 비스트 ⓒ 큐브엔터테인먼트


지난 2009년 데뷔한 비스트는 2011년 5월 정규1집 이후 새 앨범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여름 열린 패밀리 콘서트 '유나이티드 큐브' 무대, 포미닛 현아와 퍼포먼스 유닛 '트러블메이커'로 활동한 현승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에서 이들을 만날 기회는 없었다.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했고, 영국과 브라질에서 '유나이티드 큐브' 콘서트를 열었지만 국내 팬들은 "왜 다른 나라에서만 활동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래서였을까. 비스트는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2곡의 신곡을 선보였다. 월드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뷰티풀쇼'는 그 2곡을 선보이는 첫 무대였다. 절절한 가사의 '이럴줄 알았어', 준형의 자작곡이자 첫 솔로곡 '너 없이 사는것도'는 '뷰티풀쇼'의 하이라이트였다. 데뷔 당시 많은 남성 아이돌 중 한 팀이었던 비스트가 지난 3년동안 스스로를 어떻게 갈고 닦아왔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무대였다.

 자신의 첫 솔로곡이자 자작곡인 '너 없이 사는 것도'를 처음 공개한 비스트 용준형

자신의 첫 솔로곡이자 자작곡인 '너 없이 사는 것도'를 처음 공개한 비스트 용준형 ⓒ 큐브엔터테인먼트



비스트는 팬들의 판타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을 보러 온 1만여 명의 관객을 향해 뛰는 것은 물론, 미러볼을 타고 허공을 날았고 1명의 팬을 무대에 올려 노래와 곰인형, 꽃다발 3단 콤보를 선물하기도 했다. 360도로 돌아가는 무대 또한 볼거리였다.

장현승과의 듀엣 무대에서 여성 댄서와 끈적한 춤을 추며 팬들의 공분을 산 이기광은 앙코르 곡을 부르며 막내 손동운과 윗옷을 벗어버리는 과감한 노출을 시도,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양요섭은 개인 무대에서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 출연 당시 불렀던 라디의 '엄마'를 열창하며 흐느끼기도 했다.

 '쌩스 투'(THANKS TO)를 부르며 미러볼이 달린 와이어를 타고 공연장을 누빈 양요섭(오른쪽)과 용준형(왼쪽 스크린)

'쌩스 투'(THANKS TO)를 부르며 미러볼이 달린 와이어를 타고 공연장을 누빈 양요섭(오른쪽)과 용준형(왼쪽 스크린) ⓒ 큐브엔터테인먼트


이날 콘서트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밴드였다. 비스트는 전곡을 라이브 밴드 버전으로 편곡, 색다른 느낌을 더했다. 무대 곳곳을 누비면서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 실력은 그동안 비스트가 쌓아온 '내공'을 보여주는 듯했다. 

공식 팬클럽 '뷰티'가 가득 찼다(Full), 혹은 '볼 거리로 가득하다'는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는 비스트의 월드투어 '뷰티풀쇼'는 서울 공연에 이어 12일 독일 베를린으로 향한다. 이후 비스트는 영국과 스페인,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 14개국 21개 도시에서 '뷰티풀쇼'를 열 계획이다.

 2월 4일, 5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비스트의 월드투어 첫 콘서트 '뷰티풀쇼' 모습

2월 4일, 5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비스트의 월드투어 첫 콘서트 '뷰티풀쇼' 모습 ⓒ 큐브엔터테인먼트


비스트 뷰티풀쇼 월드투어 너없이사는것도 이럴줄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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