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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강남역 8번출구 앞 삼성 본사서 인권·노동단체들이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31일 오후 강남역 8번출구 앞 삼성 본사서 인권·노동단체들이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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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고층을 자랑하는 서울 강남역 삼성 본사 건물 앞에 느닷없이 커다란 스티로폼 덩어리가 등장했다. 거기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삼성에 먹이는 빅엿.'

스티로폼 옆부분에는 '삼성 최악의 기업 3위 선정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백혈병으로 숨진 반도체노동자 살려내라' '뇌종양 걸린 삼성 노동자 산업재해 인정하라' 등 수많은 피해 노동자들의 울분이 적혀 있었다. 곧 이어 여러 사람이 그 '빅엿'을 들어 삼성 본사 정문으로 던지면서 외쳤다.

"삼성, 이제는 엿 좀 먹고 정신 좀 차려라!"

얼마 전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주관하는 '공공의 눈' 온라인 투표에서 삼성이 '세계 최악의 기업' 3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은 가운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가들이 인권사회단체들과 함께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행사를 벌였다.

'삼성에게 빅엿을 선사한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앞서 쌍용차 20번째 죽음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마치고 온 쌍용 노조원과 70여명의 '희망뚜벅이' 참가자들도 함께 했다.

'공공의 눈'에 딱 걸린 삼성... 세계 최악의 기업 3위 선정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씨가 발언하고 있다.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씨가 발언하고 있다.
ⓒ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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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가 주관하고 전 세계 NGO가 참여하여 수상하는 '공공의 눈(퍼블릭 아이 어워드)' 시상은 매년 이윤만을 목표로 부도덕하게 경영해온 다국적 기업을 선정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1월 6일부터 20일까지 펼쳐진 이 설문에서 삼성은 총 8만8766표 가운데 1만9014표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이 '세계 최악의 기업' 조사에서 국내 후보는 삼성이 최초였고, 경쟁후보들은 광산개발 도중 4만명을 무보상 강제이주시킨 브라질의 '발레(Vale)',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초래한 일본의 '도쿄전력(TEPCO)' 등이었다.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씨는 "삼성은 기본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용산이나 과천 철거 같은 기본권의 문제도 억압해 피해자에게 많은 상처를 줬다"며 "여기에 태안 기름유출과 같은 크고 작은 환경사건도 일으켜 놓고 전혀 책임지지 않고 있어 '최악의 기업 3위'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의 눈' 시상식을 보고 우리가 느껴야 하는 건, 저 삼성도 1위를 하지 못할 만큼 크게 잘못되어 있는 이 세상을 바꿔야만 한다는 것이다"라며 "1등을 하진 못했지만 3등에 선정되었다는 사실과 아직도 고통받는 많은 피해자를 삼성이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성환 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조사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억압한 채 초국적 기업이 되어버린 삼성의 당연한 결과"라며 "삼성은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피해를 더이상 가리려 하지 말고 산재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과 책임을 외면하는 삼성에 빅엿을 선사한다"

반올림 등은 31일 삼성 본사 앞에서 '세계 최악의 기업 삼성'에 '빅엿'을 먹이는 행사를 벌였다.
 반올림 등은 31일 삼성 본사 앞에서 '세계 최악의 기업 삼성'에 '빅엿'을 먹이는 행사를 벌였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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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는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 가족을 비롯해 삼성으로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받은 노동자들이 모여 '삼성의 책임'을 촉구했다.

방승아 과천철거민 대표가 삼성물산에 의해 철거된 과천 상가세입자들 대표로 나섰다. 방 대표는 "법 없이도 살 정도로 선량하던 과천 세입자들이 한순간 길바닥에 던져졌다"며 "약자는 보답받지 못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작은 힘을 보태 큰 힘으로 싸워 나가자"고 말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에버랜드 비정규직 사육사의 죽음과 관련해 삼성의 책임을 요구했다.

박 활동가는 "(사육사가) 젊은 나이에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숨졌고 증거가 있는데도 회사는 끝까지 술 먹고 넘어진 거라며 산재처리를 하지 않는다"며 "노조원들에게도 '한 건 잡았나 보다?'라고 비웃었던 삼성 사원들도 잊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의 참여자들은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 죽어나가도 개인질병이라 주장하며 산재 은폐하는 삼성, 무노조경영 조치로 노동3권마저 막아온 삼성, 회장 일가의 탈법 세습과 태안 주민들에 대한 보상 외면하는 삼성에 빅엿을 날리겠다"며 '빅엿' 스티로폼에 각자의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붙인 뒤 삼성 정문으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희망뚜벅이'의 한 참가자는 "이번 희망을 위한 발걸음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해 삼성에 피해받는 노동자들의 삶도 적극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삼성, #빅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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