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부터 시작되었던 나흘간의 연휴동안 각 방송사는 저마다 명절특집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하지만 예년과 마찬가지로 재탕과 우려먹기, 스핀오프(번외) 프로그램만 난무해 채널을 고정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NO.1'은 있었다. 정초부터 우리에게 웃음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상기시켜준 <수상한 몰래카메라 조작단>(아래 '조작단')이 그것이다. 22일 MBC에서 아주 제대로,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터트린 '한방'을 소개한다.

'조작단'은 방영 이후 '유재석 없는 무한도전'이란 평가와 함께 주로 "산만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석을 제외한 무한도전의 전 멤버가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멤버들간의 앙상블은 '무도'에 비해 크게 못 미쳤고, 메인 MC로 나선 김구라의 활약도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고영욱 역시 무도 멤버들에 비해 겉도는 느낌이었다. 단순하게 보자면 '조작단'은 실패한 프로그램이었다.

'조작단', 기존 몰래카메라와는 달랐다

 수상한 몰래카메라 조작단

수상한 몰래카메라 조작단 ⓒ MBC


하지만 이른바 MT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마피아 게임'에 바탕을 둔 '조작단'은 적어도 형식적인 재미에서는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였다. 특히 게임의 형식은 설정에 따라 변화무쌍할 수 있다는 것을 SBS <런닝맨>이 보여주고 있는 만큼, '조작단'의 발전가능성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사실, '조작단'은 요리 프로그램을 가장한 몰래카메라를 통해 범인과 가담자를 가려내는 형식의 신개념 몰래카메라이지만, 기존 몰래카메라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단순하게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어이없는 상황이나 엉뚱한 행동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후반부 멤버들이 범인을 찾기 위해 옥신각신,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에 7할 이상의 무게중심을 둔 것.

'마피아 게임'에서 서로 범인이 아니고 시민이라고 주장하며 온갖 억지논리를 갖다 붙이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조작단'에 녹아 있었고, 거기서부터 진짜 재미가 시작되는 것이다.

하하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리고 '박명수 자막'

 방송에서 시민과 범인들의 지목을 받아 감옥에 갇힌 하하와 정형돈

방송에서 시민과 범인들의 지목을 받아 감옥에 갇힌 하하와 정형돈 ⓒ MBC


생각해 보자.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오해를 받고 또 진실을 밝히려 애쓰는가. 시민임에도 불구하고 멤버들로부터 범인이라는 지목을 받고 감옥으로 향하던 하하가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우리가 늘 달고 사는 말이다. '조작단'이 2012년 정초 우리에게 던진 첫 번째 메시지다.

뉴스가 뉴스가 되고, 예능이 예능이 되는, 그런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에게 달렸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2012년은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4년 만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 5년 만에 다시 뽑는 대통령.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것을 잊지 말아야 할까.

그런 점에서 '조작단'의 '한 방'은 바로 서로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며 결백을 주장하는 진술 과정에서 나온 '깨알  같은' 자막에서 비롯됐다.

방송에서는 범인이 아니었지만, 누가 봐도 유력한 용의자로 몰릴 수 있는 박명수가 자신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느닷없는 자막 한 줄이 시청자의 촉수를 건드렸다. 바로 "이 사람이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사람"이라는 자막이다.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자막 보셨나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2만5천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2만5천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 박창우


이 부분에서 '빵'터진 사람들은 아마 기억할 것이다. 지난해 9월 30일 확대비서관회의에 참석한 이 대통령이 "우리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며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던 사실을 말이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의혹조차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측근 비리 뉴스가 연일 끊이지 않고,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만연한 가운데 터져 나온 이 발언은 이를 보도한 해당 기사에 2만5천건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해를 넘긴 올해도 대통령 측근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볼 때, 정부 관계자 및 대통령 측근들이 대통령의 발언이 '틀렸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 '셀프 증명'에 나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니까 '조작단'의 자막은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했던 정부가 빚어낸,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자막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조작단' 부디 '마피아게임'으로 진화하길...

참고로 '마피아 게임'은 범인과 시민 외에 경찰과 의사 역할을 추가하면 훨씬 더 복잡하고 재미있는 게임이 된다. 경찰과 의사의 활약 여부에 따라 범인이 시민이 되기도 하고, 시민이 억울한 누명을 쓴 채 비명횡사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현실과 지극히 맞닿아 있는 '마피아 게임'의 진화를 '조작단'이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정규편성으로 자기잡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이카루스의 추락)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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