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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너무 좋아하는 질주본능
▲ 가출남 달리기를 너무 좋아하는 질주본능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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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좀 말려줘요~ "

이 녀석이 또 가출했다.
이번 달에만 두 번째다. 완전히 상습적이다. 우리 집 진돗개 '장군이' 녀석 이야기다.

수놈 진돗개 '장군이'는 이름값을 못하는 녀석이다. 덩치가 산처럼 크고, 소리는 천둥소리 같아 붙인 이름이 '장군이'다. 그럼 뭐하나. 이름 따로, 하는 짓 따로인걸.

만약 이 녀석의 이름을 다시 지을 수 있다면 '질주본능'이라 붙이고 싶다. 질주 - 달리기 본능 말이다. 이놈은 전생에 뭐였을까. 뭐였길래 이렇게 뛰쳐 달려 나가길 좋아할까?  달리기는 '장군이'의 처음과 끝이다. 그 정도로 달리기를 좋아한다.

우리 집에 들어 온지 5년. 그동안 '장군이'는 수도 없이 가출했다. 가출의 이유는 단순했다. 맘껏 달리고 싶어서다. 달리고 싶어서 가출하고, 실컷 달리고 나면 돌아온다. 

가출하면 방황하는 달리기 코스가 있다. 몇 시간 동안 그 코스를 달린다. 우리 마을과 이웃마을 주변의 코스를 정신없이 달리다가 지치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온몸에 흙이나 도둑 가시 같은 풀을 뭍이고서 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개를 묶어만 놓고 산책도 시키지 않는 그런 주인으로 말이다. 그건 아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산책시킨다.

우리로서는 나름대로 산책을 시켜주느라 애를 쓴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걸로는 '장군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는 눈치다. 목마른 '장군이'는 오늘도, 내일도 항상 가출을 꿈꾼다.

당연히 그동안 '장군이'는 수도 없이 개줄을 끊어 먹었다. 개목걸이도 여러 번 파손시켰다.  땅에 박아놓은 철기둥을 뽑고 달아난 적도 있다. 잘났다 '장군이'. 정말 잘났다.
'장군이'는 이렇게 우리 집의 지킴이이자 골칫덩어리다.

"가출을 왜 하나요?"

며칠 전, 우연히 우리 집 장군이와 전혀 다른 얌전한 개를 발견했다. 그랬다. 발.견.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아내와 함께 볼 일이 있어 들렀다가 어느 식육식당 옆 공터에 주차를 하게 됐다.

공용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다시 주차장 공터 쪽으로 걸었다. 그러다 그 식육식당 뒤편에 묶여있는 개 옆을 지나가게 됐다. 무심코 개를 흘깃 보고 지나가려다 어느 한 지점을 보고 내 눈은 고정됐다.

식육식당의 복많은 개
▲ 뉘집 갠고? 식육식당의 복많은 개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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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가 묶인 개 줄에 시선이 꽂힌 것이었다. 오, 이럴수가! 나는 앞서 걸어가던 아내를 불러 세웠다.

"여보, 여보. 이것 좀 봐."

아내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내게 돌아왔다.

"뭔데? 왜 그래?"

나는 다가온 아내에게 내가 본 것을 가리켰다. 

"저기 좀 봐. 저 개가 묶여있는 곳 말야. 개줄이 사이다병에 걸려있어."

아내는 내 손이 가리킨 곳을 보더니 역시 신기해 했다.

"어머 정말이네. 개줄이 기둥도 아니고, 사이다병에 걸려 있네. 저래도 탈출하지 않나봐."

왜 이리 얌전한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네!

개줄이 묶여있는 사이다병
▲ 사이다병 개줄이 묶여있는 사이다병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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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봐도 신기했다.

"아니,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우리집 '장군이'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 벌써 사이다병 끌고 달아났을 거야."

그때였다. 식당 뒷문이 열렸다. 아마 주방에서 나오는 문인 것 같았다. 주방장 아저씨로 보이는 남자가 뭔가를 담은 그릇을 들고 나왔다. 아저씨는 개 이름을 다정히 부르더니 개 밥그릇에 음식을 부어주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개 밥그릇에 담긴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경악했다. 그건 그 식당에서 나온 '한우고기' 부산물이었다.

한우를 드시는 중(?)
▲ 팔자 좋은 개 한우를 드시는 중(?)
ⓒ 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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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헐, 이러니 가출할 이유가 있나…."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개고생, #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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