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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에도 환하게 웃으며 피어있는 갯쑥부쟁이
▲ 갯쑥부쟁이 추운 겨울에도 환하게 웃으며 피어있는 갯쑥부쟁이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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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라지만, 제주의 겨울바람은 매서웠다.
활짝 웃는 꽃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곳엔 여전히 풀꽃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한다.

"오랜만이야!"
"당신도 오랫만이군요!"

갯쑥부쟁이가 바람에 흔들리며 가을보다 더 강인해진 모습으로 꿋꿋하게 피어있다.

겨울바다를 지켜보고 서있는 갯쑥부쟁이
▲ 갯쑥부쟁이 겨울바다를 지켜보고 서있는 갯쑥부쟁이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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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니까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리까 풀이며, 그래도 피어나니 생명인 것이다.

"당신도 흔들리며 사시나요?"
"사람이니까..."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듯,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론, 모진 바람에 흔들리니까 사람이다.

바람에 흔들리고, 겨울바람에 온 몸을 움추리며 피어나 더 강하고 향기롭게 피어나는 꽃처럼 피어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참 사람이다.

김영갑 갤러리 뜰에는 수선화가 가득 피어있었다.
▲ 수선화 김영갑 갤러리 뜰에는 수선화가 가득 피어있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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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듯해도, 바람에 흔들려도 기어이 겨울에 피고야 마는 꽃은 새봄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머지 않아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

김영갑 갤러리 뜰에는 수선화가 한창이었다.
살아생전 제주의 바람을 담으려 허기지다 못해 쓰라린 배를 욺켜쥐고서도 필름을 샀던 그는 그렇게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제주의 바람 속에 남아있다.

"그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 사람에게는..."
"꼭 살아생전에 자신이 한 일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아야만 의미가 있는 것일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제 삶을 살고, 제 길을 가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들은 내게 말한다.

한 겨울에도 피어난 노란 유태꽃, 남도의 겨울은 여전히 꽃물결이 친다.
▲ 유채꽃 한 겨울에도 피어난 노란 유태꽃, 남도의 겨울은 여전히 꽃물결이 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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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사이 저절로 자란 유채가 노란 꽃을 피웠다.
그들에겐 상술이 들어있지 않아 좋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돈벌이를 위해 심겨진 유채에서도 꽃은 피어났지만, 그냥 이렇게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피어난 꽃이 좋다.

"춥지 않니?"
"이 정도 추위는 견딜 수 있어서 피어난 것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구나.
그래서 세상에 아름다운 사람 없을 것 같지만, 다 이겨낼 수 있으니 아름다운 사람도 살아가는 것이구나.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의자 아래서 피어난 갯쑥부쟁이, 쉬었다가는 이 없어도 빈의자의 친구가 되어 온 겨울을 난다.
▲ 우도 서빈백사 의자 아래서 피어난 갯쑥부쟁이, 쉬었다가는 이 없어도 빈의자의 친구가 되어 온 겨울을 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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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의 섬 우도의 서빈백사.
그곳엔 빈 의자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의자 아래에는 갯쑥부쟁이 한 무리가 피어나 의자가 바라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한 곳을 바라보는 구나!"
"그래요, 한 곳을 바라보는 이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겨울에 피어난 꽃, 그들은 두어 송이 따서 책갈피에 넣는다. 그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 겨울에도 환하게 웃으며 피어난 꽃들을 보며, 우리 사람사는 세상에도 환하게 웃으며 피어나는 사람들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따스해진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3일-15일 제주도와 우도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태그:#갯쑥부쟁이, #제주도, #우도, #수선화, #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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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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