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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6일 오후 2시 25분]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16일 국회 의원회관 104호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일각에서 예측한 탈당 선언도 아니었고, 올해 총선을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한나라당에 대해 보수대연합 제안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이 전 대표는 "현 상황은 이명박 정부의 실패이지, 보수의 실패는 아니다"라며 "보수가 한데 뭉쳐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대연합 제안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나 그는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과의 협력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충청권을 한나라당에 전부 양보한다면 협력이 될 것이지만 그렇게 안 한다면 우리는 각지역에서 한나라당과 강한 대치를 하게 된다"며 "총선에서 협력을 한다는 것은 말뿐일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보수 세력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내가 전면에 나서 뭐 하겠다 하는 게 아니라 밑거름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에둘러갔다.

 

구체적인 정치진로를 밝히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보수 원로'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신년 기자회견으로 보였다.

 

그는 현재 이명박 정권의 위기상황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보수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고 정책으로 엮어 냈더라면 결코 보수정권은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보수의 위기이고 보수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이어 한나라당 정강의 보수 표현 삭제여부 논란에 대해 "정당에 이념과 정체성이 없다면 그것은 뇌가 없는 공룡과 같다"며 "오늘날 17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진 거대한 정당,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방황하는 까닭은 바로 이렇게 이념과 정체성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보수라는 것을 쓰레기 통에 버리려 하고, 청년이 외면한다해서 좌클릭하는, 이런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무슨 손을 잡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보수대연합, 4월 총선 이후로 상정

 

그러나 "한나라당 내의 '보수 표현 삭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박세일 신당' 측과 보수가치 현실화를 위한 논의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총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보수 대연합을 논할 그런 시기가 되면, 보수의 가치에 동조하는 사람들과 상의하고 협조할 것"이라고 답해, '보수대연합'은 4월 총선 이후 추진과제로 구상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의 '중앙당·당대표 폐지' 논의에 대해서는 "옷이 더러워지니 발가벗고 살자 이런 이야기"라며 "지금 민주통합당은 중앙당을 확고히 하면서 강력한 당대표를 뽑고 여기로 결집해 정권을 뺏겠다고 나오는데, 한나라당은 반대로 중앙당 없애고, 대표고 뭐고 필요 없이 가자? 이게 정신이 있는 이야기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끝으로 "제대로 된 보수적 신념을 가진 대통령이 나와서 좌우로 나뉘어 혼란을 계속하고 있는 이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좌우를 아우르는 거국내각, 열린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답전문] "중앙당·당대표 폐지? 옷 더러워지니 발가벗자는 얘기"

- 참다운 보수, 정의로운 보수가 들어서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토대를 위해 구상하고 있는 것은.

"지금 토대는 여기서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아직 단계가 아니다. 어떻게 보수세력들이 이합집산하느냐가 아니라, 첫째 국민에게 보수주의가 왜 필요한지 왜 보수가 이 나라를 맡아야 국가 발전이 가능한지 설득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보수의 승리를 다짐할 수 있다. 보수의 미래에 대한 국민의 설득이 필요핟다. 구체적인 것은 이 자리에서 밝히기 어렵다."

 

- 언론에서 탈당 이야기가 나왔는데.

"탈당 문제는 어디서 나왔나? 탈당을 전혀 생각한 바 없다. 이제 총선이 끝나고 대선 정국으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 상황의 변화가 올 수 있어. 그런 상황을 미리 예상하거나 말하기는 어렵다."

 

- 최근 정치권에서는 청년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청년들에게 '보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이 있는데 그에 대한 보수의 해답은.

"보수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제대로 전달 안 되고, 마치 수구, 부패, 무능, 기득권에 사로잡힌 의미로 오해돼 왔다. 이 부분을 풀지 않는 한 보수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그리고 인간의 복지라는 가치를 위해 발전해 온 것이 인류 역사라 한다면 이는 보수의 발전사와 다를 바 없다. 청년들도 이런 보수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이해해 준다면 과거의 잘못된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이렇게 보수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보수 자신의 책임이 크다. 국민에게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왜곡시킨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오늘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보수 이념을 타락시킨 행태에 대해서 말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실패, 여당의 실패를 보수의 실패로 봐선 안 된다. 보수 자체의 보석과 같은 진가를 다시 드러내고, 청년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보여 마음을 얻어야만 대한민국은 더욱 안전하고 탄탄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보수라는 가치가 왜곡된 것은 한나라당 정권의 실정 때문이라 했다. 현실 정치 안에서 보수라는 이념을 함께 세울 수 있는 파트너, 동반자가 있는가.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정치권에서, 특히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정당에서부터 정확한 문제의 분석과 해결방향에 대한 개념이 서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게 답답해서 오늘 이렇게 기자 간담회를 한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보수의 가치가 결코 버려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에 대해 스스로 신념을 가져야 한다. 한나라당이 보수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청년이 보수를 외면한다 해서 좌클릭 하는 행태를 유지하면 (우리가)무슨 손을 잡겠는가.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부터 내 던지는 처절한 반성을 해야 한다. 이런 신념을 많은 사람이 공감하면 보수 세력의 결집 에너지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충분히 손을 잡을 수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시도지사를 석권하다시피 했다. 당시 좌파들이 한 연대 통합의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민주통합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또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보수는 뭐하고 있을 것인가. 서로 당권경쟁이나 하고, 싸움이나 하고. 이대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 최근 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있는데.

"탈당한 사람들은 명분이 없다. 이미 나간 이들에게 왈가왈부 하지 않겠으나 분명 잘못된 것이다. 현재 탈당으로 인해 자유선진당이 조금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고, 대응하면서 오히려 회복과 재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몇몇 의원이 탈당한 후에 오히려 그 탈당자들에게 비판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또 당이 다시 제대로 서야 한다는 격려의 말도 많이 듣고 있다. 몇 사람 탈당한다 해서 당이 쓰러진다면 그 당은 살아남을 수 없다. 자유선진당은 그런 정당이 아니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한다."

 

- 보수를 강조하면서도 좌우를 아우르는 '거국내각'을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크게 국가의 미래를 보자는 것이다. 탈이념이 현대의 추세라는 말엔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의 주체인 국가지도자나 정치인들이 좌나 우, 보수와 진보와 같은 정체성과 이념이 없으면 과연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 정치의 객체라 할 수 있는 국민들에게는 탈이념의 개념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아무 이념을 갖지 않는 것은 포퓰리즘이고 기회주의다. 정치의 주체들은 분명한 이념과 정치성의 좌표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설득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이념을 갖고 있다고 해서 한 쪽은 배제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이러한 때에 좌우를 끌어들인 거국 내각을 만들어 국정을 운영할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

 

-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다른 당에서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것에 대해 뭐라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다만 한 가지만 말하면 일부 의원들이 중앙당, 당 대표를 다 폐지하자고 한 보도를 봤는데 이는 '옷이 더러워지니 발가벗고 살자'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지금 민주통합당은 중앙당을 확고히 하면서 강력한 당대표를 뽑고 결집해 정권을 뺏겠다고 한다. 그런데 거대 정당인 한나라당이 중앙당, 당대표를 폐지하는 게 말이 되나."

 

- 시도당 위원장 11명이 심대평 대표를 상대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불상사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이 일은 갑자기 제기 된 것이 아니다. 당의 통합이 이뤄진 때부터 계속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아마 당에서도 그분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결국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하고 이러한 사태에 이른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대표직에 대한 가처분 조치는 적절하지 못한 일이므로 수습해야 한다. 이런 일로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당이나 위원장들이 보다 한 발짝씩 물러나 정치적 화합의 방식으로 수습되는 게 좋겠다. 법으로 해결하거나 (해당 인사를)쳐 낸다거나 하는 방법은 총선을 앞둔 당 입장에서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가처분을 취하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심대평 대표가 맡을 문제다."

 

- 보수 이념의 대통령이 당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출마를 염두 한 말인가.

"우선 보수 세력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수 세력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것이다."

 

- 한나라당 내에서도 보수 삭제와 관련 반대자가 있고, 박세일 신당도 창당했다. 그런 사람들과 보수의 가치를 논의한 바가 있는가.

"총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보수 대연합을 논할 시기가 되면 어느 사람이든 어느 세력이든 상의하고 협조할 것이다. 다만 오늘 강조한 이러한 보수의 가치에 동조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 사람들이어야 할 것이다."

 

- 보수 대연합을 총선 전에는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협력할 수 있는지 묻는 이들이 있다. 가령 충청권을 한나라당이 전부 양보할 수 있는가? 양보한다면 협력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한다면 우리는 각 지역에서 한나라당과 강한 대치를 이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력을 한다는 것은 말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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