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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이런 일은 처음!"

 

15일 치러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후보가 당 대표에 그리고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후보가 최고위원에 당선되자 내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나는 특정 정당 대의원과 당원, 물론 전당대회 선거인단에 포함된 적도 없었다. 또한, 사는 지역이 경남 진주라 총선에서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된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김두관 경남 도지사는 당선됐지만 지역 일꾼을 뽑는 일에 내가 행사한 한 표는 참으로 무기력했다. 그런데 이번 민주통합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 국민선거인단에 참여했고, 내가 지지한 후보 둘 모두가 당선됐다. "난생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한 이유다.

 

"난생 이런 일은 처음"

 

때문에 새로 출범한 민주통합당 지도부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통합진보당과 함께 힘을 합해 이명박 정권 심판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심판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지형과 사회지형 모든 면을 바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것이다. 이른바 '수구기득권' 심판이랄까.

 

한명숙 신임 대표도 수락연설에서 "민주통합당의 이름으로, 이번 경선에 함께 했던 80만 시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승리의 대장정을 이제 선언한다"며 "2012년은 구시대와 새시대를 가르는 역사의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2012년은 구시대와 새시대를 가르는 역사의 분기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번의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이기지 않으면 단순히 이명박 정권의 5년 연장이 아니라 60년 이상을 견고하게 지배하고 있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지배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승자 독식과 반칙, 반 민주와 반 생명은 1%만 호흡하고 99%는 호흡조차 할 수 없는 대한민국이 되게할 것이다. 이는 비극이다.

 

이를 끝내야 할 막중한 책임이 민주통합당에게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은 참 멀고 멀다. 한명숙 대표가 15일 기자회견에서 선출대회 결과를 두고 '친노 세력 부활'이라는 주장에 대해 "친노, 반노, 비노 구도는 언론에서 만든 구도"라며 "분열적인 레토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듯이 우리는 '친노'라는 덧씌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이 만든 구도임은 맞으나, 이를 벗어내는 것은 한 대표를 비록한 지도부의 정치 역량에 달렸다.

 

공천 혁명, 80만 명을 보면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계파에도 치우치지 않는 당 개편과 공천을 해야 한다. 물론 '나눠먹기식' 배분도 안 된다. 방법은 80만 국민선거인단에게 있다. 이들은 특정계파를 지지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 심판과 새시대를 향한 열정을 민주통합당이 책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참여했고, 투표했다.

 

이들이 바라는 인물을 공천할 때 80만 명은 500만, 1000만, 1500만 명으로 불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를 거부할 때는 80만 명이 8만, 8천으로 쪼그라들어 새시대는 열리지 않을 것이고, 그 책임은 민주통합당이 져야 한다.

 

다음으로 한미FTA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재협상 또는 폐기로 가야 한다. 한 대표는 "한미FTA는 굴욕적인 불평등 협상"이라며 "국가의 이익이 전혀 없다, 이런 굴욕적인 FTA는 폐기하고 원점 재검토 한다는 것이 9명의 모두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은 확실히 통일돼있다, 앞으로 총선 승리하면 반드시 폐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미FTA 반성 먼저, 그리고 폐기 나서야

 

하지만 한미FTA 원죄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장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이명박 정권이 재협상에서 내놓은 협상안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 협상안이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노무현 한미FTA와 이명박 한미FTA 차이는 '도토리 키재기'다.

 

그러므로 재협상이든 폐기든 한미FTA를 추진한 것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먼저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폐기를 약속했는데 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폐기되지 않으면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굶어 죽은 소', 그리고 '1만 원짜리 송아지'는 그 예고편에 불과하다. 이런 예고편은 본방이든, 생방송이든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예고했는데 방송하지 않았다고 타박할 사람은 한미FTA로 이득보는 1%에 불과할 뿐 99%는 잘했다고 지지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 정착 온 힘 쏟아야

 

다음으로 이명박 정권이 망친 한반도 평화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 1월 14일 대만은 '중국판 햇볕정책'을 선택했다. 마잉주 총통은 마오쩌둥 중국 공산당과 두 차례 전쟁을 치른 장제스 총통이 만든 국민당 소속이다. 그런데도 그는 중국과 잡았다. 과거에 매달렸다면 있을 수 없는 일었다. 이명박 정권과 매우 다른 모습이다.

 

이명박 정권은 김대중 대통령이 '열고' 노무현 대통령 '닦은' 평화의 길을 막아 버렸다. 이를 다시 열고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 문성근 최고위원은 "남북을 통합하고 민주정부 임기동안 남북 국가 연합까지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국가연합까지는 힘들겠지만 이명박 정권이 거의 폐기해버린 6.15선언과 10.4선언을 부활시키고 더 나은 남북관계로 전진시켜 한반도를 평화체제로 구축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통합진보당과 시민세력 연합·연대를 위해 통큰 양보 필요

 

이 모든 일은 민주통합당 혼자서 할 수 없다. 통합진보당과 '통합'은 아니더라도 연대와 연합을 통해 총선과 대선에서 힘을 합쳐야 한다. 두 당은 '적대 관계'에 놓여 있지 않다. 2012년 승리를 위해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지난 달 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방명록에  "새로 얻은 벗들과 함께 사람사는 세상을 열어가겠습니다, 강물처럼"이라고 적었다.

 

여기에 작은 답이 있다. 민주통합당은 시민세력(문성근, 이학영)과 한국노총 그리고 진보정당에 몸을 담았던(박용진 후보)이들이 참여했다. 유시민 공동대표 말을 빌리자면, 이들은 '새로 얻은 벗들'이다. 벗들과 함께 사람사는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민주통합당이 통큰 양보할 수도 있다. 아니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수구 기득권이 60년 이상을 견고하게 지배한 구시대를 끝내고, 시민이 주인 되는 새시대를 열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이 "난생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해달라. 정말 보고 싶고, 누리고 싶은 세상. 그 세상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민주통합당, #한명숙, #2012년, #통합진보당,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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