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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중앙당·당대표 폐지 및 당원협의회 전면 개편,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하는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쇄신파 의원들은 15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의 본질은 돈과 조직동원의 낡은 정치형태를 유지, 온존시켜 온 동원정당체제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이라며 "그 첫번째 과제가 바로 중앙당을 폐지하고 당 대표제를 완전 폐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껏 비대위가 제시한 쇄신안은 미흡했고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도 아닌 만큼 비대위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쇄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쇄신파의 정당체제 혁신안에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상찬·권영진·김용태·남경필·정두언·홍일표 의원 외에도 김정권·박민식·신성범·임해규·현기환 의원 등 총 11명의 쇄신파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특히 "돈봉투 사건의 배후는 중앙당 체제와 당대표 체제"라고 짚었다. 이들은 "중앙당과 당대표제로 인해 대통령이 손 쉽게 여당을 장악할 수 있었고 대통령과 당대표에게 예속된 공천제도가 동원 정당체제를 더욱 강화시켰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천에 목숨 건' 국회의원에게 '개개인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국민 우선'을 실천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할 국회의원 등이 실질적 권한을 쥔 당대표와 계파 보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 가장 큰 문제란 얘기였다.

 

'사조직' 된 당원협의회 완전 개혁하고 당·정협의도 폐지해야

 

당내 경선과정에서 '조직'으로 활동하는 당원협의회에 대한 완전 개편도 주장했다. 쇄신파 의원들은 "정당법 개정으로 과거 구태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지구당은 폐지됐지만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그 역기능은 당원협의회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사조직 역할에 치중하는 구태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권영진 의원은 "지금의 당원협의회는 국회의원이나 출마예상자의 사조직이 돼 줄서기와 돈선거의 바탕이 되고 있다"며 "시·도당까지 폐지하자는 주장이 아닌 만큼 현행 정당법상으로도 얼마든지 (개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이어, "1963년 당시 공화당이 당 사무처를 만들면서 중앙당이 비대화됐다, 공화당이 사무처 조직을 비대화시킨 것은 국회의원들을 사무처가 통제하고 장악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중앙당 조직이 비대화된 배경엔 독재정권의 국회의원 통제 목적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와 함께 강제적 당론 및 당정협의 폐지도 주장했다. 모두 국회의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조치다.

 

이들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정신이란 의회 본연의 역할을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이 '강제적 당론'"이라며 "국회의원들이 거수기로 전락하고 여야가 당론 채택을 위해 극한의 폭력도 불사하는 전투를 벌이는 풍토에서 상생의 정치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또 "당정협의는 권력구조상 행정부가 의회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정치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당정협의회의 결정은 여당의 강제적 당론 채택으로 이어지고 여야 간 갈등의 불씨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당정협의 대신 정부가 직접 국회와 국정을 협의해야 한다"며 "갈등의 사전적 관리라는 측면에서도 당정협의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생즉사 사즉사' 상황...못할 게 없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당내에서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19대 총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남경필 의원은 이와 관련, "지금의 한나라당은 당 대표가 없는 상황이고 새롭게 당 대표를 뽑는 상황에서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다"며 "공천제도를 완전히 개혁해 완전국민경선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원내정당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쇄신파의 요구를 비대위가 수용하더라도 당 전국위원회 등에서 의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무엇보다 우리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비대위가 이를 수용하고 의지를 갖고 설득하면 전국위 의결도 가능하다, 당원들은 중앙에서 느끼는 것보다 더 크게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재임 당시 쇄신안으로 제시했던 '중앙당사 폐지'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홍 전 대표는 중앙당사, 즉 건물을 폐지하자는 것"이라며 "중앙당 체제 폐지와는 다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17대 국회 당시 치열한 논쟁 끝에 지구당을 폐지하고 원내정당을 지향하기로 했고, 중앙 사무처 직원을 100명 이하로, 여의도연구소 예산을 당 예산 중 30% 배정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재창당을 더 이상 얘기할 필요없이 중앙당 체제부터 폐지하자는 것이다, 다른 쇄신방안도 추가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김용태 의원도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이란 말이 있는데 한나라당은 지금, '생즉사 사즉사(生卽死 死즉死)'다"며 "뭘해도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 할 것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임을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서명에 불참한 김세연 비대위원과 황영철 대변인도 쇄신파의 정당혁신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의원은 "이번 쇄신안은 거의 김세연 의원의 작품"이라며 "김 의원은 이번 안이 이뤄지지 않으면 비대위원을 그만둘 생각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비대위가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지금까지 못했기 때문에 구체적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이마저도 비대위가 수용하지 못한다면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은 사실상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쇄신파의 요구에 대해 "비대위의 논의를 훨씬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당 쇄신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쇄신파도 이해하고 있을 것, 빠르게 쇄신안이 전달됐으면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다만, 권 사무총장은 "중앙당 폐지 문제가 빠른 시일 내 실천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3공화국 이후 정착된 이 정당제도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 논의가 결론나더라도 실행과정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태그:#한나라당, #쇄신파, #중앙당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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