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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들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명숙, 이학영, 이인영, 이강래, 박용진, 박영선, 문성근, 박지원, 김부겸 후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들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명숙, 이학영, 이인영, 이강래, 박용진, 박영선, 문성근, 박지원, 김부겸 후보).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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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경선의 열기가 뜨겁다. 야권은 한나라당과 현 정권에 등 돌린 민심을 보면서 총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총선의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의 진지는 결코 약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방어를 통해 언제든지 보다 강한 힘으로 부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야권 내에는 장밋빛 낙관론이 무분별할 정도로 위험하게 유포되고 있다. 자세히 내면을 들여다보면 별로 변화한 것이 없는데, 민주통합당이 마치 시민정치혁명을 선도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양 호언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국민통합이 균열되고, 민생이 파탄되는 총체적 위기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강력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정치·산업·금융·법률·행정·언론 등 특권집단들이 국가를 사익의 도구로 전락시켜 불공정·반칙·특혜·자의적 지배 등을 일삼으면서 엄청난 부와 권력을 독식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성정치, 기성정당들은 '특권과두집단'의 약탈적 지배를 견제하는 데에 철저하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해 왔다. 민주화 이후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특권집단에 의한 지배는 더욱 더 공고해졌다. 이제 그 같은 지배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분노에 찬 대중들의 목소리가 활화산처럼 분출해 나오고 있다. 그것은 '낡은 정치'를 갈아엎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라는 정치변화에 대한 요구로 모아지고 있다.

정치변화란 '정권심판-정권교체'를 넘어서는 것이다. 정권심판-정권교체는 현재의 정치질서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변화이다. 그에 반해 정치변화란 낡은 기성정치의 틀 전체를 바꾸는 혁명이다.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맞는 2012년의 정치목표는 낡은 정치에 전면적으로 균열을 내는 것이다. 이런 정치가 없어져야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기반 붕괴가 정치변화의 시작

그렇다고 해서 정권심판-정권교체가 정치변화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정치변화는 지난 4년 간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해 온 세력들을 심판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권심판-정권교체가 철저하게 이루어질수록 정치변화는 역동적으로 촉진될 수 있다.

한국정치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려면 2012년 총선에서 수구세력의 강고한 아성인 한나라당의 기반이 저변에서부터 붕괴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의석을 100석 이하로 끌어내려 수구세력이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낡은 정치의 변화가 시작된다.

무엇보다 철저한 정권심판-정권교체가 이루어지려면 부산·울산·경남(PK)지역의 선거 결과가 관건이 될 것이다. 부산·경남지역의 총 의석 41석 가운데 적어도 15석 이상을 진보적 야권이 석권해야 확실한 총선 승리를 이룰 수 있다.

그런데 만약 2004년 탄핵 총선 때처럼 한나라당이 120~130석의 의석을 사수하게 된다면 수구세력에 의한 즉각적인 반격의 거점이 되고, 박근혜의 대선 가도에도 나쁜 구도만은 아니다. 수구세력은 계속 생존하고, 낡은 정치는 지속된다.

민주진보진영, 2~3월 위기 봉착 가능성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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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진보진영은 2011년 한해를 2012년 총대선 국면을 향한 질서재편으로 보냈다. 그 결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라는 두 개의 축이 병립하는 체제가 형성되었다. 이런 질서재편이 지닌 정치적 효능은 일정정도 긍정적이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애초 천명했던 대통합에는 못 미쳤지만, 부분적인 잡음에도 통합작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해 지지율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분열했던 영호남 민주세력의 재결합, 호남출신 일변도의 밑바닥 네트워크를 보완해줄 조직화된 온건 노동세력의 수용, 그리고 일부 시민사회세력 등을 통합하는 데 성공한 결과이다.

통합진보당도 그동안 표류해 왔던 통합작업을 마무리함으로써 다가오는 총선에서의 대응체제를 구축했다. 다만 통합의 타이밍을 놓쳐 야권 내부의 총선 주도권을 상실함에 따라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크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정치상황의 전개에 따라 일정 정도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때 민주진보진영은 여전히 지금까지의 정당 간 역학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준의 확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민주통합당=정권교체', '통합진보당=원내교섭단체구성'을 목표로 하는 제한적 구도로는 유권자의 정치변화에 대한 욕구를 담는 데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은 일단 지표상으로 최근 한나라당의 지지율에 거의 오차범위 안으로 접근하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상당 부분 허수와 착시가 겹쳐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한겨레>가 지난 연말에 발표한 정당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은 24.1%에 머물러 있으며, 민주진보진영 전체를 합치더라도 29.1%로 30%를 넘지 못한다. 그중 민주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은 상당부분 통합진보당으로 향하는 지지를 이전시켜 놓은 데서 기인한다. 그에 반해 한나라당 지지율은 큰 폭 하락했음에도 28.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결국 민주진보진영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거의 대등해 보이는 것은, 민주통합당의 외연이 확장돼서라기보다는 최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급격히 균열되면서 발생한 한나라당 지지율 하락의 결과인 것이다.

민주진보진영이 외연 확장에 뚜렷하게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무당파 층의 비율이 여전히 40%에 이른다는 사실에서도 명징하게 드러난다. 이는 민주진보진영이 2006년 이후 겪어온 지지기반 붕괴상태에서 탈출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2012년 총선 승패를 좌우할 부산·울산·경남(PK)지역에서의 한나라당 지지율 하락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정당지지율만 보아도 한나라당 대 민주통합당은 38.7%대19.2%로 두 배 가량의 차이가 나고, 민주진보진영을 모두 합해도 25%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PK지역에서 박근혜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비해 문재인-친노 세력이 가진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거나 미지수이다.

이 상태가 유지돼 한나라당에 직접적 타격을 가하지 못하면 정치상황은 더욱 가변적으로 된다. 정치상황의 전개에 따라 수도권의 의석 향배 역시 매우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어 정권심판-권력교체의 전망도 불투명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2~3월에 민주진보진영이 상당한 위기감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과거 민주정부에 대한 반성이 없는 민주진보진영

무엇보다 앞으로 민주진보진영에는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내부 혁신을 이루기가 어렵다. 반면 한나라당은 필사적으로 내부 쇄신을 해야만 살아날 수 있다는 압력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게 되어 있다.

이정희·유시민·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이정희·유시민·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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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한나라당은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데, 거꾸로 통합민주당은 마치 전쟁이 끝난 것 마냥 전리품 배분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는 벌써부터 시절을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변절자들까지 숟가락 들고 끼어드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진보진영이 이런 우려스러운 사태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더 크고, 더 새로운 변화" "중단 없는 혁신"을 위한 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해야 한다. 지금 민주진보진영에는 중통합의 흐름이 구조화되고 거기에 무수한 사람들이 몰려가면서, 현 통합질서를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자취를 감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정권심판-정권교체의 물결은 이제 세상을 바꾸는 정치변화의 불길로 성장 진화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안철수-박원순을 통해서 나타난 정당 바깥의 정치변화 동력과 결합해야 한다. 정권교체가 낡은 정치 전체를 타파하는 운동의 동력과 결합되지 않으면 정권교체마저도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정치변화의 불길을 살리기 위해서는 민주진보진영의 자기혁신이 필수적인 선행조건이다. 현재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가치․노선이 없는 정당이고, 통합진보당은 낡은 틀에 함몰되어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차기 당권경쟁 선거에 시민운동출신, 486출신 후보들이 포진해 있지만 과거 민주정부의 한계와 오류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나 새로운 가치·노선을 주창하면서 시대정신을 표방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민주통합당 안에는 과거 재벌 및 보수 관료와 유착했던 정치인들이 핵심에 수없이 포진해 있다. 재벌과 결탁하고 보수언론의 눈치를 살피면서 민주정부를 망친 사람들이 활개 치는 정당을 보고 수권대안정당이라고 말할 수 없다. 도대체 친노든, 486이든, DJ의 추종자들이든 제대로 된 반성을 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한국정치 재편 위한 제2단계 혁신 동력을 만들자

우리는 지금 정치변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지금 대중들이 표출하는 변화의 바람은 정치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변화의 정서가 저절로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변화의 흐름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이 높은 것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것은 제3의 명확한 대안이 없으면 잠깐 나타났다가도 사라지고 만다. 지금 우리의 정치상황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이런 흐름을 보존해내고, 발전시켜, 새로운 정치질서의 창출로 이어지게 만드는 운동의 물결을 조직해야 한다.  

현재의 통합질서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결정적 결함을 안고 있다. 첫째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 등 사회문제의 해결을 실천하고 주도해 나갈 가치·의제로 무장된 인적 자원을 충원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점이고, 둘째는 현재의 통합질서에서 여전히 많은 훌륭한 인적 자원들이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4월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가운데, 2011년 12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된 황우영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주광덕 의원, 김세연 의원,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이양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첫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4월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가운데, 2011년 12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된 황우영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주광덕 의원, 김세연 의원,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이양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첫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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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민주주의를 더욱 심화시키거나 새로운 정치를 염원하면서, 현재의 통합질서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차별화된 블록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이들을 중심으로 첫째, 과거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토대 위에 새로운 내용의 대중의제를 통해 국민들의 열기를 재조직하고, 둘째 올해 총대선 국면에서 이 부족함을 메우고 구원투수의 역할을 할 제3의 영향력을 갖춘 새로운 진영을 가시화시키는 작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과제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통합질서를 뛰어넘는 수준에서 '국민공천'의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유권자들이 단순한 권력교체를 넘어 시대의 가치를 담는 인물(좋은 후보)을 선별해 내고, 낡은 인물을 배제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 대중 동력에 의해 혁신이 강제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둘째 과제와 관련해서는 현재는 통합질서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20~30대 및 진보적 무당파 층까지를 대표할 수 있는 리더들도 총·대선에 참여하여 더 큰 정치변화의 동력을 창조할 수 있게 더 포괄적인 연합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2004년 미국 대선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2004년 미국 대선의 교훈을 되새기며 이 글을 끝맺고자 한다. 2004년 대선국면에서 미국인들은 조지 부시의 네오콘 정부가 미국을 얼마나 엄청난 재앙의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는지를 몸서리치게 느끼기 시작했다. 수많은 미국의 지성과 연예인들, 심지어 기업인들까지도 부시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몸을 던졌다. 그러나 조지 부시의 재집권 저지는 실패로 끝났다. 조건은 무르익었으나 주체가 형성되지 못해서였다.

2012년 한국의 정치가 그런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지난 4년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상식이 몰살당하고, 공동체가 갈기갈기 찢기는 아픔에 가슴을 쳐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한국정치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정확히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더 크고, 더 새로운 변화"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고원 기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입니다.



태그:#민주통합당, #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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