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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지난 6일 동대문구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재벌독식 경제가 양극화의 주범"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라는 것이 결국 '친재벌 정책'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의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지난 6일 동대문구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재벌독식 경제가 양극화의 주범"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라는 것이 결국 '친재벌 정책'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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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봐, 우리의 객관적인 상황이 경제민주화를 요구하고 있어요. 이명박 정부의 민생파탄은 뭐… (잠시 있다가) 삼성전자 주가 110만 원 가고, 금융 CEO들 수십억대 연봉 받는데, 국민들 실질임금은 떨어지고, 삶은 더 팍팍해지고…  미국 월가의 시위가 (경제)민주화 요구잖아."

그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실제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다. 지난 6일 오후 그의 연구실에서 마주 앉았다. 지난 연말 이후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탈(脫)보수 논쟁과 함께, 재벌개혁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유 교수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경제 민주화'를 주장해 왔다. 작년엔 민주당이 만든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의 위원장까지 맡았다. 특위에는 유 교수뿐 아니라 개혁성향의 많은 학자와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갖지 못했던 진보적 경제정책 대안이 다수 들어갔다.

그리고 작년 11월 중순께 발표됐다. 하지만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날치기 파동 속에 묻히고 말았던 것. 그는 "속이 너무 상했다"고 했다. 작년 연말에 <경제 119>(시사인북 펴냄)라는 책을 직접 낸 이유이기도 하다.

왜, 지금 경제민주화인가

- '경제 119'라는 제목은 헌법에서 따온 것인가.
"그렇지. 경제민주화를 담은 우리 헌법 119조를 딴 것이기도 하고, 또 지금 우리 경제가 위급한 '119' 상황이라는 암시도 있고… ."

- 왜, 지금 경제 민주화인가.
"과거 민주개혁정부 때도 그랬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경제는 말 그대로 파탄나지 않았나. 소득은 줄고, 고용불안은 더 심각해지고,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고, 재벌독식은 더욱 심해지고 있지 않나."

- 옛 민주개혁정부 역시 경제민주화는 철저히 실패했다고 했는데.
"(잠시 생각한 후) 당시 수구·우파 쪽에선 민주정부가 분배에 치우쳐 성장을 게을리했다고 했다. 엉터리 주장이다. 오히려 지금 정부보다 (경제)성장은 더 했다. 하지만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민생이 피폐해진 것은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나 있다."

유 교수는 "재벌독식 경제가 양극화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라는 것이 결국 '친재벌 정책'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다.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그래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완화됐거든. 그런데 현 정부 이후 엄청 심화됐어. 계열사 수가 급증했고,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도 고용을 얼마나 늘렸어? 대부분 회사 내 하청을 통해 비정규직만 남발하고 있잖아."

"MB 친재벌정책, 재벌경제 폐해 극대화... 1인 지배보다 협의체 중심으로"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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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러 지표를 내어 놓고, 재벌에 대한 비판의 톤을 높였다. 한마디로 재벌의 약탈적 거래가 크게 늘면서, 경제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 재벌의 부당거래나 경제력 집중은 예전부터 나왔던 이야기 아닌가.
"문제는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1세대는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라도 있었지만, 요즘 3, 4세들은 무얼하나. 중소업체나 동네빵집까지 손을 댄다. 그것도 자기들끼리 거래해주면서 말이야."

- 현 정부 들어서 더 심각해졌다는 뜻?
"MB정부가 들어서서 한 일이 무엇인가. 부자감세와 재벌각종 규제 다 풀어 줬잖아. 기업인들 공항 귀빈실까지 이용하라고 해놓고… 친재벌 정책이 재벌경제의 폐해만 극대화시킨 꼴이야."

다시 유 교수의 말이다.

"뒤늦게 친재벌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않고, 국민들 불만이 커지니까 동반성장이니, 공생발전, 상생 등을 외쳐봤자 재벌들이 말을 듣겠어? 물론 당장 듣는 시늉만 하지, 곧바로 언제 그랬냐고 바뀔 거야."

- 한나라당도 최근 '재벌개혁'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과거 정부 때도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그리 오래가지도 못하고, 큰 성과도 없지 않았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 과거 민주정부 때 재벌 개혁한다고 했었지. 국민의 정부와 달리 솔직히 참여정부 때는 별다른 개혁조치는 없었고… . 결국엔 1인 총수 중심의 지배구조를 바꿔야지.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된 개혁을 할 수가 없어."

- 총수체제를 끝내라는 것은 그룹을 해체하라는 이야기인가.
"해체라기보다는 그룹 협의체로 가야지. 과거 외환위기 때도 그룹 비서실 해체하고, 기업별로 독립경영체제로 가자고 했었지. 총수가 온전해 있으니, 아무리 사외이사 강화 등을 하더라도 별로 의미가 없어."

그의 직설적인 비판은 계속됐다. "재벌 2, 3세의 객관적인 경영능력 평가도 없이, 누구의 아들이라고 해서 (북한의) 김정은처럼 28살짜리가 최고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노동자 농민 등 경제민주화동맹 구축해야... 4월 총선 나갈지 고민 중"

그에게 다시 재벌 소유지배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물었다. 유 교수는 "자식들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방식으로 세금없이 이뤄지는 상속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면서 "현 정부가 없애버린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을 다시 살리고, 각종 재벌 범죄에 대해 무겁게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개혁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안으로 10여 가지를 내놓았다. 중소기업 보호를 비롯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 정리해고제도 개혁, 노동조합 조직률 높이기, 금산분리 강화, 금융감독 개혁, 종업원 대표의 이사추천권 도입, 부자증세 등이다.

-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보다 110% 정도 돼야 한다고 했는데.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원인을 바꿔주자는 것이다. 재벌들은 맘대로 해고할 수 있고, 복지혜택도 안 줘도 되기 때문에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 등은 비정규직의 급여가 정규직보다 많다."

- 연말에 국회에서 '한국형 버핏세'가 통과됐다고 한다. 물론 실효성 논란은 있지만.
"(웃으면서) 이번에 통과된 것은 그냥 생색내기지. 소득세 구간을 조정해서 올릴 수 있는 세금은 그렇게 많지 않아. 법인세를 올려야 세수가 늘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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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경제민주화 대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노동의 참여'다. 유 교수는 "과거 민주개혁정부가 경제민주화에 실패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노동을 배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IMF이후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추진해 온 재벌기업들, 이들과 친한 경제관료의 힘은 강했지만 노동자와 시민사회 세력의 힘은 미약했던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래서 유 교수는 재벌을 중심으로 한 특권적 성장 동맹에 대항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매우 중요해요.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정치권의 얘기가 아니야. 김진숙씨를 크레인 위에서 버티게 할 수 있었던 힘이 뭐야, 또 그를 내려올수 있게 한 힘도 '희망버스'에서 나왔잖아. 억울한 사람들, 착한사람들이 서로 연대하고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죠. 새로운 사회경제체제의 희망이지."

인터뷰는 어느새 2시간에 가까워졌다. 어차피 정치이야기가 나온 김에 물었다. 유 교수는 이미 예전부터 야권에서 영입대상 인물이다. 본인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작년 지방선거에는 실제로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까지 참여했던 터다. 그는 "올해 총선이든, 대선이든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4월 총선 출마에 대해선 "아직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의 '경제 119' 실험이 실제 현실이 될지, 아직은 모른다. '희망버스'에서 볼 수 있듯이 어쩌면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말대로 분노하고, 참여했으니 올바른 대안을 세워 실천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그날이 오고 있다.


태그:#유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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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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