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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이대영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재의(재심의)' 요구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제출자가 '서울시교육감'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곽노현 교육감의 권한을 대행하는 이 부교육감이 보냈다.

 

준비한 두 종류의 카드, 그는 재의 카드 던졌다

 

재의 요구 하루 전인 8일까지만 해도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관련 부서는 두 종류의 보도자료를 준비했다. '재의' 또는 '공포'에 각각 대비한 것이다. 때문에 서울시의회에 보낼 공문도 두 종류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 개의 카드 중 한 개가 선택된 셈이다.

 

이렇듯 재의 요구 공문은 이 부교육감의 입김에 갈대처럼 흔들렸다. 서울시교육청 관련 부서들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재의 요구' 명분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이 부교육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교육감은 왜 자신에게 부메랑이 될지도 모를 재의 카드를 빼들었을까? 당장 그는 13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불려나와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시달려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공식 해석 자료 펼쳐보니...

 

기자는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한 서울교육청의 공식 문서 원본을 12일 입수했다. 작성자가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인 이 문건의 제목은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의 상위법령 위반여부 검토'. 이 문건은 2011년 12월 26일 작성됐으며, 분량은 A4 용지 4쪽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 김형태 의원(교육위원회)에게 보낸 것이다.

 

지금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보낸 '재의 요구' 공문에 첨부한 '의견서'와 서울시교육청의 공식 해석 공문을 비교함으로써 이 부교육감의 입김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편의상 서울시교육청이 시의회에 보낸 공문은 '교육청1', 서울시교육청의 해석 공문은 '교육청2'로 적는다.

 

① 학생인권조례는 자율권 침해와 무관

 

교육청1 : "<초·중등교육법> 제8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의 취지는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조례로 학교규칙을 일률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상위법과 충돌 가능성이 있음."

 

교육청2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해 어떤 종류의 체벌이든 금지됨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학생은 체벌 등 모든 물리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의 조례는 동 시행령에 위반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학교장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도·감독 기관(공·사립학교인 경우에는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학교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것이고, 이때의 법령은 관할청에 의해 마련된 자치법규인 조례를 포함하므로, 조례에서 대략적인 사항을 정하고 이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칙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어서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② 학생인권옹호관은 교육감 권한 침해 안 해

 

교육청1 : "'학생인권위원회' '학생인권옹호관'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교육감의 인사권 및 정책결정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음."

 

교육청2 : "학생인권옹호관의 권한 행사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고, 결과적으로 교육감을 지원하는 것이므로 교육감의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는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학생인권위원회의 권한은 교육감이 동 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학생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감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견제 기구가 아니므로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한다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육청1 : "조례안 제17조 제3항 학생 집회의 자유는 경기도 및 광주광역시 인권조례에 논란이 돼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서울특별시 조례안은 포함하고 있음. 이는 특정 이념에 의해 학생들의 집회·시위가 주도될 경우 학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교사의 학생 교육권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음."

 

교육청2 : "'집회의 자유'는 헌법 제21조에 의해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이고, 평등권 조항에 의해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인바, 조례안은 이를 확인하는 의미의 조항으로 상위법령에 위반된다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③ 그릇된 성 인식? 말도 안 된다

 

교육청1 : "임신 또는 출산, 성(性)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 중 '성(性)적 지향'은 청소년에게 그릇된 성(性)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음."

 

교육청2 : "'성적지향,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금지'는 헌법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함을 규정한 평등권 조항에 의해 역시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인 바, 조례안은 이를 확인하는 의미의 조항으로 상위법령에 위반된다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육청1 :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은 모든 교육벌을 금지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고, 조례안 제12조의 두발 자유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부여한 규정과 제13조의 휴대폰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할 수 없도록 한 규정 등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학교 현장에서 교원들의 교육활동에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음."

 

교육청2 : 이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묻는 질의가 없었던 관계로 답변 없음.

덧붙이는 글 |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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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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