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주)미로비젼


화산재가 흩날리는 가코시마현. 학교로 향하던 코이치는 발걸음을 멈추고 멀리 보이는 화산을 바라보며 '의미를 모르겠어' 라고 중얼거린다. 어째서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매일 재가 흩날리는 데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이 세계를 깃들여진 '의미'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이기에 실제 경험하지 않은 것은 좀처럼 해석되지 않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세상이란 것이 어떤 '의미'로도 규정지어지지 않은 아이들의 세계를 가족의 붕괴라는 비극적 서사 위에 올려놓고 '바라본다'. 전작 <아무도 모른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자기 앞에 도래한 비극이 얼마나 큰 것인지 그 실체를 가늠 할 수도 없어 그저 슬픔이란 터에 위에서 놀고 밥 먹으며 '살아간다'.

작은 손과 발들 가진 아이들은 버려졌다는 의미를 파악하기 이전에 단지 그 슬픔을 만지고 놀며 성장할 뿐이다. 그것이 슬픔이란 것을 알게 될 때까지 아이들은 그저 무한히 자라난다. 아이와 소년·소녀의 경계에 놓인 아키라와 쿄코만이 어렴풋이 절망의 무게를 가늠할 뿐이다.

<어쩌면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도 돌연 가족의 해체를 경험해야 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비록 어떤 보호막도 없이 내던져진 '아무도 모른다'의 아이들의 경우와 달리 단지 헤어져 살 뿐이지만 아이에게 있어 가족의 균열은 세상 그 자체가 뿌리채 흔들리는 위태로운 첫 경험이다.

후코오카에서 인디 뮤지션 아빠와 단둘이 살아가지만, 마당에 채소를 키우는 즐거움에 빠져 지내는 막내 류노스케와 달리 가코시마현에서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아가는 장남 코이치는 가족이 헤어져 살아야만 하는 불행으로 벗어나길 소원하며 기적을 꿈꾼다.

가코시마에서 '사쿠라호'가 260km로 달려오고 하카다에서 '츠보미호'가 260km 달려오다 두 열차가 처음으로 교차할 때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 코이치는 화산이 폭발해 후코오카에서 가족들이 다시 모여 살게 되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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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주)미로비젼


그리하여 기적을 향한 아이들의 모험이 시작된다. 코이치와 저마다 이루고 싶은 소원을 간직한 아이들은 기적 여행을 계획하고 자판기 밑에 떨어진 동전 모으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신칸센에 오른다.

강아지 마블이 살아나기를, 아빠가 빠징코에 가지 않기를,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기를, 빨리 달릴 수 있기를, 여배우가 될 수 있기를. 아이들은 자신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달려오는 신칸센을 향해 외친다.

아이들은 '기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할 때까지 '기적'을 향해 달린다. 그러나 이것은 반드시 무언가를 손에 넣기 위해 달리는 어른들의 전력질주가 아니다. 단지 아이들은 '기적'이 없다는 사실 앞에서 한 걸음 성장한다.

'기적'이 없기에 이 세계에서 누군가는 사라져가고 태어나며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이다. '기적'이 없으므로 아이들은 제 꿈을 스스로 실현하기 위해 되돌아가며, 이별해야 하는 것에게는 안녕을 고한다. 가족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처음으로 바라보게 된 소년은 그렇게 '기적'처럼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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