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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습니다. 오는 15일 치러지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경선에 국민경선인단 지원자가 모바일투표(56만8992명), 현장투표(7만4361명)로 64만3353명입니다. 여기에 당비납부 당원 12만7920명까지 합하면 77만1273명입니다. 애초 20~30만 명을 예상했던 민주통합당은 흥행 성공에 함박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월 9일 오전 8시부터 모바일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대회가 대박을 터뜨리자 '조중동'이 '딴죽걸기'에 나섰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 치 '모바일투표, 한국정당 되살릴까 아주 죽일까'라는 제목의 사실에서 "초원을 잠시 휩쓸다 사라질 정치 유목민(遊牧民)들을 붙잡으려고 자기네 울타리 안에서 수십 년 농사를 지어온 붙박이들을 본척만척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통합당이 모바일 투표의 명분 속에 가려진 이런 위험을 직시(直視)하지 못하면, 모바일 '정치 굿'이 끝나자마자 역사의 화석(化石)으로 묻혀버릴지도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모바일투표가 수십 년을 희생한 기성당원들을 노력을 수포로 돌리고, 결국은 정당 정치를 무력화 시킬 것이라는 비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SNS 활성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읽힙니다.

 

<조선>, 민주당 모바일 '대박' 한나라당까지 이어질까 전전긍긍

 

<조선일보>의 9일 자 사설(한나라는 '모바일 투표 파도' 어떻게 넘나)에도 그들의 두려움이 드러납니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경선에 당 정체성과 거리가 먼 유권자들이 대거 모바일 투표에 참여해 입맛에 맞는 후보에 투표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한나라당이 모바일 투표를 확대하면 보수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주장인 것입니다.

 

이어 "한나라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당원이 많아야 10만 명이 채 안 되는데 반(反)한나라당 성향의 '파워 트위터리안'에게 20만~30만 명의 팔로어가 따라다니는 SNS 공간의 현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모바일 투표 비판을 통해 SNS 폭발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낸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1월 9일 '모바일 투표로 개방된 정당을 만들려면'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모바일 투표는 편향성과 선동성이 매우 우려된다"며 "지역별로는 수도권, 이념적으로는 진보 유권자의 참여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대차이는 기술적인 보정(補正)이 가능하지만 지역이나 이념의 편향은 균형적으로 만들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진보 편향을 우려했습니다.

 

<동아> "한국 정당정치 건전하지 못한 방향 변질"

 

<동아일보>도 1월 7일 자 사설('정봉주 팬클럽이 민주당 지도부 뽑는 현실')에서 "경선이 인기투표로 흐르고 선거인단에 영합하는 선동성 공약들을 남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정봉주 팬클럽처럼 특정 선거인단이 대거 참여하면 선거 결과가 엉뚱하게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의 정당정치가 더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질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 팬클럽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 같지만 역시 모바일투표 참여 신청자가 폭발한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조중동'이 민주통합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대회에 국민경선인단이 대거 참여한 것에 대해 딴죽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특정 정당 경선인단에 참여했습니다. 1월 9일 오전 11시 51분에 "민주통합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모바일투표 안내입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문자는 막둥이가 받았습니다.

 

그래도 난 '모바일 투표' 참여

 

"아빠 문자가 왔는데 민주통합당에서 왔어요. 민주통합당이 뭐예요?"

"응. 민주통합당은 정당 이름이야. 1월 15일에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데, 당원과 국민이 함께 뽑아. 아빠도 지원했어."

"…."
"아빠가 말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응."

"아빠도 어떻게 설명할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크면 너도 알거다."

 

4학년인 막둥이에게 정당과 대표, 최고위원 그리고 전당대회를 어떻게 설명하면 알아 들을 수 있을까요. 결국 포기하고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것'이라는 말로 넘겼습니다.

 

모바일투표를 한다는 안내 문자를 받은 지 약 10분 후, 투표 실행 문자가 왔습니다. 제가 워낙 기계치라 처음에는 어떻게 투표를 해야 할지 몰라 헷갈렸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9명 중 누구를 찍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9명 모두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힘쓴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조중동' 딴죽은 딴죽일 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언론을 통해 비춰진 몇몇 후보자를 걸러내니 3~4명 정도로 압축됐습니다. 이들을 두고 민주통합당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 지, 통합진보당과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한미FTA에는 어떻게 대응할 지, 4월 총선 공천 방향 등을 세심히 살핀 후 9일 오전에 2명을 최종 결정했습니다.

 

'조중동'이 말했던 "'정치 굿'이 끝나자마자 역사의 화석(化石)으로 묻혀버릴지도 모른다" "모바일 투표는 편향성과 선동성이 매우 우려된다" "한국의 정당정치가 더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질하고 있다" 등의 비판은 딴죽걸기에 불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후보들을 앞에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제가 지지한 후보가 당 대표나 최고위원에 선출되지 못해도 후회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저는 모바일 투표는 '돈봉투'를 없애는 정치혁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새는 한나라당도 살겠다고 발버둥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조중동'의 보도를 보아하니 '조중동'은 변할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모바일투표#국민경선인단#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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