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의 13집 <行步 2011 尹鍾信>

윤종신의 13집 <行步 2011 尹鍾信> ⓒ 미러볼


지난 2011년 MBC 연예대상 3관왕에 빛나는 윤종신.

그런 그의 음악적 스타일은, 언젠가 예능과 양립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예를 들면, 10집 <비하인드 더 스마일 (Behind The Smile)>이 정점이라는 것이다. 이후로 윤종신은 더 이상 음악팬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 힘들 거라는 의견이 신빙성있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들었던 11집 <동네 한 바퀴>가 높은 음악성에도 불구,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는 자신의 예능 활동과 음악 활동을 자연스럽게 통합시키기 시작했다. 엠넷 <슈퍼스타 K>에서의 냉철한 심사위원의 모습이나 <디렉터스 컷> 시즌 2에서 여러 뮤지션들과의 독특한 조합의 콜라보나 자연스런 버스킹.

아울러 음악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에서 사회를 보는 예능인 윤종신의 모습들은 뮤지션 윤종신의 재능 덕분이다.

90년대를 뛰어넘은 '뮤지션' 윤종신

음악활동은 또 어떤가. 11집 <동네 한 바퀴> 이후 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이란 이름을 가지고 한 달에 한번 신곡을 발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원들을 앨범 한 장 분량으로 묶어 구성한 '행보'를 발매했다. 물론 깊은 고민 없는 무모하고도 즉흥적 창작활동이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작년 한해 '본능적으로'나 '막걸리나'와 같은 곡들을 히트시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어찌 보면 잔인하다 할 만큼의 특유의 성실함과 윤종신 만이 들려줄 수 있는 감성적 멜로디와 가사도 한몫했다. 아울러 <슈퍼스타 K>에서 만난 강승윤, '버스커 버스커'와 같은 인복(?)의 힘을 얻으며 90년대를 뛰어넘은 몇 안 되는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90년대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던 윤종신은 박주연이란 작사가와 정석원이란 작곡가에 상당 부분 빚을 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는 자기 색깔을 완전히 굳힌 뮤지션으로 진보했다. 

한 마디로 솔직한 자기객관화. 자학으로 빠지진 않는 적당한 우울함. 사랑과 연민의 중간. 혹은 집착과 간절함의 중간에서 벌어지는 '생활밀착형' 감성을 지니고 있다. 마치 <개그 콘서트>의 '생활의 발견'과 같은 코너를 연상케 한다. 이별 후에 할증요금 붙은 심야의 택시 안이나 퇴근 후 열쇠를 따기 전에 회색대문 앞, 혹은 충치를 치료받기 위해 앉아있는 치과같은 일상적인 곳에서 빛을 발한다.

또한 이러한 윤종신 음악적 특징은 영리하다는 점이다. 대중이 느낄만한 그에 대한 비판을 유려하게 빠져나간다. 실제로 그가 잘 찾아가는 멜로디의 코드는 어느 순간 자기복제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근호, 정지찬, 조정치, 하림과 같은 '패밀리'의 힘이 그의 음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진다는 일련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런 비중은 자기 색깔이 너무나 뚜렷한 윤종신의 음악적 색깔에 녹아들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한 마디로 '그게 바로 윤종신 음악'이라는 것. 13집이나 버텨온 혹은 자신의 치부까지도 솔직했던 뮤지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윤종신 13집 <行步 2011 尹鍾信>

 13집 <行步 2011 尹鍾信>의 타이틀 곡 '나이'는 윤종신 음악을 관통하는 코드인 '세월', '공감' 그리고 '위로'를 고스란히 담고있다.

13집 <行步 2011 尹鍾信>의 타이틀 곡 '나이'는 윤종신 음악을 관통하는 코드인 '세월', '공감' 그리고 '위로'를 고스란히 담고있다. ⓒ 미러볼


이번 13집 역시 그의 이러한 음악의 연장선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윤종신 작사, 작곡에 정지찬 편곡의 등식으로 완성된 12집과는 달리, 이번 13집 <行步 2011 尹鍾信>은 프로듀서로서이기도 한 윤종신의 능력이 빛을 발한 음반이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끌어내는 능력, 조금은 여유가 생긴 덕일까? 자신에게 부족한 능력을 타인을 통해 메울 줄 아는 특유의 친화력이 이 음반에선 더욱 극대화 되어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창작자 이름에 윤종신의 이름이 있지만, 보컬의 장필순, 이현우, '메이트'의 정준일, 스윙스, <슈퍼스타 K>의 인연 김그림, <디렉터스 컷 2>의  이정, <라디오 스타>의 인연 '슈퍼주니어'의 규현을 비롯해서, 기타리스트 이상순,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참여한 초호화 캐스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동시에 정석원, 이근호, Postino, 조정치, 하림, 정지찬의 이름역시도 편곡, 작곡자의 이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조금 고무적인 사실은 이러한 보컬리스트들과 연주자들의 영입이 상당한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특히 추천하는 트랙인 정준일이 부른 '말꼬리'나 이정과 윤종신이 함께 부른 '두 이별'같은 곡들은 본래 그들의 곡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상당히 잘 어울린다. 윤종신과 익숙한 교감이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없이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곡들이 분명하다.

타이틀곡인 '나이'는 과거 6집 <육년>에 실린 '나의 이십대'와 10집 <비하인드 더 스마일>에 실린 '서른 너머... 집으로 가는 길'과 맥을 함께하는 곡이다. 그는 '나이'라는, 사실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코드를 통해 다시 한 번 감동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거기다 그의 음악을 읽어내는 또 하나의 코드인 '위로'를 통해, '나이'를 통한 '윤종신 스타일'의 음악은 완성된다. 뻔하지만 결코 뻔할 수 없는 일상. 공감, 그리고 솔직함. 대중들이 윤종신의 노래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번 음반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여전히 유효한 '윤종신 스타일'

'패턴이 보인다'는 평가는 어느 뮤지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패턴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더 나아가 다른 뮤지션들과 꾸준한 교류를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뮤지션이라면 그러한 패턴은 그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예능에서나 음악에서나 '윤종신 스타일'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이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음반. 13집 <行步 2011 尹鍾信>이 있다.

음반의 재발견 윤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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