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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사 엽서 겉모습
▲ 신년인사 엽서 신년인사 엽서 겉모습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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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오전, 사무실로 한 통의 엽서가 왔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초등학교 친구로부터. 친구는 거제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곧장 울산으로 가 객지생활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울산에 살고 있다.

엽서 겉봉엔 2011. 12. 28일 자 우체국 동그라미 소인이 찍힌 우편엽서인데, '₩270='이라고 표기돼 있다. 아마도 배달요금이 270원이라는 것이리라. 옛적에는 편지나 엽서에 우표를 붙였는데, 요즘은 우표도 붙이지 않고 이렇게 보내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우표 수집하는 취미도 없어진 지 오래다. 봉투를 뜯어보니 의례적인 인사말이 두 줄로 쓰여 있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풍성한 기쁨으로,
뜻하신 바 모든 일들이 성취되시길 기원합니다."

답장을 보내야 하는데, 똑 같은 엽서로 보내려니 귀찮다. 엽서도 사야하고, 우체국까지 가야하고, 바쁜 현대인(?)에겐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문자로 답장 인사를 하려니, 친구의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지 않다. 하는 수 없어 다른 친구에게 엽서를 보낸 친구의 번호를 알아보려 문자를 보냈다. 몇 글자의 새해 인사와 함께. 그러고 보니 이 친구한테도 친구번호를 알려고 문자를 날리지 않았으면, 새해 인사도 못할 뻔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생사는 게 빡빡하다는 느낌이다.

"뭐, 이리 살아 뭐 할까?"

울산에 사는 친구로부터 온 신년인사 엽서
▲ 신년인사 엽서 울산에 사는 친구로부터 온 신년인사 엽서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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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를 보낸 친구는 작년에 아들 장가를 보냈다. 그런데 직접 가서 축하해 줬어야 함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울산까지 가지도 못하고, 가는 친구에게 축의금만 보냈다. 그 뒤 전화해 미안한 마음을 전달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 찜찜함이 남아 있다.

울산 친구가 내 전화기에 자기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 무척 섭섭할 것 같다. 다른 친구로부터 엽서를 보낸 친구의 번호를 알아 입력을 끝냈다. 그리고 나 또한 의례적인 말로 새해 인사를 보냈다.

"친구야! 새해 안부인사 엽서 잘 받았어. 작년에 아들 결혼식도 못 가봐서 미안해. 아들내외는 잘 살고 있겠지. 어찌 손자는 언제 태어 날건지 궁금하네.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 고향 오거든 얼굴이나 보면서, 오랜만에 소주나 한잔 하자꾸나.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기 바라네. 새해에는 항상 건강하고 가정에 행운이 가득 하기를 비네."

그러고 보니 최소한의 예의다 싶어 20원짜리 간단한 문자가 아닌, 200원짜리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는 게 다행이다. 그런데 가만히 계산을 해 보니 친구는 엽서 한 통 보내는데, 몇 천원이 들었다는 생각이다. 엽서 500원에 우편료 270원을 더하면 770원이고, 여기에 우체국까지 가는 경비까지 계산한다면....

문자를 보내고 생각에 잠겼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살 뿐이라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싣습니다.



태그:#신년인사,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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