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막을 내린 <뿌리깊은 나무>

인기리에 막을 내린 <뿌리깊은 나무> ⓒ SBS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연출 장태유 신경수, 극본 김영현 박상연)가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수목드라마의 정상을 지켰던 이 드라마의 지난 발자취를 숫자를 통해 되돌아 보았다.

▲ 1 : <뿌리깊은 나무>의 주요 소재는 훈민정음이었다. 그런데 이와 함께 시청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던 소재로 무술을 빼놓을 수 없다. 극 초반 강채윤(장혁 분)과 윤평(이수혁 분)의 출상술을 비롯해서 여러 무술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제공할만했다. 조선제일검이라 불리는 내금위장 무휼(조진웅 분)과 강채윤의 스승이며 정도전의 호위무사였던 이방지(우현 분), 그리고 밀본의 숨겨진 고수인 개파이(김성현 분)의 무술 실력도 압권이었다.

여러 무술의 고수 중 과연 1인자는 누구일까. 각 개인의 대결을 평가해보자면 이방지와 무휼을 꺾은 개파이를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강채윤이 1인자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방지의 제자이기에 그의 무술을 다 배우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과 이방지가 이미 전성기를 지난 개파이와 대적한 걸 안타까워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방지가 <뿌리깊은 나무>의 제 1의 고수가 아닐까 싶다.

▲  2 : <뿌리깊은 나무>가 기대 이상으로 인기가 높자 자연스레 시즌2에 대한 관심도 함께 생겨났다. 제작진은 시즌2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지만 마지막 회에서 가공인물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했고 한명회로 밝혀진 한가놈(조희봉 분)이 성삼문(현우 분), 박팽년(김기범 분)과 마주치는 장면이 나오면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성삼문과 박팽년의 운명적인 만남을 묘사하면서 더욱이 한명회와 어깨를 부딪힌 성삼문은 좋지 않은 예감까지 느낀다는 대사로 시즌2 등장 가능성을 한층 더 증폭시켰다.

▲ 3 : <뿌리깊은 나무>는 미스테리 사극이었다. 그동안 방영되었던 국내 사극 중에서 미스터리를 전면에 내세운 사극은 없었다. 보통 미스터리 장르는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에서 공감을 얻는다고 한다. 국민 생활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비로소 지적인 욕망이 일어날 때 가능하단 것인데 그래서일까? <뿌리깊은 나무>는 화제가 되었던 것에 비해 시청률이 아주 높지는 않았다.

▲ 4 : <뿌리깊은 나무>에는 정도전이 만든 비밀 결사 조직 밀본이 등장한다. 밀본은 왕의 독주를 견제하고 재상을 통해 사대부들이 이끄는 조선을 만드는 재상총재제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이다.

태종(백윤식 분)에 의해 정도전과 정도광(전노민 분)이 죽임을 당하고 정도광의 아들인 정기준(윤제문 분)이 밀본의 본원이 되어 밀본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정기준은 밀본의 대의보다는 훈민정음을 막는 데에 주력을 하였고 이는 밀본원들의 이탈을 가져왔다. 이에 심종수(한상진 분)가 정기준과 협상을 하여 훈민정음 해례를 넘기고 밀본지서와 밀본원들의 명단을 넘겨받으며 밀본의 4대 본원으로 등극하게 된다. 밀본의 네 번째 수장이 된 그는 이미 반포된 훈민정음을 천대하라는 명령을 전달하며 본원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하였다.

▲ 5 : <뿌리깊은 나무>는 '반전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많은 반전이 등장하였고 그 반전은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하였다. <뿌리깊은 나무>에는 총 5번의 반전이 등장하는데 우선 첫번째는 반촌의 백정인 가리온이 정기준이었다는 것이다. 가리온의 말을 들으며 놀라는 이신적(안석환 분)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소름을 끼치게 할 만한 사건이었다. 두 번째는 훈민정음의 해례는 책이 아니고 소이(신세경 분)이었다는 것이다. 한 번 보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소이의 능력과 광평대군(서준영 분)이 자신도 해례를 본 적이 없다는 말에서 암시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 역시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세 번째는 세종 이도(한석규 분)의 고육지책이었다. 밀본을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조말생(이재용 분)은 궁궐의 여러 대신들은 물론 나인들과 강채윤까지 잡아들였으며, 나인들에게 고문을 가하고 그들을 내쫓았는데 알고 보니 이는 훈민정음 유포를 위한 세종의 계략이었다. 네 번째는 베일에 가려있던 개파이가 원나라 복위세력 돌궐족 용병부대인 카르페이 테무칸이었다는 것이다. 이방지와의 대결 장면에서 북방의 전설이라는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명나라 흑명단 단주인 견적희(윤이나 분)에 의해 대적불가라는 그의 명성이 공개되었다.

마지막 반전은 한가놈이 한명회였다는 것이다. 과거에 낙방하는 별 볼일 없는 선비로 살아왔지만 밀본의 참모 역할을 하며 총명함을 선보였던 한가놈은 그의 본명을 묻는 심종수에 의해 그가 바로 한명회라는 것이 밝혀졌다. 제작진이 선보인 마지막 반전인 것이다.

▲ 8 : <뿌리깊은 나무>에는 밀본 외에도 세종이 만든 천지계원이라는 조직이 등장한다. 훈민정음을 만들기 위해 궁궐 대신들도 모르게 밀명을 수행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그러나 허담과 윤필(강성민 분), 그리고 장성수(류승수 분) 등이 살해를 당하고 성삼문이 자신과 같은 반점을 갖은 이들을 찾으면서 그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세종은 윤필이 죽으면서 남긴 사자전언 '곤구망기'에 대해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8명밖에 없다면서 천지계원이 8명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머지 천지계원은 광평대군과 정인지(혁권 분)임을 신하들 앞에서 밝히기도 하였다.

▲ 10 : <뿌리깊은 나무>는 방영 10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였다. 10회에서는 가리온이 정기준임이 밝혀지며 <뿌리깊은 나무> 내용 중에 가장 극적인 상황이 그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자들은 정기준의 정체에 대해서 가장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올해 시청률 20%를 넘긴 드라마가 10여 편에 불과함을 생각했을 때 <뿌리깊은 나무>의 시청률 20% 등극 올해를 대표하는 흥행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 24 : <뿌리깊은 나무>는 24부작으로 기획되었고 그것을 지켜 막을 내렸다. 회가 거듭될수록 네티즌들은 연장에 대한 염원도 보내기 시작했다. '뿌요일'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나날이 인기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횟수의 연장은 없었고 다만 마지막 회에서 시간만 20분을 연장하여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다소 달래주었다.

▲ 25 : <뿌리깊은 나무>는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였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에서 <뿌리깊은 나무> 24회는 25.4%를 기록하며 시청률 25%의 벽을 넘었다.

물론 일부에서는 시청률 30%도 기대를 했겠지만 올해 시청률 30%를 넘은 드라마가 <시크릿 가든>(연출 신우철 권혁찬, 극본 김은숙), <사랑을 믿어요>(연출 이재상 극본 조정선), <웃어라 동해야>(연출 김명욱 모완일, 극본 문은아), <오작교 형제들>(연출 기민수, 이정선) 등 네 편뿐이었다는 것을 봤을 때 이 정도면 대단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 28 :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은 총 28자였다. 강채윤은 세종의 글자를 불신하던 중에 광평대군으로부터 글자의 개수가 몇 개인지를 물었다. 28자라는 소리에 강채윤은 1028자이냐고 되묻지만 진정 28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는 그것을 반나절 만에 익히고 세종을 위해 일하기로 결심한다.

물론 지금 사용되는 한글은 26자이다. 어찌되었건 한글은 세종의 바람대로 이 적은 개수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담아낼 수 있는 글자이다. 이 글마저도 말이다.

뿌리깊은나무 드라마 세종 훈민정음 시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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