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월와 드라마 <브레인>

KBS 새 월와 드라마 <브레인> ⓒ KBS


의학드라마를 표방한다고 하나, 주인공 이강훈(신하균 분)의 성장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을 듣는 KBS 2TV <브레인>이다. 심지어 신하균만 보인다면서, '신하균 드라마'는 말까지 듣는다. 하지만 <브레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은 좋은 편이다. '지나치게 이강훈을 못살게 군다'는 볼멘소리를 제외하곤, "신하균의 연기가 일품이다"는 극찬이 봇물을 잇고 있다. '신하균 앓이'라는 새로운 신드롬이 양성될 정도로 배우 신하균의 인기도 수직상승 중이다.

<브레인>의 주인공 이강훈은 흔히 말해서 '개천에서 난 용'이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아버지를 의료사고로 잃은 이후 공부에만 전념한 끝에 대한민국 최고 학부인 천하대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조교수 자리에까지 가뿐히 올라갈 태세였다. 그런데 당연히 그의 것인 줄 알았던 조교수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바로 강훈과 자신이 짝사랑하는 윤지혜(최정원 분)의 사이가 심상치 않게 흘려가는 것을 직감한 동료의사 서준석(조동혁 분)의 방해공작 때문이다.

오롯이 자신의 혼자 힘으로 의사가 된 강훈과 달리 준석은 아버지와 형들이 모두 의사인 속칭 '로열 패밀리' 이다. 그 역시 천하대 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이나, 실력 면에서는 강훈에게 뒤쳐진다. 그러나 준석은 막강한 배경을 이용하여 강훈을 천하대 병원에서 내쫓으려고 하고, 강훈을 마음에 두고 있는 윤지혜마저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자 한다.

객관적인 실력을 놓고 보자면 강훈이 당연히 천하대 조교수가 되어야한다. 그러나 실력만으로는 조교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강훈은 병원 내 권력 라인에 속해있는 고재학(이성민 분)에 붙어 억지로 머리를 숙이고 그가 시키는 대로 의사의 의무까지 저버리는 행위까지 수행해야 했다. 대놓고 출세에 몸부림치고 주변 의사, 간호사에게 독설을 일삼는 그를 주위에서 곱게 볼 리도 없다. 그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그의 관점에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추락하는 개천의 용 이강훈은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브레인>에서 명품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신하균

<브레인>에서 명품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신하균 ⓒ KBS

만약 이강훈도 서준석처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구태여 출세와 성공에 독을 품지 않아도 된다. 남들처럼 처절히 노력하지 않아도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실의 강훈은 어떻게든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야 하기에, 성공에 대한 야망이 남들보다 강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독종이 되어야 준석처럼 잘난 집안의 아이들과 경쟁할 수 있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의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의 기득권층은 강훈처럼 타고난 머리와 실력밖에 없는 개천의 용을 호락호락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주류 사회에 편입하려고 몸부림치는 이강훈의 날개를 꺾어 자신들의 밑으로 굴복시키고자 한다.

그럼에도 이강훈은 이들에 무릎꿇지 않았다. 비록 그가 절실히 원하던 조교수 자리는 물 건너갔지만, 자존심만이 유일하게 이강훈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 쫓겨날 판국에도 자존심만 앞세우는 그가 어리석을지 몰라도, 당당히 부조리한 기득권에 맞서는 그의 모습은 통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머니인 김순임(송옥숙 분)의 갑작스런 뇌암 투병은 도도한 이강훈의 무릎을 꿇게 하였다. 그것도 아버지를 의료사고로 죽인 김상철(정진영 분) 교수에게 말이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 그는 정식 의료진도 아닌 김상철의 개인 연구원이 되어 주변의 갖은 멸시와 모욕을 견뎌낸다. 하지만 순임의 병세는 점점 약화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강훈은 어머니에게 불법으로 약을 주었다는 궁지에까지 몰리게 생겼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 우뚝 서야 했기에 독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강훈이다. 그런 그가 실력보다 배경을 우선으로 치는 사회가 만든 괴물처럼 보여지기 까지 한다. 도대체 이강훈은 언제쯤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이강훈에게 닥친 고난과 시련들이 드라마 속 무리한 설정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가진 자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없는 자에게는 끊임없는 박탈감만 안겨주는 세상 속에서, 살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이강훈을 질책하기보다 힘껏 안아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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