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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청춘콘서트를 함께 준비한 청춘학교 학생들이 대전 시내 한폭판 으능정이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대전 청춘콘서트를 함께 준비한 청춘학교 학생들이 대전 시내 한폭판 으능정이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 청춘얼쩡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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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8일 '영하 10도에 잠옷녀와 텐트녀, 그녀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최저임금은 그대로인데 집세는 계속 오르는 현실을 풍자하며 영하의 날씨 잠옷 차림으로 텐트 속에서 캠페인을 벌인 대학생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오늘(19일)은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서 청춘학교 학생들이 4주 동안 준비해온 액션을 발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에서 단숨에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만났습니다. 그 분은 바로… 조금 있다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에 너무 아깝다'라며 청춘을 정의한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쇼의 말처럼 우리 청춘은 청춘을 잘 즐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취업을 위한 스펙에 발이 묶이고, 주 거주지는 도서관으로 바뀌고, '츄리닝' 바람으로 도서관에 사는 일상들이 요즘 20대 청춘들의 생활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사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대전에서 만난 청춘들은 조금 다릅니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생기가 보였고, 행복이 보였습니다. 진짜 '청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주는 것이 젊음의 특권, 청춘의 특징 아닌가요? 청춘콘서트를 준비하며 팀워크를 다지고, 청춘학교를 하며 우애를 다진 학생들이 '등록금, 물가, 취업, 학벌, 청년정치참여'를 주제로 퍼포먼스나 자료를 많이 준비했습니다. 이들의 액션이 저를 비롯한 시민들에 많은 활력을 주었습니다.

경제 대통령 '가카'가 등장했지만... "물가는 치솟고 치솟고"

아, 그런데 잠깐, 제목에서 언급한 그 분은 어디 계시냐구요?

그 분은 바로 '가카'입니다. 가카를 주제로 청년들이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물가 나 잡아봐라~잉'이라는 스티커를 뒤에 붙이고 이것을 가카가 붙잡지 못하는 것을 묘사함으로써 시사풍자를 한 것이죠. 가카는 어기적어기적 다니면서 물가를 잡으려는 시도조차 잘 안합니다. 물가 스티커를 붙인 사람들은 마구 뛰어다니죠.

가카는 물가를 잡지 못하는 반면 참여하는 시민들은 쉽게도 물가를 잡습니다. 정부가 아닌 시민이 나서 물가를 잡는 모습은 대통령에게 맡기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시민이 나서 대통령에 요구하고, 정부 정책을 감시해야 된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물가 스티커를 잡은 사람들은 초콜릿과 교환합니다. 이에 시민들은 꼬리잡기를 하면서 즐거워하고, 또 상품도 받으면서 즐거워했습니다.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았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행사내용은 이랬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한 준비동작을 취하고 있는 가카.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는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는 것을 풍자해서 지나가던 시민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한 준비동작을 취하고 있는 가카.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는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는 것을 풍자해서 지나가던 시민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 청춘얼쩡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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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보소~ 보소~ 여기보소~ 때는 2011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로 이놈의 스마트폰 요금이나 전기세나 수도세나 가스비나 아이스크림이나 옷이나 생필품 것들이 자기주제도 모르고 물가가 치솟고 치솟고 치솟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끊임없이 치솟으니 인류 역사상 우리 국민들은 살기가 막막하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꼬~~ 아아 애석하도다. 저 날뛰어 다니는 놈들을 보소." (물가스티커를 붙인 서포터즈들이 뛰어다닌다)

(잠시 후 가카 등장)

가카 : "저거 다, 여러분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경제대통령 제가, 물가 반드시 잡겠습니다. 어이구 전기세도 잡아쟈지, 김밥도 잡아야지(물가 서포터즈들은 뛰어다니지만 가카는 시늉만 한다)"

진행자 : "우리들의 희망 경제대통령 가카께서는 너무나도 손이 무겁고 발이 무겁고 입만 가벼우니 물가를 잡지 못한다네. 아아 이럴수가 이럴수가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이는 없단 말인가."

서포터즈들 : "(노래) 울면 안 돼 울며 안 돼 가카 할아버지는 물가오르는 것엔 관심만 있으시데~ 가카 할아버지는 알지 못한대~ 버스비가 얼만지 집값 얼만지 물가는 또 오르기만 해~"

진행 :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이라면 물가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렇게 세상 어려운줄 모르고 날뛰는 물가를 잡아주세요!"

사회현상을 굉장히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옛날 국어교과서 봉산탈춤에서 말뚝이가 양반을 조롱하는 대목이 생각났습니다. 양반을 비판하지만 희화화해서 재미있게 비판하며 웃음을 이끌어냈던 장면말입니다. 물론 이 연극의 목적이 가카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지만, 시민들이 연극을 보며 환호했던 것도 소통의 길은 막고, 시민을 억압하는 데에 애썼던 정부에 대한 답답함을 풀어주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잠시 가카를 맡은 서포터즈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 가카를 연기한 이유는?
"물가를 잡는 데 상징적인 인물이 필요했어요. 행정부의 우두머리를 내세우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 정부의 정책도 제대로 안 되니까 정부의 정책을 대표하는 사람을 내세워야 할 것 같았습니다."

- 높은 물가의 책임이 대통령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부가 확실한 정책을 내세우지 못했습니다. 기업들의 눈치를 보는 게 느껴지더군요. 간접세가 오르니까 물가가 오릅니다. 간접세는 더 가진 사람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모두 똑같이 세금을 나눠내자는 것이죠. 때문에 물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부자는 부담이 덜해도 서민에게는 부담이 큽니다."

- 정부가 기업의 어떤 눈치를 보는가?
"이동통신 기본요금을 1000원씩 내린다고 했는데 정부가 정책을 잘 했으면 더 많이 할인되었을 것입니다. 정부의 강한 규제와 적극적인 간섭이 없습니다."

- 원래 물가문제에 관심이 있었는지?
"기존에도 관심이 있었고 뉴스를 통해서도 봤는데 청춘학교를 하며 액션플랜을 준비하면서 더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물가 문제에 관심은 있어도 정작 물가가 오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액션플랜을 준비하는 토론과정에서 조금씩 배운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에 비해 물가 턱없이 높고 문제있어"

시민들의 희망으로 한반도 지도를 파랗게 물들인 모습. 파란색 포스트잇에는 시민들이 바라는 2012년 대한민국의 희망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희망으로 한반도 지도를 파랗게 물들인 모습. 파란색 포스트잇에는 시민들이 바라는 2012년 대한민국의 희망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 청춘얼쩡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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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문제가 와닿아도 공부하려면 어렵고 힘을 써야 되는 분야인데, 액션플랜을 준비하며 문제를 인식하고 지식을 쌓는 데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팀을 포함해서 여러팀에서도 역시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처음 할 때는 청년이 집에서 용돈을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만으로 살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변변치 않게 살아야되더군요. 적절한 소비를 하기 힘들어 보였어요. 최저임금에 비해 물가가 턱없이 높고 문제가 있다고 느꼈어요." - 물가조(물가에 내놓은 아이들, 박세철)

"전국의 각 대학의 교표를 활용해서 한반도의 모양을 만들고 바탕에 청년들의 의견을 모아 푸른빛으로 채우려고 했어요. 교표를 오리면서 보니 대학들이 정말 많더군요. 대학에 가려는 학생보다 대학의 수가 많으니 학력이 평가절하되죠. 유명하지 않은 대학에 다닌 학생이라도 실력이 있다면 대접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원들과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되었습니다." - 학벌조(가방끈 뭔 상관이조, 김주경)

"나만의 걱정이 아닌 모두 고민하던 것이었어요. 국립대가 싸보여도 국립대생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어요. 비싼 등록금을 내는 친구들이 다 부자인줄 알았는데 학자금을 갚기 위해 알바자리 찾는 경우가 많았어요" - 등록금조(가카 까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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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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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행동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고 계시던 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미래가 밝고, 젊은이들이 참 예쁘고 고마워요.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본인들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한국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나는 대학생 때 4·19 , 5·16을 겪은 할머니입니다. 항상 국가가 어려울 때 극복하는 것은 지금 청년들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어요. 국가발전에 공헌한 청년들이 지금의 70대이듯이 우리나라의 미래도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퍼포먼스를 마치고 깨끗이 뒷정리를 하는 대전 청춘학교 학생들.
 퍼포먼스를 마치고 깨끗이 뒷정리를 하는 대전 청춘학교 학생들.
ⓒ 청춘얼쩡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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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느라 오리털 점퍼도 찢어지고, 셔터를 누르는 속도도 손이 얼어가며 점점 더뎌지고 몸은 굉장히 고단했습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오는 발길도 결코 가볍지 않았는데, 2시간여의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손은 얼어가지만 가슴은 불탔고, 몸은 점점 무거워졌지만 마음은 점점 더 가벼워졌습니다.

행사를 진행하는 청년들을 인터뷰하며 그들 생각의 변화와 느낀점을 듣고나니 제 일처럼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4주간의 액션플랜 준비기간 동안 학업 또는 일과 병행하며 쉽지는 않았을텐데 그만큼 얻어간 것들이 있다고 하니 좋았습니다. 청년들 스스로 학교를 만들고, 액션을 만들어 진행하고, 시도만 해도 훌륭한데 이렇게 훌륭한 결과물을 냈으니까요.

저는 이 문화에서 희망을 보았고, 청춘들에게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놀이를 스키장 가고, 여행 가고 이런 곳에서 찾는 게 아니라 행사를 준비하고, 캠페인을 하면서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비적이고, 즉흥적이고, 유흥에 가까운 문화가 아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놀이문화말입니다. 실제로 이를 증명하는 청춘을 만나니 신이 납니다. 이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여진의 액션토크 5강, 12월 21일(수) 하자센터에서 '물가'를 다룹니다. 출연 게스트는 프리라이더의 저자, 세금혁명당 대표, '나는 꼽사리다'의 선대인소장입니다. 참가신청(http://cafe.daum.net/chungcon)



태그:#대전 청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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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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