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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특히 정치와 권력과 관련된 역사는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역사, 특히 정치와 권력과 관련된 역사는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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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나 공기가 더럽혀지거나 들어가서는 안 될 것들이 들어가는 것을 오염이라고 합니다. 오염은 물과 공기, 땅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염은 지식에서도 일어납니다. 뭔가를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은 지식이 오염됐다는 것이며,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지식을 오염시키는 행위입니다.

지식에 대한 오염보다 더 무섭고 경계해야 할 것은 왜곡입니다. 왜곡은 '정'을 '부정'으로, '진실'을 '거짓'으로 뒤바꿔 놓기도 하고 엄연히 있었던 사실을 없었던 것으로 은폐해 가치와 판단을 흔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한가람문화연구소 소장 이덕일이 쓴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뒤주에 갇혀 죽은 비운의 세자,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죽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역사적 의미를 올바르게 칭량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맑은 물이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깨끗한 공기가 탁한 공기를 맑게 해 주듯 모함과 암투, 야합과 모사가 판을 치던 당 시대의 정치 상황을 사도세자의 죽음이라는 구멍을 통해 보다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투시창이 될 것입니다.

사도세자의 죽음, 아버지인 영조가 아들인 사도세자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사도세자의 부인이었던 혜경궁홍씨가 쓴 <한중록>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재에 실린 <한중록>에서 역시 혜경궁홍씨는 사도세자가 정신병 때문에 뒤주에 갇혀죽는 신세가 됐음을 절절히 토로하고 있습니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정치적 권력에 의해 타살

글쓴이가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해 올려놓는 저울추는 '노론에 의한 정치적 사살'입니다. 혜경궁홍씨가 쓴 <한중록>이 의도적 왜곡임을 보편적 가치로 칭량할 수 있도록 영조실록에 비춰 낱낱이 해부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말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역사학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 실제로 유리 역사의 어떤 부분에는 승자의 기록으로서의 역사학이 횡행했다. 그 와중에서 진실은커녕 사실마저도 왜곡되어 전해지기 일쑤였다.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표지사진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표지사진
ⓒ (주)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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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40여 년 전인 영조 38년(1762) 윤 5월 21일 뒤주 속에서 비참하게 죽었던 사도세자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 갇힌 것은 윤5월 13일, 그는 좁은 뒤주 속에서 무려 여드레 동안이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신은하다 이승을 하직한 것이었다." (본문 428쪽)

노론과 소론이 그랬듯 이덕일의 주장에 대한 학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문학권력의 기득권자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 정병설이 <사도세자의 고백>을 비난 한 것에 대해 이덕일은 도도평장(都都平丈 :고무래를 보고도 정 자를 모른다)이라고 조롱하고 있습니다. 

"시종 가해자의 자리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정병설은 보이지 않지만 피해자被害者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필자에게는 윤휴와 사도세자의 처지가 보입니다." (본문 33쪽)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첩보영화의 한 장면처럼 조마조마하게, 한편의 서사극을 보는 것처럼 장엄하게 사도세자의 일생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정치의 실체, 권력을 속성을 보다 현실감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 주는 칭량의 저울추가 될 것

생모의 출신 성분과 이복형인 경종의 죽음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영조,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계기를 제공한 나경언, 사위인 사도세자를 가둔 '뒤주'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장인 홍봉한, 노론 권력의 하수인이 돼 지아비의 죽음을 왜곡하고 있는 혜경궁홍씨.

'신하들은 당론을 버리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영조도 마찬가지였다. 사도세자 인생의 근본적 비극의 싹은 여기서 시작됐다." (본문 82쪽)

어느 부분에서는 주먹을 불끈 쥐게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읽어야 하지만, 혹시 잘못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사도세자의 죽음을 다른 각도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역사의 한 페이지, 사도세자의 죽음과 사도세자의 일생을 전후한 조선사가 승자의 기록에 의한 오염되거나 왜곡된 역사 였다면,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오염된 지식,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 주는 칭량의 저울추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이덕일 씀 | 위즈덤하우스 | 2011.11 | 1만5000원)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 250년 만에 쓰는 사도세자의 묘지명, 개정판

이덕일 지음,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2011)


태그:#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이덕일, #(주)위즈덤하우스, #사도세자, #혜경궁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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