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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7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서울본부는 발족식 및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7월7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서울본부는 발족식 및 토론회를 열었다.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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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는 정치논리나 경제논리가 아닌 교육논리로 접근해야 함에도, '친환경무상급식'에 이어 또 다시 '학생인권조례'가 지나친 이념대결로 치닫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며 무엇이 진정 학생을 위한 것인가? 또한 시대적인 추세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는 16일 서울시 교육상임위에 소위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학생인권조례안'이 상정된다. 조례안 상정일이 다가올수록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실로 점입가경이다. 우리 서울시의회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40~50통의 문자메시지와 10통에 가까운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문자메시지나 전화 내용이 '호소', '읍소'형이더니 어느 순간, 점점 테러에 가까운 공세로 바뀌었다. 저주성, 모독성 내용이 다반사다. 그중에서도 동성애 관련 내용은 상식에도 어긋나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 육두문자에 가까운 것은 빼고, 그 중 일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당신네들.. 의정활동 똑바로 하라우... 이따위 조례안 통과시키면 큰일 날쭐 알라우...네레 절대 반대한다우..."
"동성애를 허용해주면 죄의식을 못 느껴 치유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없어질 것이고 동성애는 독버섯처럼 퍼질 것입니다."
"동성애는 치료받아야 할 비정상적인 생활입니다."
"동성연애를 돌로 쳐 죽이던 시대까지 있었습니다. 얼마나 세상에 혐오스러운 일이기에 그런 일이 있었겠습니까? 일종의 정신질환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박00교수입니다.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학교 현장에서 동성애가 확산될까 심히 염려가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에 의해서 동성애가 미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학교에서조차 동성애를 인정하게 되면,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 사이에 동성애 확산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동성애는 인간의 몸 구조로 보더라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성행위입니다. 동성애자들이 알코올 의존도와 자살률이 높고, 남성 동성애자 수명은 일반남성에 비해서 25~30년 짧고, 알코올중독자보다도 5~10년 짧습니다. 동성애자의 삶이 행복하지 않기에. 동성애를 계속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2009년 통계를 보면, 청소년 AIDS 환자 중에서 48%가 동성애로 감염되었습니다. 청소년이 동성애자가 되면 AIDS환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은 이 문제들에 굉장히 분노하십니다. 그런데 이 일이 학생인권조례안이라는 것으로, 인권(매우 중요합니다)이라는 이유로 하나님의 법을 정면으로 대적하게 됩니다. 그것도 어린 청소년들에게 노출됩니다."

예수님이 계셨더라면, 소수자 사랑하라 했을 것

일부 기독교 단체들도 동성애 문제를 '정신질환'으로 낙인찍어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한 사람인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예수께서 현재 이 땅에 계신다면 성적소수자들을 차별하라고 할까? 내가 믿고 아는 예수는 분명히 그들까지도 존중하고 배려할 것으로 믿는다.

역사의 발전이란 소수가 갖던 권한을 점점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갖는 것이라 믿는다. 왕 한 사람에게 집중되던 권한이, 귀족에게, 남자들에게, 그 다음에는 여자들에게, 그리고 어린이와 장애인들에게 나누어져 왔다. 역사의 흐름은, 사람이라면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 심지어 무생물인 물, 공기, 바위 등 자연환경까지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성숙된 사회요, 선진국인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관련하여 하루에도 몇 차례 기자들의 전화를 받는다. 기자들이 주로 묻는 질문은 "이번 회기에 통과시키느냐? 보류될 가능성은 없느냐? 원안 대로 통과시키느냐 아니면 수정안을 만들 것이냐? 교육상임위 및 본의회에서 통과되느냐? 혹시 부결될 가능성은 없느냐?"로 집약된다. 특히 4가지 쟁점사항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일부 단체들은 이것을 4대 독소조항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정말 독소조항인지 되묻고 싶다).

1.성적지향  2.임신·출산  3.집회 결사의 자유  4.종교의 자유

그중에서도 성적지향과 임신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집요할 만큼 공세가 심하다. 조례안의 취지는 "성적소수자들과 임신 출산한 학생들도 차별하지 말자"는 것인데, 이것이 조례화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동성애가 확산되고 청소년들의 성이 문란해 질 것이기에, 인권조례를 만들지 말라는 주장은 "마치 경찰서를 짓자고 하니, 경찰서를 지으면 도둑이 들끓게 될 것이다", "병원을 짓자고 하니, 병원을 지으면 병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기에 병원을 짓지 말자"는 주장과 무엇이 다를까?

이분들 주장대로 '성적지향과 임신·출산'을 삭제한다고 했을 때, 성소수자는 차별해도 된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고, 본의 아니게 임신이나 출산을 한 여학생을 무조건 학교밖으로 쫓아내는 것만이 능사이고 교육적인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다만 성적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아직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우리 교육위 의원들이 심사숙고할 것으로 본다.

일부에서 학생인권조례안 통과 시기를 늦추자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미 많이 늦었다고 본다. 더는 시기를 늦추면 안된다고 본다. 시기를 늦춘다고 하여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루한 신경전과 불필요한 소모전만 계속될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시대적 요구이자 거스를 수 없는 강물

어렵게 마련한 주민발의안을 뚜렷한 이유없이, 무작정 늦추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고, 곽노현 교육감의 "체벌금지" 선언을 법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차원에서도 필요하고, 이번 회기에 통과되어야 내년 3월부터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상징적으로 학생인권조례 징검다리를 놓아, 내년 총선 후 19대 국회에서 '친환경무상급식법 제정'과 함께 '학생인권법'을 제정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친환경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복지와 학생인권조례로 대표되는 인권확대는 시대적인 요구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강물이라고 본다.

16일, 우리 교육상임위 위원들은 학생인권조례안을 원안대로 처리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원안대로 처리할 것인가? 다소 물러서서 일부를 수정한 절충안을 통과시킬 것인가? 다만, 바라기는 우리 교육상임위 위원들이 충분히 심도있게 논의하여 현명하게 결정할 테니, 찬성하는 단체나 반대하는 단체나 과잉행동을 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회기에 '교권보호 조례'를 함께 통과시키려 했으나,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올리지 못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하여 다음 회기에는 '교권보호 조례안'도 제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학생 인권조례와 교권보호 조례는 원칙적으로 별개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학생인권조례가 혹시 교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학생이든 교사이든 인권은 모두 존중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기자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쟁점사항, #서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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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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