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천사의 몸짓

변정수, 그녀의 헌신과 봉사에는 인기인으로서 자신의 관리와 대외적 이미지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 진심이 담겨있음을 알았다.
 변정수, 그녀의 헌신과 봉사에는 인기인으로서 자신의 관리와 대외적 이미지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 진심이 담겨있음을 알았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작년 초 모델 겸 배우 변정수씨가 모티프원에 왔습니다.

저는 모델로서 그녀의 시크한 얼굴보다도 주관이 뚜렷하고 막힘 없는 시원한 성격이 더욱 멋진 분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와 일상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그녀의 성격보다도 그녀의 마음씨가 훨씬 곱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프리카 얘기를 하다가 그녀가 국제 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를 통해 빈민국의 수많은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순한 후원뿐만 아니라 가족의 휴가를 함께 모아 빈민국을 직접 방문해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봉사현장으로 가는 가족의 모든 경비도 후원이 아니라 스스로 부담하는 올바른 봉사자의 태도를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그녀와 그녀 가족의 삶의 고운 태도는 제게 행복 바이러스로 다가왔습니다.

"저, 돈 많이 벌어야 되요. 한 계좌의 후원금액은 작아도 그것이 수십 계좌가 되면 매월 고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액수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복해요."

그녀의 노동으로 끼니를 굶는 어린이들이 숟가락을 들 수 있으니 그녀의 노동은 참으로 천사의 아름다운 몸짓입니다.

돌 끓이는 어미

주재환작가의 '다이아몬드 8061개 vs 돌밥'
 주재환작가의 '다이아몬드 8061개 vs 돌밥'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교하도서관의 '교하아트센터'에서 12월 16일까지 '제2회 우리시대 리얼리즘 전_지워지는 미래'의 전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인간 삶의 구석진 곳에서 들려오는 희망의 메시지를 미술적 언어로 시각화하는 작업들입니다.

저는 이 전시장에서 대면한 한 작품을 잊을 수 없습니다. 주재환 작가의 '다이아몬드 8061개 vs 돌밥'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의 책 표지이미지에 이 책의 본문 10페이지 책의 시작에서 서술된 문단을 오려서 붉은 펜으로 적시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북부 판자촌에 사는 주부들은 저녁이면 냄비에 돌을 넣고 물을 끓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어머니들은 배가 고파서 보채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밥이 될 거다"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이 기다리다가 그냥 잠이 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배고픔에 시달리는 자식들을 보면서도 그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어미가 느끼는 수치심을 감히 무엇으로 가늠할 수 있겠는가?

주 작가의 작품이 이 책의 서두에 장 지글러가 배치한 이 이야기보다 더 큰 임팩트를 발휘하는 것은 돌을 끓이는 냄비 위에 놓인 두개골 사진엽서 때문입니다.

그 엽서의 아래에는 이런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데미언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해․ 2007 두개골에 다이아몬드 8601개․ 1106.18캐럿 작품가 918억5000만 원.

둘째딸 나리는 어제 몽골의 투굴더(Tuguldur)로부터 크리스마스카드 한 장을 받았습니다. 아빠, 엄마가 모두 실업상태에 여자형제 1명, 남자형제 1명을 두고 있는 4살 아이입니다. 나리는 월드비전을 통해 그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몽골에서 온 투굴러의 크리스마스카드와 투굴러
 몽골에서 온 투굴러의 크리스마스카드와 투굴러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오늘 아침 헤이리에는 잠시 싸락눈이 내렸습니다. 이팝나무 아래에서 그 싸락눈을 사진 찍다가 이 싸락눈이 브라질 판자촌의 어미와 몽골의 투굴더 가족들에게 이밥으로 내렸으면 하는 속절없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지구상에서 '돌 끓이는 어미들'의 수치심을 위로하기 위해, 또한 투굴더의 울음이 묻은 어두운 표정을 펴기 위해 이 지구는 앞으로 몇 명의 변정수가 더 필요할까요?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 변정수, #기아, #봉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의 다양한 풍경에 관심있는 여행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