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의 12살 시절로 돌아가 다양한 놀이문화를 추억으로 선사한 MBC <무한도전>

박명수의 12살 시절로 돌아가 다양한 놀이문화를 추억으로 선사한 MBC <무한도전> ⓒ MBC


최근 방영되는 CF 가운데 개인적으로 불편한 광고가 하나 있다. 바로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공부를 잘 해야 중학교 성적 상위권을 유지한다며, 참고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CF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경쟁사회에서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한 발 먼저 준비하고, 미리미리 공부를 해놓는 건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남들이 10살부터 학원을 다닌다면 7살 때 해외 유학을 보내서라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CF는 단지 현실을 반영했을 뿐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이라면 고작 11살이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나 11살의 아이들에게 참고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이유가 중학교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모습은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타겟으로 하는 대상이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라고 할 지라도 말이다.

'추억'이라는 화살, 우리의 가슴을 관통하다

그래서일까.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2주에 걸쳐 방영된 MBC <무한도전>의 '명수는 12살'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2주간의 방송에선 7명의 멤버들이 어릴 적 경험했던 딱지치기와 오징어·다방구 등 다양한 놀이문로 이야기꽃을 피우는가 하면, 철없던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의 안부를 전하는 모습이 담겼다.
 늘 혼자였던 12살 시절로 돌아가 친구들과 다양한 놀이를 즐긴 <무한도전>의 박명수.

늘 혼자였던 12살 시절로 돌아가 친구들과 다양한 놀이를 즐긴 <무한도전>의 박명수. ⓒ MBC

이후 이 방송을 본 이들 사이에선 "컴퓨터 앞에서 게임만 하지 말고 공부좀 하라"며 아이들을 다그쳤다는 반성이 이어졌고, 지역별로 달랐던 놀이이름과 편나누기 구호에 대한 갑론을박도 펼쳐기기도 했다. 그야말로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이는 동심으로 돌아가 열연을 펼친 <무한도전> 멤버들의 상황극과 몸개그가 주는 원초적 웃음과 더불어 '추억'이라는 화살이 보는 이의 가슴 한 가운데를 관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는 늘 전투태세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현실'이라는 장벽이 겹겹이 둘러싸인 몸과 마음 때문에, 우리가 바라볼 곳은 앞밖에 없다. 옆과 뒤를 바라볼 여유따윈 이미 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느닷없이 날아든 추억이라는 화살이 그 장벽에 균열을 일으켰다. 우리가 돌아보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현실'과 '추억'은 공존할 수 있음을 <무한도전>이 보여줬고, 그 <무한도전>의 기습에 우리는 감동했다. "눈물 나도록 웃겼다"는 반응은 그래서 진심으로 다가온다.

12살의 명수에게 '참고서'가 아닌 '추억'을 선물하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선택할 차례다. <무한도전>이 우리에게 선물한 이 추억을 그저 한 때의 추억으로 간직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동생들과 자식들에게도 이어줄 하나의 '문화'로 만들 것인지 말이다.

우리는 추억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자식들과 동생들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고 싶어한다. 그것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될 수도 있고, 세계를 바라보는 올바른 눈이될 수도 있다.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는 있겠지만, 어쨌든 후대에게 많은 것을 남기고자 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고 역사의 순리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것을, 또 좋은 것을 남기더라도 우리의 동생들과 아이들이 우리의 나이가 되었을때는 단지 그것을 '기억'할 뿐이다. 기억이 추억이 되려면 '스토리'가  필요하고, '감동'이 뒤따라야 한다.

 MBC <무한도전> '명수는 12살' 편의 한 장면

MBC <무한도전> '명수는 12살' 편의 한 장면 ⓒ MBC


"친구들과 밖에 나가 마음껏 뛰어 놀아라"라고 쉽게 얘기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흐른 뒤, 우리 아이들과 동생들이 그네들의 12살을 떠올렸을 때 그저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한 기억밖에 없다고 말한다면 슬프지 않을까. 12살의 명수가 친구들과 오징어와 다방구를 하며 "재밌다"고 추억할 수 있었던 것은 비록 게임을 못 하더라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실수를 저질러도 너그러이 넘어가 준 친구들 덕분이었다.

2011년을 살아가는 12살의 모든 명수에게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 잘 모를 때는 한 번 더 설명해 주자. 이들에게 인생은 한 번의 낙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낙오도 추억할 수 있는 장시간의 여행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무한도전>으로부터 돈으로 살 수 없는 추억을 선물받은 우리가 해야할 일이 아닐까. 그저 웃고 끝내기에는 감동의 여운이 너무나 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이카루스의 추락)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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