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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날씨가 점점 차가워지고 있네요. 이럴 때면 뭔가 따끈한 게 더 생각나잖아요. 후끈한 온돌 방, 포근한 털옷, 특히 금방 만들어서 먹는 따끈한 음식들이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그 기분, 최고죠. 밖에서 돌아왔을 때 주방 한 가득 음식 냄새가 퍼지고 있으면 행복이 따로 없죠. 한 겨울에 먹는 뜨끈한 파이 냄새라면 특히 더 좋구요.

 

맛있는 파이를 요리하는 분주한 손이 꽉 들어찬 영화 '웨이트리스'는 참 예쁜 영상을 자랑합니다. 한 시골 마을의 조그만 레스토랑에서 파이를 만드는 제나는 불행한 결혼생활과 현실에서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의처증을 가진 남편 때문에 매사가 다툼의 연속이고 애정도 식어버린 상태지요.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파이만들기 대회'에 나가 우승하는 것, 그리고 그 상금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것뿐입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덜컥 임신까지 해버렸으니 시름만 깊어질 뿐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파이들은 하나같이 매우 단맛을 가진 것들입니다. 크림과 초콜릿, 캬라멜 같은 게 잔뜩 들어가서 보기만 해도 그 맛이 전해지는 기분입니다. 현실 속 암담함을 탈피하고 싶을 때 제나는 그런 달콤하지만 뜻밖의 요리법을 가진 파이들을 상상합니다. 바나나 크림과 바나나를 조합한 파이, 단맛 나는 소스 위에 마시멜로를 잔뜩 올린 파이, 색색가지 컬러풀한 색상이 눈부신 파이 등등 그녀의 현실과 상반되게 너무나 달콤하고 아름다운 그것들을 떠올리며 현실을 잊어봅니다.

 

그 가운데 그녀의 일상도 자리 잡아 갑니다. 잊고 있던 사랑의 감정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잘생기고 멋진 산부인과 의사에게 잠깐의 감정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곧 제자리로 돌아오고, 웨이트리스 동료들과의 유쾌한 일상이 그녀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도 해 줍니다. 가게 주인인 조 할아버지의 까다롭지만 든든한 인생의 충고들도 한몫을 하구요. 그리고 이제 곧 태어나게 될 아기는 어느 틈에 희망으로 자리 잡아 일상을 예전과 다르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녀는 뱃속의 아기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쓰지요.

 

'아가에게. 이다음에 누군가가 너를 20분 동안 안아주기만 하기를 바란다. 떨어지지도 않고, 네 얼굴을 보지도 않고, 키스하려고도 않고 말이다. 그냥 너를 팔로 감싸고, 아무 이기심 없이 너를 꼭 안아주는 거야.'

 

제나가 쓴 그 편지는 어쩌면 자신이 받고 싶은 사랑의 형식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태어난 아기와 함께 소박하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가며 자신의 삶을 걸어갑니다. 이후로 그녀는 파이를 굽고 아이를 돌보며 삶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삶을 살게 되겠지요. 밀가루를 반죽하고, 그것을 밀대로 밀고, 여러 가지 과일이나 채소를 섞어서 맛을 조화시켜서 오븐에 넣고, 완성된 파이가 누군가의 경탄을 자아내길 기대하면서요.

 

 

그건 자신의 삶에 보다 충실하기 위한 과정을 찾고, 방법을 모색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갈구하는 우리네 삶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연말연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위해 삶을 준비하는 것, 마음의 파이를 굽는 그 과정을 우리 다 같이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태그:#영화 '웨이트리스', #파이, #퀴쉬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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